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논술 개념어 사전 > 사회탐구영역 - 아시아적 가치(자본주의)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5. 11.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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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적 가치(자본주의)
1. 교과서 속 주개념
아시아적 가치(자본주의)
근대화의 장애물로 여겨졌던 아시아적 가치와 근대화의 동력 중 하나로 여겨지는 아시아적 가치 사이에는 쉽사리 메워질 수 없는 간격이 있다. 예를 들면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서양 지식인들은 아시아가 지닌 문화적 특성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서양과 같은 경제 발전이 일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1970-80년대에 들어 동아시아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자 일부 서양 지식인들은 그 동력 중 하나로 아시아적 가치를 지목했다. 그러나 1997년을 기점으로 동아시아가 경제 위기를 겪자 또 경제 위기의 요인으로 인적 관계의 중시에 의한 가족주의와 폐쇄성 그리고 중앙의 권위주의 같은 요소를 들고 이것이 아시아적 가치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지적들을 보면 지식이 역사적 상황을 설명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후 해석적으로 동요하는 듯하다.
아시아적 가치의 지역적 기반이 된 동아시아 신흥 공업국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다. 이들 국가들이 공업화를 시작할 때 하나같이 자원과 기술 및 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유일한 자산은 교육 정도가 높고 풍부한 인력이었다. 이들 중에서 숙련된 노동 계급이 형성 되었고 리더십이 있는 정부의 공무원도 형성되었다. 이러한 특색 있는 인적 구성이 동아시아 경제 성장의 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보면 동아시아의 성장은 치열한 냉전적 대결 속에서 미국의 원조 차관이 계기가 되었다는 점 그리고 미국과 일본으로부터의 계속된 외자 유치가 급속한 산업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도 중요하게 인식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세계경제 전체에 현존하는 자본주의는 제국의 세계와 자본주의 경제의 세계가 통합된 하나의 자본주의 세계이다. 전지구화된 자본주의 생산 체제를 핵심적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말은 만물의 상품화라는 개념일 것이다. 오늘날 아시아의 자본주의 생산 체제는 전근대 제국에서 유래한 가치관과 규범 같은 사회조직의 원리를 유산으로 가지고 이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적 이윤 추구에 적합하게 재조직된 복합 체제이다.
그래서 동아시아도 주로 서구에서 유래한 개인과 사기업의 이윤추구를 경제발전의 주된 동력으로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관계의 통합을 국가 또는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희망 그리고 공동체 및 국가 발전 이후의 분배라는 가치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이러한 사회 문화적 특색이 아시아 경제 성장의 요인 중 하나였다는 것은 부정되기 어렵다. 가족·지역사회·공동체·국가에 대한 헌신은 긍정적인 보상을 받았으며 그래서 장려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서구의 자본주의 세계에서처럼 개인주의적 창의성과 시민적 자유보다는 권위적 감독기구의 승인 하에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요컨대, 완전히 이윤만을 위한 생산 체제로 조직되지는 않았으나 경제 발전이라는 자본주의적 목표와 아시아적 조직 문화가 복합된 것이 현존하는 동아시아 체제이다.
그런데 1997년 7월부터 태국 및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되었고 한국과 일본 등의 국가로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동남아시아의 총체적 경제 위기 상황이었을 뿐 아니라 한때 전 세계적 경제 공황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동아시아 경제 위기의 원인에 대한 학문적 및 현실적인 분석을 하면서 아시아적 가치는 독립 변수이건 종속 변수 이건 간에 상당한 쟁점요인으로 다루어 졌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적 가치는 가혹한 비판과 긍정적인 중시를 함께 받았다. 이 논쟁은 동아시아의 ‘기적’적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 방법으로 제시되어 온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비롯하여 수많은 변형된 이론을 포함하는 자유주의와 그에 대한 비판자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총체적 경제 위기를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표출되었던 경제 위기의 현상은 아시아 자본주의의 심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아시아적 가치가 동아시아 발전의 동력이 아닌 것처럼 동아시아 위기의 원인도 아시아적 가치의 왜곡 - 그 하나의 표현이 도덕적 해이이다 - 이 아니다. 도덕적 해이가 있다면 독점적 지배를 위해 봉사했던 아시아적 가치를 위기 이후에도 회복하기 위해 진보주의를 표방하는 신판 아시아적 가치에 대해 비판하지 않고 타협한 일이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19C이래 아시아는 서구세계의 발달된 문명과 풍부한 경제력 및 막강한 군사력에 완전히 위압된 상태에 놓여 있으면서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서구의 학술에 대해 일종의 열등감을 지녔다. 근대 초기의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대부분 진보는 곧 서구화인양 인식하고 서구적 발전 방식을 무조건 수용했다. 그러나 이것이 국가 내부에서 비판받기 시작했고, 서구화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 아시아적 가치관에 대한 옹호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서구화이든 아시아적 가치관에 대한 옹호이든 목표는 한 가지로 똑같다. 그 방법이 서구적 합리성인가 아시아적 가치인가 내세우는 차이에 불과한 것이고 경제 발전이 ‘진보’의 상징이고 ‘진보’는 최고의 선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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