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낙엽을 타고~

[석촌]

 
사랑은 낙엽을 타고(Fallen Leaves)
 
연휴를 맞아 영화 한 편 보았다.
아키 감독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
안사와 할로파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시대적 장소적 배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인적자원도, 물자도, 여가시설도 모두 궁핍한 환경~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
사랑도 해야 하고..
 
안사는 식료품매장에서 일하는 여성이다.
상품을 정리하던 중 빵 하나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데
유효기간이 지난 거다.
어차피 버릴 것, 집에 가져가서 먹으려는 심사일 거다.
전쟁통이니 먹을 게 그리 풍족하랴.
 
이걸 감시하는 직원도 있다.
안사는 그 감시망에 걸리고 마는데
그래서 그 직장을 떠나 이리저리 떠도는 외로운 여자다.
 
라디오를 켜면 우크라 전쟁으로 몇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러나 다이얼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도 나온다.
삶이란 이렇게 채널을 돌리면 숨 쉴 곳도 있다는 은유인 셈이다.
 
홀라파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남성이다.
친구와 노래방에도 가보지만 돈이 없어 노래도 못 부른다.
하지만 술병을 안주머니에 숨기고 수시로 마시는 알코올중독자다.
사람은 그렇게 남다른 즐거움도 하나쯤은 있는 셈이다.
곰도 재주 부린다 하지 않던가.
 
외로운 두 군상.
두 사람은 사랑도 해야겠지.
어쩌다 만나 연정이 싹트는데
안사가 홀라파에게 전화번호를 적어 쥐어주지만
홀라파는 그걸 주머니에 넣다 빠져서 바람에 날아가버린다.
인연은 안개같이 나타났다 바람같이 사라진다는 은유인 셈이다.
 
얼마 뒤에 안사는 홀라파의 친구로부터 홀라파의 소식을 듣는데
차에 치어 혼수상태가 되어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아뿔사~
 
낙엽이 우수수 바람에 날리는 화면이 뜬다.
그들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 가는 것이던가~~~
 
나는 이 영화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고 나왔다.
비록 경제적으로 신체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우크라이나와 같은 상황은 아닌 고로.
 
나는 올해로 카페생활 십칠 년째다.
양띠방, 취미방 등엔 동갑내기도 있고 후배들도 있다.
그들과 나는 비교적 우호적으로 지낸다.
물론 남성도 있고 여성도 있지만
모두 벗인 셈이다.
속으론 모르지만,
 
그들 중 어느 특정인과 끈끈한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
없다.
인간사 마음이란 게 수시로 변하는 거니까 그런 거다.
그저 느슨한 인연이면 좋다.
그래야 내가 책임질 것도 없고 매달릴 것도 없고
애태울 것 없이 어울리며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면 되니까.
 
삶엔 윤활유가 필요하다.
그게 돈인데
다다익선이라 하더라만, 그럴 필요도 없다.
하루하루 차에 기름 넣고 밥 사 먹고
그러다가 친구를 불러 내 밥 사줄 정도면 되지 않는가.
그런 정도라면 아내에겐 아내의 연금이 있고
나에겐 나의 연금으로 충분하다.
 
양띠방 선남선녀들이여!
누가 여성의 치마꼬리를 붙잡으려 드는가?
그러다가 채이면 남을 저주하려는가?
그저 어우렁더우렁 어울려 살아가는 게 대수다.
 
영화의 원제(原題)는 Fallen Leaves 인데
바로 낙엽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이웃에 침이나 뱉으며 세월을 보낼 건가?
즐겁게 어울리자.
 
 

[김선아]

전쟁은 어떠한 명목으로 우주에서 없어져야하고 또
일어나서는 안돼지요 승자나 패자나 다 상처가 남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석촌]

옳은 이야기입니다.
모두의 상처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