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암탉
김선태
강아지가 갓 부화한 병아리들을 죄다 물어 죽이자 암탉은 원수 같은 강아지를 제 등에 업어 키웠다
강아지가 커갈수록 암탉의 걸음걸이는 힘겨웠지만 기어이 제 덩치보다 큰 강아질 업고 버르적거렸다
다리가 부러진 암탉이 더 이상 업을 수 없게 되자 강아지는 쓸모없는 암탉을 주저 없이 물어 죽였다
― 《시로여는세상》 (2022/가을호)
김선태
199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늘의 깊이』『살구꽃이 돌아왔다』『햇살 택배』 등, 평론집 『풍경과 성찰의 언어』『진정성의 시학』 등이 있음. 시작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 등 수상. 현재 목포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