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 아울러 끈끈한 동문관계 유지… YS시절 ‘동창회 정권’, MB시절 ‘강만수 사단’ 대표적
⊙ 과거 부산 부잣집 아들들 많아 정관계·재계 진출 다수
⊙ 與野 고루 포진… 역대 정권에서 꾸준히 요직 차지
⊙ “朴대통령이 PK(김기춘·정홍원·김무성 등)를 신뢰하는 이유는 그들의 ‘의리’와 ‘끈끈함’ 때문일 것”
|
지난 8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기춘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는 말이 괜한 게 아닐세. 기춘이(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가 이 나이에 그 자리로 갈 줄 누가 알았겠노.” 최근 경남고등학교 12회 동문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다시 갱고(경남고의 준말 ‘경고’의 사투리) 빛 좀 보나”라는 기대를 내비치는 사람도 있었다.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은 1939년생(74세)으로 고등학교 동기들은 이미 일찌감치 은퇴해 여생을 즐기고 있는 나이다. 동기들이 요직을 차지하며 가장 득세했던 때는 고등학교 선배인 김영삼(3회) 대통령 재임 시절(1992~1997)로 20여 년 전이다.
박근혜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화려한 PK(부산·경남)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PK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PK가 다시 한 번 빛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요직 인사가 있을 때마다 학연과 지연은 끊이지 않는 이슈다. 경남중 출신인 정홍원 총리에 이어 대통령비서실장까지 PK가 차지한 것이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양승태, 20회)도 경남고 출신이다. 김기춘 실장은 현재 경남중고 동문회에서 특별한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나이와 경력으로 볼 때 경남중고 동문회의 좌장 격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최고 실세다.
경남중고 동문회는 YS시절 요직을 휩쓸었고 YS정권은 ‘동창회 정권’으로까지 불렸던 바 있다. PK는 화려한 과거를 다시 꽃피울 수 있을까. 《월간조선》은 2013년 현재 정·관계 안팎에 포진한 PK, 그중에서도 경남중고 인맥을 해부했다.
3부 수장 모두 배출한 경남고
|
청와대 2기 신임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 김기춘 비서실장, 홍경식 민정수석,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등 PK 출신이 약진했다. |
PK라면 일반적으로 부산·경남지역 출신, 그중에서도 양대 명문교인 경남고와 부산고 출신을 일컫는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두 학교는 성적은 물론 야구 역시 최고의 명문교로 라이벌 관계를 이어 왔다. 스스로 출신교를 ‘갱고’와 ‘부고’라고 부르며, 두 학교는 부산의 엘리트로 상징돼 왔다.
그러나 정계에서 두 학교의 위상은 조금 다르다. 부산고도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지만, 경남고는 경기고·경북고와 함께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수장을 모두 배출한 학교라는 자부심이 있다. 김영삼(3회) 대통령과 박희태(11회)·김형오(20회) 국회의장, 양승태(20회) 대법원장을 배출했다. 이른바 ‘PK 성골(聖骨)’이라는 것이다.
경남고와 부산고는 학교의 분위기도 사뭇 다른 편이다. 1942년 4월 ‘부산제2공립중학교’로 개교한 경남고등학교가 터를 잡은 동네인 부산 서구 동대신동은 지금과 달리 당시 부산지역에서 고급 주택가로 꼽히던 곳이다.
그렇다 보니 경남고는 부잣집에서 자란 머리 좋은 아이들이 많이 입학하는 학교로 알려져 왔다. 부산 초량역 근처에 위치해 경상남도 각처의 시골 수재들이 기차를 타고 통학한다는 부산고와는 이런 점에서 대비되곤 했다. 실제로 GS 허창수(21회) 회장과 롯데 신준호(14회) 부회장 등 재벌 오너들이 경남고 출신이며, 정계와 법조계, 재계 고위층에 경남고 출신이 많다.
특히 경남고 출신들은 다른 명문고와 달리 ‘경남고 동문회’가 아닌 ‘경남중고 동문회’로 뭉친다는 점이 특이하다. TK(대구·경북)에서는 경북중·경북고를 모두 다녔어야 성골(聖骨)이라는 말도 있지만, PK에서는 경남중이나 경남고 둘 중 하나를 다녔으면 ‘龍馬(용마·경남중고 동문회)’ 가족이다.
정홍원 총리(경남중-진주사범학교), 김무성 의원(경남중-중동고), 박찬종(경남중-경기고) 전 의원, 허태열(경남중-부산고) 전 비서실장 등이 이런 케이스다. 정홍원 총리는 경남중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동기들처럼 경남고 진학을 원했으나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사범학교로 진학했고, 김무성 의원과 박찬종 변호사의 경우 서울 유학을 떠난 케이스다.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경남중 졸업 후 부산고로 진학했으나 경남중고 동문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어쨌든 경남중 출신이면 경남고를 다니지 않았어도 기수가 부여된다. 박찬종 전 의원은 경남고를 다니지 않았지만 김기춘 실장과 같은 12회다. 같은 지역 출신으로 같은 울타리 안에 있었다면 무조건 ‘우리가 남이가’ 정신으로 어울리는 것이다.
5공 때부터 꾸준히 요직 차지
경남중고 동문회에서 가장 화려한 기수는 김기춘 실장이 속한 12회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속한 11회라고 할 수 있다. 정·관계에 진출한 인재가 특별히 많은 기수다.
특히 김기춘 실장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마산중을 졸업하고 1954년 경남고 11회로 입학했다가 가정사정으로 1년 휴학, 1958년 12회와 함께 졸업해 기수는 12회이지만 11회·12회와 두루 친한 흔치 않은 경우다. 그는 “선생님은 물론 반장이었던 곽정출(전 민정당 국회의원)이 ‘반 친구들이 힘을 합쳐 도와주겠다’며 휴학하지 말라고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휴학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경남고 11회에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유흥수 전 의원(12·14·15·16대, 충남도지사 역임), 곽정출 전 의원(11·12·14대), 이병태 전 국방부 장관, 이학봉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있으며, 12회에는 김기수 전 검찰총장, 안용득 전 대법관, 문정수 전 부산시장, 차수명 전 의원(14·15대), 조홍래 전 의원(8·10·12대), 김광일 전 대통령비서실장(작고) 등이 있다. 모두 김 실장과 막역한 사이다.
경남중고 출신으로 정계에 진출한 동문들의 면면을 보면 같은 지역 출신이어도 여야의 색깔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등학교 선배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향을 받은 사람도 많지만, 군사정권에서 정치를 시작한 민정계도 많다. 박찬종(12회), 권영길(15회) 등 재야인사도 있다. 1985년 총선에서는 곽정출·유흥수 의원이 민정당 소속으로 당선되고 김영삼·문정수·조홍래·박찬종 의원이 야당 소속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또 부산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문재인(25회) 대통령비서실장, 박봉흠(21회) 청와대 정책실장, 이호철(31회) 민정수석 등 동문들이 친노(親盧) 세력을 형성하기도 했다. 따라서 경남중고 출신들은 역대 정권에서 끊임없이 꾸준히 요직을 차지해 온 점이 눈에 띈다. 단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동문들이 ‘뿌리를 뽑혔다’고 표현할 정도로 요직에 진출한 사람이 없었다. PK는 이명박 정권 들어 특히 경제정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동창회 정권과 강만수 사단
PK가 선후배를 챙기고 끌어 주며 끈끈하게 뭉치는 습성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세간에 잘 알려진 사례는 YS정권의 ‘동창회 정권’과 MB정권의 ‘강만수 사단’이 대표적이다.
YS는 청와대를 고등학교 후배들로 상당 부분 채운 것은 물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경남고 후배(안우만, 김기수)를 같은 시기에 등용했고, 경찰청장과 국세청장까지 고등학교 후배를 기용해 사정기관을 장악했다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경남고 세력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다소 잠잠해진 듯하더니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경제부처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8회인 강만수 전 장관이 정권 출범과 함께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등용되면서 경제정책 관련 부처에 경남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것이다.
특히 강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소망교회 인맥으로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한편, ‘잘 아는 사람을 쓴다’는 인사 스타일이어서 PK의 약진은 처음부터 예상된 바였다. 강 장관은 재임중 경남고 후배로 수단에서 봉사활동에 나섰던 고(故) 이태석(35회) 신부의 책 《울지마, 톤즈》 수백권을 사비로 구입해 주변에 나눠 주며 “우리 후배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강 장관 체제에서 김석동(26회) 금융위원장, 박대동(23회) 예금보험공사 사장, 장수만(23회) 조달청장, 하영제(27회) 산림청장 등 경남고 출신들이 잇달아 등용됐다. 뒤를 이어 진병화(21회)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신동규(23회) 전국은행연합회장 등이 주요 기관에서 맹활약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이기우(27회)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채경수(31회)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이 요직에 안착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재임 말기에는 강만수 장관이 산은금융그룹 회장으로,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갔으며 김정태(25)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어윤대(17회) KB금융지주 회장 등 경남중고가 금융권을 싹쓸이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MB정권 실세로 불렸던 천신일(14회)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2004~2005년 14대 재경(在京) 경남중고총동문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동문들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권 임명직 PK 다수
박근혜 정권 들어 주목할 만한 것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PK 출신 요직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뿐만 아니라, 임명직 곳곳에 PK 세력이 숨어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이 PK를 신뢰하는 것은 자신의 출신지역인 TK를 노골적으로 등용하지 못하는 속사정도 있지만, PK의 끈끈한 충성심에 적지 않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7월 초, 박 대통령은 경남고 31회인 구상찬 전 의원을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했다. 18대에서 친박계 의원이었던 그는 2007년 박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중국에 갔을 때 수행했고, 국회의원 4년 임기 동안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일했다. 18대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그에게 서울 강서구 출마를 권유하며 “야당 대표 3선의원(신기남)에게 젊은 힘으로 도전해 보라”고 직접 격려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는 “보수성향의 PK에게 강서라는 지역은 낯설고 힘들게 다가왔지만 당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줬다”고 회고했다. 구상찬 총영사는 “동문회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 내가 동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선거 때 동기들이 많이 와서 도와준 것은 물론 (18대 당시) 의원이 된 후에도 김형오(20회) 선배가 국회의장을 하시며 늘 챙겨 주셨고 김무성(24회) 선배도 제가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많이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번 정권 들어 각계 인사에서도 PK의 선전은 눈에 띈다. 지난 4월 서기석(28회) 헌법재판관 취임에 이어 조병현(28회) 서울고등법원장, 윤원태(30회) 부산지법원장, 김기동(37회) 부산 동부지청장, 김형훈(40회) 수원지법 여주지원장이 취임했으며, 김상균(18회) 서울대 명예교수가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취임한 박석환(28회) 주영(駐英)대사, 박영주(13회) 예술의전당 이사장도 경남고 출신이다.
PK출신 법조계 한 인사는 “YS정권 때 잘나갔다는 이유로 PK는 DJ정권 때 영문도 모르고 물먹은 사례가 한둘이 아니었다”며 “지난 정권에서도 경북 포항 출신이 득세했고 이번 정권에서도 TK에 밀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 2기 인사에서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밀려나면서 TK는 자취를 감췄고, 홍경식 민정수석(경남 마산)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경남 창녕) 등 PK만 늘어났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사실 정홍원 총리 등 정권 초기의 PK들은 지역이나 동문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였지만, 인맥이 화려하고 의리가 있는 김기춘 실장은 다르다는 인식이 PK 사이에서 팽배하다”며 “김 실장의 득세에 기대를 걸고 있는 PK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동문들, 모교 발전 위해 100억원 모금 나서 |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1순위인 김무성 의원. 경남중 출신으로 PK의 좌장으로 불린다. |
경남중고 동문들은 ‘갱고’의 영광을 이어 나가자는 목표로 모교 발전에도 지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배재욱(17회) 변호사는 2009년 ‘경남고 발전위원회(경발위)’를 설립해 기금 100억원 모금운동을 펼쳤다. 자율형공립고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모교에 지원을 해 주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위원회 설립 1년 만에 40억원을 모금했고, 2012년 8월 경남고는 자율형공립고로 지정됐다.
구본홍(20회) 전 YTN 사장(현 CTS TV 사장)은 모교를 신흥 부촌인 해운대로 옮기자는 주장을 꾸준히 펼쳐 왔다. 구 사장의 얘기다. “현재의 동대신동 권역으로는 우수자원 충원에 한계가 있고, 해운대 같은 신흥아파트단지로 옮겨야 합니다. 경기고가 강남으로 이전한 것이 전통이 짧아서 그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모교를 진작 해운대로 옮겼으면 전국 상위 랭킹으로 올라갔을 겁니다. 자율형공립고가 된 지금은 다른 고교와 차별화된 인센티브 시스템을 만들어 주고, 선후배를 연결하는 멘토링 시스템을 활발히 가동해야 합니다.”
그는 모교에 ‘명예의전당’을 설립할 것도 제안했다. “대학처럼 기금을 많이 낸 동문 이름을 교실에 붙이는 거죠. ‘김택수 룸’, ‘김영삼 룸’, ‘허창수 룸’을 만들면 보기에도 좋지 않겠습니까.”
구 사장의 얘기다. “현재 경남고가 부산에서 상위권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경남고의 사회적 위상은 막강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선후배 동문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어요. 선배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지도가 함께한다면 지금까지 경남고의 명예와 전통을 계승하고 후배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毒이 되지 않도록 |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기춘 비서실장, 정홍원 총리, 박흥렬 경호실장(왼쪽부터)은 모두 PK 출신이다. |
차기 대권의 행보는 PK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정계의 분석이다.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주자가 김무성 의원을 제외하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설문에서는 늘 김무성 의원이 정몽준·오세훈·김문수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1위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초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에 등극하고 5선 정의화(부산고) 의원이 국회의장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 반해 TK는 이에 대응할 인물이나 세력이 마땅치 않다. 야권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철수 의원 등 잠재적 대권주자가 모두 부산・경남 출신이다.
친박 소장파로 2012년 총선 당시 불출마한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부산 남구을, 동천고)은 “PK가 부각된다고 보인다 한들 PK의 인재풀이 충분한 것이지, 딱히 특정 지역 출신을 중용하는 일은 없다고 본다”며 “그러나 지역주민의 특성상 한 번 빠져들면 충성도가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기춘 실장의 과거사 중 최대 약점은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모여 학교 및 지역 선배인 YS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대선에 개입하려 했던 ‘초원복집 사건’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도 이 사건을 통해 유명해졌다. 세간에서 그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우리가 남이가”라는 의식 때문이다.
경남중고 동문회의 원로 격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최근 동문회보 인터뷰를 통해 “과거에 비해 동문 국회의원 수가 엄청나게 줄고 요직도 줄어 무척 안타깝다”며 “이제 내가 직접 정치를 하지는 않겠지만 후배들이 한다면 도와줄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PK의 응집력은 ‘한국의 3대 조직’이라는 호남향우회·고려대교우회·해병대전우회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PK는 TK 출신 정권에서 다시 한 번 정계의 핵심이 될 수 있을까.⊙
각 분야에 포진한 경남고 동문 경남중고는 비평준화 시절 부산·경남지역 최고의 명문고였던 만큼 법조계와 의료계, 학계, 재계 동문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특히 재계에 포진한 경남고 인맥은 지방 명문고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기업분석전문업체인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기업 매출기준 1000곳의 최고경영자(CEO) 출신학교를 조사한 결과 경남고는 22명으로 6위를 차지한 바 있다. 1위는 경기고로 70명이었고 2~5위는 경복·서울·경북·중앙고였다. 경남고 출신으로 가장 돋보이는 재계 인사는 GS그룹 허창수(21) 회장이며 경남고 출신은 GS 고위층에 특히 많다. 서경석(20회) GS 부회장, 김갑렬(21회) GS건설 부회장, 허승조(22회) GS리테일 부회장, 허정수(23회) GS네오텍 회장, 우상룡(25회) GS건설 사장 등이 모두 경남고 출신이다. 특히 구본능(21회)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겸 희성그룹 회장은 경남고 야구부 출신으로 모교 야구부를 물심양면으로 전폭 지원하고 있다. 또 신준호(14회) 롯데그룹 부회장, 이경상(22회) 전 신세계이마트 사장, 이주홍(23회) 전 코오롱 사장, 좌상봉(25회) 전 롯데호텔 사장 등 동문 중 대기업 대표가 즐비하며 삼성의 경남고 인맥으로는 한형수(12회) 전 삼성전자 사장, 황백(26회) 제일모직 전 사장, 최광해(28회) 삼성전자 전략기획팀장(부사장) 등이 있다. 또 특이한 점은 다른 지방명문고에 비해 굵직한 족적을 남긴 문화예술체육계 인사가 적지 않다는 것. 건축가 승효상(25회)씨, 가수 한대수(20회)씨, 야구선수 최동원(30회, 작고)씨와 이대호(55회)씨 등이 대표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