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명도가 다 마무리되자 갑작스레 유치권자의 문자와 전화가 몰려온다.
순간 어리둥절했다. 연락할 거면 명도전에 해야지, 버스 떠났는데 왜 난리지?
뭔가 믿는 구석이 있겠거니 생각은 들었다.
추석 며칠전 유치권자가 드디어 대담하게 나에게 전화를 했다.
유치권자 : 왜 제 문자를 씹으시나요?
지성 : 저는 손가락이 두꺼워서 핸드폰 문자를 못합니다.
유치권자 : 유치권 신고 해놓았으니 예의상 당연히 연락을 주셨어야죠?
지성 : 유치권자라뇨? 입찰전부터 명도완료까지 당신 그림자도 못봤는데 무슨 점유를 하셨다고 자꾸 유치권 운운하세요?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유치권자 : 제가 작년에 옆 호수 낙찰받고 제 비용 들여서 전체 공사를 했습니다. 그 공사중에 전기도 포함되는데
공사비 절반 부담하지 않으시면 교회쪽 전기는 끊어버리겠습니다.
지성 : (아하, 전기단전이 바로 유치권자의 비장의 카드였군. 뜨끔했지만 담담한 척)
뭐 전기를 끊으시겠다고요. 그럼 공실 기간중 임대료는 선생님이 부담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불법적인 단전행위는 영업방해에 해당되므로 당연히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며칠뒤 혹시나 싶어 가봤더니 정말 전기를 끊어놓았다.
사실은 작년 낙찰받고 5층 전체의 절반을 칸막이 및 배전 공사를 하였고,공사때 이런 꼼수를 미리 계산해서
자기가 만든 배전함에서 옆 호수 전기를 차단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놓은 것이다.
추석때는 신경끄고 푹 쉬었다.
연휴 끝나고 곧장 달려가서 전기업자를 불러 내가 낙찰받은 호수에 별도의 배전공사를 마무리완료하였다.
그것도 모르고 유치권자는 자기가 만든 배전함을 잠그고 경고장까지 꼼꼼하게 흰색 반창고로 떡칠을 해서 붙여놓았다.
며칠뒤 내가 계속 연락을 하지 않으니 드디어 내용증명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답장을 보내기도 귀챦으니 이제는 만나서 끝을 볼 때가 되었다.
사무실에서 토요일 저녁 유치권자를 만났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고 40후반~50초반의 선량한 직장인으로 보인다.
유치권자는 자신의 공사비 내역을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작년 자신이 낙찰받아 교회나 00생명공학과의 피튀기는 명도전쟁을
드라마틱하게 설명해주었다.
지성 : 선생님, 그런데 작년 공사할때 왜 옆 호수의 소유권자인 00생명공학에 공사비 절반을 청구하지 않았습니까?
유치권자 : 명도 상황에서 어떻게 받아낼 수 있겠습니까?
지성 : 그럼 지금 낙찰자한테 청구하는 것은 무슨 경우입니까? 선생님과 00생명공학간 일반채권에 불과한 것을
유치권인것처럼 가장하는 것도 우습거니와, 유치권의 가장 기본인 점유조차 하지 않으셨쟎아요?
계속 웃음만 나왔다. 처음에는 무슨 치밀한 계획이 있어서일 줄 알았는데, 본인 생각에 어리버리한 낙찰자가 걸리면
공사비의 상당금액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지성 : 정말로 공사비를 받고 싶으면 유치권 확인판결을 받아 금액을 확정해오세요. 그럼 바로 지급하겠습니다.
유치권자 : (진지한 얼굴로) 직장생활로 바쁜 사람입니다.
당신이야말로 유치권 부존재 확인 판결을 받아와서 유치권을 배제하세요
지성 : (안타까운 얼굴로) 선생님, 이미 전기공사 끝나서 교회에도 전기불 잘 들어옵니다. 그리고 관리소장님이
전기공사 배선 원위치 해놓으라고 저한테 전해달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소송을 할 필요조차 없쟎아요.
유치권자 : (호흡이 가빠지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 자리에서 일어나며) 당신, 그렇게 살지 말어.
지성 :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며) 선생님, 혹시 앞으로 경매하시면서 궁금한 점 있으면 부담없이 연락하세요.
이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돕고 살아야죠.
유치권자를 보내고 어이없는 한숨이 나왔다. 같은 층을 1년 시차를 두고 낙찰받은 사람인데,
누구보다 낙찰자의 마음을 잘 알 사람이 어이없는 유치권 행사라니 참 할말이 없다.
더욱이 나보다도 3천만원은 싸게 낙찰받았는데 뭘 손해봤다는건지 모르겠다.
유치권자에게도 이번의 만남이 좋은 분발의 계기가 되어 앞으로 더 좋은 경매활동을 하시길 기원한다.
PS> 다행이 교회는 명도완료된 지 10일도 안돼 일부가 임대되었다. 남은 부분도 금방 임대가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다.
경험글 잘읽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마도 유치권자도 이 일을 계기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고 생각이 드네요.
세상에는 뛰는 놈위에 나는 놈이 있다라는 사실과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라는 것을요.
감사합니다.^^
저는 언제나 이런 명도 경험을 해볼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막판 악덕 유치권자 처리는 정말 통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