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소 - 방글라데시 치타공 가난과 혼란 속 삶의 무게를 되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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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1.11. 12:47조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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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소
방글라데시 치타공
가난과 혼란 속 삶의 무게를 되새기다
치타공은 방글라데시 국가 산업의 동맥이다. 고단하고 슬픈 도시지만 방글라데시 제 2의 경제도시 및 물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수도 다카와 비교하면 경제 구조와 규모 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지만 선박 해체 산업, 의류산업, 물류의 중심지로서 방글라데시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 도시인 까닭에 관광객은 많지 않지만 활기찬 도시 모습과 마음 따스한 치타공 사람들의 너그러운 미소에 포근한 위로와 휴식을 얻는다.
녹음이 우거진 구릉 아래, 도심 중앙을 남북으로 가르는 CDA 대로(CDA Avenue) 위로 릭샤와 버스가 질주한다.
지옥을 체험하는 고속도로
다카에서 지도상 직선 거리로 200Km도 채 되지 않는 치타공을 가려면, 버스 혹은 열차를 생각한다.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비행기 이용이 일반적이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메인 역인 에어포트 역에서 치타공을 향하는 열차 티켓을 구하려고 했으나, 당일 티켓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서민들의 발이자, 교통 지옥을 피해 최소의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3일 후까지의 모든 티켓은 예매가 끝난 상태다.
다음 목표는 버스다. 다행히 버스는 선택의 폭도 넓고 경제적인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국내 도로상황에 익숙지 않은 이방인에겐 지옥을 체험하는 지름길이 바로 다카~치타공행 버스다. 도심을 빠져 나와, 고속도로(highway)라 칭하는 치타공 행 메인 로드에 오르는 시간만 최소 두 시간이 걸린다. 최근 도로 확장 및 포장 공사가 한창인 다카에서 도심을 빠져 나가는 일은 경이로운 체험이다.
수도 다카와 치타공을 남북으로 잇는 다카-치타공 고속도로는 24시간 교통 혼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악의 정체로 오전 10시 수도 다카를 출발한 버스는 밤 11시 정각이나 되어서야 치타공에 도착했다. 승객 모두 지친 기색이기는 하나,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요동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체와 지각도착이 일상인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방글라데시 사람들. 최대 5시간 정도 소요된다던 버스는 12시간이 훌쩍 넘은 후 치타공에 정차하고 그 운전사는 바로 손님을 싣고 다시 다카를 향해 떠났다. 상식이 통용되기 힘든 경이로운 나라가 아닐 수 없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매일 벌어지는 곳, 늦은 밤 인근 숙소에 든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과연 이 도시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염려와 기대 속에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전날의 악몽과는 달리, 새롭게 시작되는 이른 아침은 경쾌하다. 다카와 마찬가지로 낡고 허름한 버스와 릭샤, CNG(압축천연가스) 차량들의 정신 없는 질주와 교행 속에 도시의 하루는 활기찬 시작이다. 치타공 주요 산업 중에서 비중있는 국가 산업인 선박 해체 산업의 실상을 지켜보기 위해 빠띠아리 지역으로 발길을 옮긴다.
갑판 위 까마귀들의 미소
빠띠아리 선박 해체공들이 점심 식사 후 동료들과 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세계 최고 강우량을 자랑하는 해안 도시이자 35도 이상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치타공의 습하고 무더운 날씨 덕에 온몸은 땀으로 흥건하다. 비밀스런 골목길을 헤치고 일반인 접근을 거부하는 선박 해체산업의 현장에 다가간다. 삼엄한 경계와 접근 금지의 강력한 문구들이 특수지역임을 실감케 한다. 일단의 선박 해체 노무자들과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며 그들 틈 사이로 끼어든다. 긴장감과 묘한 공감대가 뒤섞이며, 그들은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차를 권한다. 지구상 가장 천한 직업이지만, 오히려 고된 노동을 일상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눈매는 선하고 아름답다.
사진 촬영이 강력하게 금지된 선박 해체 현장. 죽음을 기다리는 거대한 선박들이 용접공들의 진지한 눈빛과 부단한 움직임 속에 해체되어간다. 바다와 면한 빠띠아리 지역에서는 녹슨 철과 해체 과정의 소음으로 인해 바다가 온통 붉고 처연하게 물든다. 여러 선박 해체소들의 밀집 속에 단속은 삼엄하다. 이곳 빠띠아리 마을 주민들이 일당 2불에 선박 해체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갑판 위의 까마귀라 불리며, 동료의 죽음이 일상인 이곳에서 고단한 생을 이어간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도시
니잠 로드(Nizam Rd.)와 CDA 대로(CDA Ave.)가 교차하는 치타공의 교통허브. 호텔, 시장 등이 모여 있다.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려 버스에 오르지만, 여전한 교통지옥은 세계 최악이다. 좁은 버스 속 폭염으로 무더운 실내는 인간의 땀 냄새로 진동한다. 서민 교통수단인 치타공~다카행 완행 열차 티켓을 구하기 위해 치타공 중앙역으로 향한다. 작은 구릉의 녹음을 끼고 발달한 도시, 그물처럼 연결된 치타공 도심을 버스와 릭샤를 번갈아 타며 치타공 중앙역에 도착했다. 다카에 비해 역사는 규모도 크고 안정적인 모습이다. 극적으로 다음 날 티켓을 예매하고 도심 속으로 향한다.
도심 중앙에 거대한 공원을 끼고 발달한 치타공은 수도 다카와는 달리, 바다와 산을 끼고 발달한 덕에 공기는 청량하다. 늘 그렇듯이 가난한 나라의 열차 역은 빈곤한 자들의 휴식처가 아닌가? 집 잃은 사람들과 부모 잃은 고아들은 역 구내의 폐열차와 창고 등을 전전하며 고단한 삶을 이어간다. 아스라이 이어지는 열차 선로 위로 인간들이 쉼없이 오간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열차가 되기도 하고, 선로가 되기도 한다. 죽음을 건 이곳에서 아이들의 생명은 담보받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까담딸리(Kadamtali) 지역은 치타공 역을 출발한 모든 기차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물류 산업과 섬유 산업의 중심지이자, 주요 국가 수입원인 선박 해체 산업의 교두보인 치타공. 방글라데시 각처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들어, 생명을 담보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산업의 중추다. 치타공의 분주한 하루는 생존의 치열한 몸부림 속에 고단하게 마무리된다. 다카와 다를 바 없이, 지구상 최악의 교통 지옥임을 실감시켜 주는 곳. 과도한 빈부격차와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삶의 환경이 오히려 세계 최고라는 이들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삶의 의미를 시험받는 땅
[네이버 지식백과]
방글라데시 치타공 - 가난과 혼란 속 삶의 무게를 되새기다 (세계의 명소, 함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