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그룹이 다음 달 중구 혁신도시 내 복합쇼핑몰 개발 부지에 펜스를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일단 펜스를 설치해 개발 의지를 나타내겠다는 것인데 이를 제대로 신뢰할 시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 그동안 신세계 측이 꼼수를 여러 차례 부렸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백화점을 짓겠다며 부지를 매입한 뒤 시설물 내용을 바꾼 게 벌써 몇 번째인가. 백화점에서 복합쇼핑 몰로 바꾸고 또 거기다 주거용 원룸을 끼워 넣겠다고 제시해 시민들이 이에 크게 반발했었다. 그러니 신세계가 펜스를 친다고 해서 넙죽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펜스는 이곳에 모종의 시설물이 들어설 예정이라 것을 암시하는 상징적 설비이다. 따라서 신세계 측의 의지에 따라 실제 시설물은 1~2년 내 들어설 수도 있고 그 보다 훨씬 더 늦게 건설될 수도 있다. 부동산 투기업자들이 이런 펜스 효과를 이용해 해당 부지와 인근 땅값을 빠짝 올린 뒤 되팔고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펜스가 주는 이미지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동안 신세계 측이 보인 온갖 기교를 감안하면 이번 펜스 설치가 시민들에게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3년 신세계는 중구 혁신도시 내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레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백화점을 짓겠다며 2만4천300㎡ 규모의 부지를 555억원에 매입했다. 대형 물류 업계의 대명사격인 기업이 이곳에 백화점을 짓는다고 하자 이후 주변 땅값이 폭등했다. 덩달아 신세계 부지 값도 뛰어올라 현재 지역 부동산 업계는 백화점 땅값이 이전보다 3~4배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따지면 신세계 백화점 부지 값이 지금은 약 1천500억 내지 2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 가능하다. 신세계가 이곳에 쇼핑몰을 세우지 않고 부지를 매각한 뒤 떠난다 해도 전혀 손해 볼일은 없을 정도다.
최근 신세계가 광주광역시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해 대형 쇼핑몰을 지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았다. 또 울산 혁신도시 내 백화점 건설 예정부지를 매각해 이에 투입할 것이란 보도가 광주지역에서 흘러나왔다고 한다. 자라 등에 놀란 사람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하지 않았나. 화들짝 놀란 울산 중구청 측이 사실 여부를 질의하자 신세계는 물론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혀 근거 없이 그렇게 중차대한 말들이 흘러나왔겠나. 누군가 그런 운을 띄웠기에 매각설이 나돌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 의심 아니겠나. 만일 사실이라면 신세계는 더 이상 울산시민들을 우습게 여기지 말고 부지를 매각한 뒤 떠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