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타이타닉'(1997)에서 에드워드 제임스 스미스 선장 역을, '피터 잭슨 감독이 만든 '반지의 제왕' 3부작 가운데 2편 '두 개의 탑'(2002)과 3편 '제왕의 귀환'(2003)에 로한의 세오덴 왕 역으로 낯익은 영국 배우 버나드 힐이 79세로 세상을 떠났다. BBC 방송은 매니저를 인용, 5일(현지시간) 아침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약혼녀 앨리슨과 아들 개브리얼이 임종했다.
맨체스터 출신인 힐은 1970년대부터 영국과 미국에서 다수의 TV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으며 주로 선이 굵은 역할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앞의 두 영화보다 영국인에게 각인된 그의 연기는 BBC 드라마 '보이스 프롬 더 블랙스터프'(Boys from the Blackstuff·1982)에서 실직자 요서 휴스 역이었다. 실직의 고통을 실감나게 그려 영국 아카데미상(BAFTA)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또 BBC '울프 홀'(Wolf Hall·2015)에서 헨리 8세 시대 노퍽 공작 연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이날 밤부터 시즌2 방영이 시작되는 마틴 프리먼 주연의 BBC 드라마 '응답자'(The Responder)로 TV에 복귀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졌다.
일라이저 우드(프로도), 숀 애스틴(샘), 도미닉 모너헌(메리)과 빌리 보이드(피핀)는 리버풀에서 전날 막을 올린 코믹 콘 행사에 참석하던 중 고인과의 작별을 안타까워했다. 애스틴은 "우리는 그를 사랑한다. 그는 두려움을 몰랐으며, 재미있었고, 거칠면서, 성마르면서도, 아름다웠다"고 애석해 했다. 보이드는 모너헌과 함께 3부작을 관람한 일을 떠올리며 "나는 버나드가 했던 것처럼 (원작자) 톨킨의 말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내 마음을 무너뜨렸다. 그가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애도했다.
고인 역시 리버풀 코믹 콘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취소했다. 주최측은 X에 성명을 올려 고인의 부고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유족들이 큰힘을 내기 바란다고 밝혔다.
'보이스 프롬 더 블랙스터프'의 앨런 블리스데일은 "커다란 손실이며 커다란 놀라움"이라며 "놀랍고, 최면에 걸린 것 같은 연기였다. 버나드는 모든 것을 줬고, 모든 장면에서 여러분은 그것을 볼 수 있다. 그는 요서 휴즈가 됐다"고 돌아봤다. 이 시리즈는 1983년 BAFTA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를 수상했고, 2000년 영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최고의 TV 드라마 7위에 뽑혔다.
고인의 다른 작품으로는 BBC TV 시리즈 'I, Claudius'(1976)과 '간디'(1982), '셜리 발렌타인'(1989), '스콜피언 킹'(2002), 톰 크루즈 주연 영화 '작전명 발키리'(2008) 등이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 가수 겸 배우인 바버라 딕슨은 엑스(X·옛 트위터)에 "버나드는 정말로 놀라운 배우였다. 그와 함께한 여정은 특별했다"며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