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살아가는 살암(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세편의 영화 소개입니다.
영화는 가장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여러 삶을 체험하고 삶의 정수를 취할 수 있는 일종의 윤회입니다.
'산다(Alive)', ‘노인과 바다, 그래비티(Gravity, 중력)'
영화 '노인과 바다'는 195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이 1990년에 영화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산티아고는 인생의 황혼기에 작은 목선을 타고 홀로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는 늙은 어부입니다.
젊은 시절 최고의 어부였으나, 이제는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84일 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노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놀림도 노인의 굳건한 자존감을 훼손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의 낚시에 거대한 고기가 걸려들었고, 그 고기는 노인이 평생 처음만난 거대한 청새치였습니다.
노인과 고기의 사투가 시작 됩니다.
노인은 낚싯줄을 통해 고기와 대화를 나눕니다.
“너는 참으로 강하고 아름답구나. 나는 너를 존경해. 너는 너의 할 수있는 최선을 다하기 바래.”
“나도 나의 최선을 다할게. 내게도 평생을 쌓아온 몇 가지 기술이 있지. 멋진 무기란다.”
“우리 한번 멋지게 싸워보자.”
"..."
“너도 나만큼 힘드니? 너도 나만큼 두렵니?”...
"난 사실 많이 두렵고 힘들어. 그래도 너를 꼭 잡고 말 거야.”
...
결국, 몇 날 며칠 밤낮을 치열하게 고기와 사투를 벌인 노인은 마침내 그 거대한 고기를 잡습니다.
자신의 두려움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면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입니다.
영화 그래비티에는 산드라블록(스톤)과 조지클루니(매트) 단 두 명의 배우가 출연합니다.
우주에서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에 감탄하면서, 우주공간에 설치된 허블망원경 수리임무를 수행하던 우주인들이
러시아에서 사용 종료 후 미사일로 파괴시킨 인공위성 잔해와 충돌하는 우주재난을 당합니다.
그 사고로 팀원들이 모두 죽고, 팀의 리더인 매트와 초보우주인 엔지니어 스톤 박사만이 유일한 생존자로 남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해서 견뎌보지만, 또다시 닥쳐온 재난에 매트는 스톤박사를 삶의 공간으로 밀어내는 대신
자신의 몸을 죽음의 공간으로 내던져 죽습니다.
휴스턴 관제센터와의 교신마저 끊어지고,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유일한 우주선마저 파괴된 상황에서 절대고요,
절대진공의 광막한 공간에 홀로 남겨진 스톤은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외로움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무선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던 그녀는 간헐적으로 연결되는 지구의 아마추어 무선동호회 통신에서 지구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지구에서의 삶에 대한 사무치게 애절한 그리움을 느낍니다.
스톤은 마치 저승의 명경대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듯 자신의 생애를 회상합니다.
딸을 허무하게 잃은 후 삶의 무게중심을 잃고, 무중력의 우주를 유영하듯 정처없이 삶을 떠돌았던 스톤은
자기에게 닥쳐온 그 광막한 두려움을 견뎌낼 아무런 구심점이 없었습니다.
삶을 붙들 의미가 없었던 그녀는 결국 우주선 속의 산소를 강제로 비워내어 죽음을 선택합니다.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죽음이 깃드는 그 몽환적인 순간에 우주 공간으로 사라진 매트의 환영이 그녀가 있는
우주선 안으로 돌아옵니다.
죽음과 닮은 침묵의 공간에 매트의 끊임없는 수다가 울려 퍼지면서 다시 삶의 에너지로 가득 채워집니다.
매트는 스톤박사에게 지구로 귀환할 방법을 일러줍니다.
사실 그 것은 사실 스톤박사가 자신의 의식 깊은 곳에있던 삶의 의지를 스스로 찾아낸 것이지요.
영화 속 장면은 스톤박사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 우주선 속에서 흡사 자궁의 태아와 같은 모습으로 웅크린채 멈춰있는
장면으로 내면의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했습니다.
지구의 중력은 지구상의 모든 존재에게 무게라는 구속을 선사해서 땅에 발을 디딛고 지구의 리얼함을 체험하도록 해줍니다.
중력이 사라진 우주에서는 무게가 없어져 구속이 사라지고 모든 것들이 부유하며 정처 없이 떠돌고 있습니다.
스톤박사는 그 무중력 공간에서 유영하면서 지구에서 무게중심을 잃고 떠돌던 자신의 삶을 자각합니다.
그리고 그 자각을 통해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회복하게 됩니다.
‘지금부터 10분 안에 나는 대기권에서 불타 죽거나, 지구로 돌아가게 될 거야. 그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그 것은 엄청나게
멋진 여행이 될 거야... 나는 이제 준비됐어!’
장엄한 인간의 의지로 불가능에 가까운 과정을 넘어서 홀로 지구로 생환한 스톤박사는 마치 자궁의 양수같은 바닷물의
심연 속에서 힘차게 헤엄쳐 올라 땅으로 기어오릅니다.
그것은 마치 올챙이가 우화하여 개구리가 되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감독은 섬세한 감수성으로 지상을 향해서 솓구쳐 오르는 스톤박사의 옆에 개구리 한 마리를 동행시킵니다.
뭍으로 올라온 스톤박사는 그토록 그리웠던 흙 냄새를 온몸으로 흡입하며 지구의 중력을 느낍니다.
중력에서 리얼한 삶의 무게중심을 느끼고, 살아있음의 행복감을 만끽하면서 삶을 향해서 우뚝 일어서면서 모든 것이 함축된
한 마디의 독백을 합니다
" Thank You! "
두 영화에서 산티아고의 독백과 스톤 박사의 독백은 다르지 않습니다.
두 영화 모두 우리 삶의 리얼한 체험에 대한 이야기이며, 스토리를 배제해도 두 영화의 영상미는 나무랄 데 없이 최고 걸작의
반열에 도달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무게중심을 잡고, 현실에 발 디딛고 밥 먹을 때는 그냥 밥을 먹고, 물 마실 때는 그냥 물을 마시며 온전히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할 때 눈빛은 빛나고 열정이 살아나 삶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이 지금 이대로 온전한 경이로운 체험이 됩니다.
2015년 박정범 감독이 감독/연출/주연을 했던 영화 '산다(Alive)'에는 '노인과 바다', '그래비티' 두 영화의 주제가 모두 깃들어
있습니다.
강원도의 깊고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산다'에서 처절한 현실을 살아가는 주인공 정철이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산티아고와 스톤 박사가 했던 것과 같은 의미의 독백을 다른 모습으로 되뇌이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의 영원에서 마음이 꾸며내는 이야기인 꿈을 꾸며 언제나 지금 이대로 온전한 우리 삶의 리얼한 체험을 축복합니다.
첫댓글 .낙죽장의 출생 년도와 같은 헤밍웨이의 노벨상 수상 년도.
긴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저는 바닷가 출신으로 ~ 읽은 소설은?
여전히 생생한 감흥은 ...
노인과 바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난중 일기, 칼의 노래, 등 ... 잘 읽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글씨도 오랜 삶의 결과라 서로 격고 또 격어 풀어지고 이어지는 역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