아직도 울산시민들의 맑은 물 공급과 반구대암각화 보존이라는 두 문제 사이에서 해법 찾는 길이 멀기만 한 것 같다. 오랜 세월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두 문제가 지난 민선 7기 송 시장 시절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임기 내 해결하지 못하고 또다시 김두겸 시장에게로 바통을 넘겼다. 바통을 넘겨받은 김 시장은 가장 걸림돌인 원형보전을 유네스코 등재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시장의 뜻처럼 원형보전만 포기한다면 암각화 보전과 물 문제를 좀 더 쉽게 풀 수 있다. 한데 이 같은 생각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뜻밖의 곳에서 터졌다. 민선 8기로 대구시에 입성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입을 통해서다.
홍 시장이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북 구미시와 지난 4월에 맺은 맑은 물 나눔 식수 협약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는 구미 시장에게 최종 통보하고 구미시와의 13년에 걸친 물 분쟁을 종료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시로서는 그동안 시민식수 확보와 암각화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놓치는 상황에 놓이는 듯했다. 하지만 식수확보 문제와 암각화 원형보전 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부 세월을 흘려보내는 상황에서 홍 시장의 뜬금없는 물 나눔 협약 포기선언 소식이 울산시에게는 새로운 국면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4월 정부와 환경부 주관으로 대구시와 경북 구미시가 맑은 물 나눔 상생 발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때 대구시가 구미 해평취수장을 이용해 취수하게 되면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한 물을 청도 운문댐을 활용해 울산시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울산시도 연중 반구대 암각화를 수면위로 상존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연댐 취수량 부족분을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홍 시장의 물 협약 포기선언으로 모두 수포가 됐다. 사실 맑은 물 공급의 문제 발단은 반구대 암각화 원형보전에서 비롯됐다. 지금이라도 식수원인 사연댐 수위를 그대로 두고 반구대암각화만을 보존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면 당장 해결 방법을 내놓을 수 있다. 문화재청이 반구대암각화를 유네스코에 등재하겠다며 원형보전을 고집하는 바람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지난 수십 년간 반구대암각화의 보존 방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며 허송세월을 보냈다. 이제 암각화는 맨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됐다. 원형보전을 고집하다가는 영원히 우리 눈앞에서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서 김두겸 시장의 최근 발언과 홍 시장의 구미시 물 협약 포기선언 사이에 묘한 접점이 느껴진다. 원형보전이 안되면 반구대암각화만이라도 보존하는 차선책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반구대암각화를 영구히 보전한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