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동혈(偕老同穴)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뜻으로, 부부 사랑의 굳은 맹세를 뜻한다
偕 : 함께 해(亻/9)
老 : 늙을 로(老/0)
同 : 한가지 동(口/3)
穴 : 구멍 혈(穴/0)
(유의어)
백년해로(百年偕老)
출전 : 시경(詩經)
부부(夫婦)가 한평생을 같이 지내며 같이 늙고, 죽어서는 같이 무덤에 묻힌다는 뜻으로, ①부부 사랑의 굳은 맹세(盟誓)를 뜻함 ②부부의 금실이 좋아서 함께 늙고 함께 묻힘을 이르는 말이다.
남남이었던 남녀가 부부로 만나 같이 늙으며(偕老) 같은 무덤에 묻힌다면(同穴) 그보다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금실 좋은 부부를 찬양하는 많은 성어를 낳았는데 그 중에서도 해로동혈(偕老同穴)이 으뜸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백년해로(百年偕老)도 있지만 같이 죽을 수는 없기에 하는 말이다.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개봉되어 선풍을 일으켰던 것도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76년간 해로한 백발 노부부의 실제의 사랑과 이별을 기록했기에 젊은 사람들까지 열광했다.
관객 500만에 육박하며 흥행한 것은 이런 이상적인 부부애가 주변에서는 잘 볼 수 없었기 때문일 듯하다.
이 성어가 등장한 시기는 오래다. 약 30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전해지던 시를 수록한 시경(詩經)에 자주 등장한다.
시경은 동아시아 시가문학의 원조로 평가되며 공자(孔子)도 학업의 맨 처음 단계로 생각할 정도로 중시했다. 주로 백성들이 부르던 노래를 채집한 국풍(國風)에 이 말이 수록되어 있다.
황하(黃河) 유역에 흩어져 있던 나라의 민요가 대부분인데 몇 곳만 발췌해 보면.
死生契闊, 與子成說.
죽거나 살거나 만남과 헤어짐을 함께 하자고 그대와 언약했지
執子之手, 與子偕老.
그대의 손을 부여잡고 죽도록 함께 늙겠노라.
君子偕老, 副笄六珈.
낭군과 해로해야지 쪽 찌고 구슬박은 비녀를 꽂고,
穀則異室, 死則同穴.
살아서는 딴 집이라 해도 죽어서는 같은 구덩이에 묻히리라.
⏹ 긴 노년, 가장 좋은 친구는 배우자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2007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는데, 많은 날들 중에서 5월 21일로 정한 건 ‘가정의 달(5)에 두 사람(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서로 다르게 나고 자라 살아온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 낳아 기르며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는 일.
부부하면 떠오르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이라는 말은 요즘 같이 황혼이혼과 신혼이혼이 넘쳐나는 때에 어울리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름답고 멋있게 느껴지는 노년의 모습에 대해 토론하거나 설문조사를 해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노부부가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은 빠지지 않고 꼭 들어가 있다.
결혼을 하네 마네, 계속 사네 마네 해도 우리들 속에는 서로가 짝을 이루어 다정하게 살며 해로하는 것을 부러워하고 좋은 일로 여기는 마음이 담겨있는 모양이다.
부부가 한평생 같이 살며 함께 늙어가는 것을 해로라고 하는데, 해로동혈(偕老同穴)에서 온 말로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뜻이다. 생사를 같이하자는 부부의 굳은 맹세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친정 부모님은 60년을 사이좋게 사시다가 3년 전 어머니 88세 되던 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는데 당시 아버지의 연세는 93세였다.
묘소에 가게 되면 늘 ‘머지않아 나도 곁에 와서 눕게 될 거예요’라고 말하며 담담한 표정으로 아버지 묘역을 돌아보는 어머니. 아버지 생전에 묘지를 장만할 때부터 합장하기로 했으니 두 분이야말로 해로동혈을 실천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요즘 부부는 자녀들 다 떠나고 남은 빈자리에 오로지 단둘만 남아서 오랜 기간을 보내게 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데다가 남녀 모두 평균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긴 긴 노년을 서로 소 닭 보듯이 살거나 서로 미워하며 살지 않으려면, 부부관계 점검에 나서야 한다. 젊어서 사이 나빴던 부부가 나이 든다고 저절로 사이가 좋아지거나 은퇴 후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갑자기 다정해지는 법은 없다.
새삼스럽게 할 말도 없고, 하도 오래 살아서 이제는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식의 부부, 말만 꺼냈다 하면 결국 싸움으로 끝나니 그저 입 다물고 있는 게 최고라고 하는 남편과 아내를 자주 만난다.
그러나 대화 없이는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제대로 표현하거나 전달할 수 없다. 그러니 무엇보다 대화가 먼저다.
물론 내 말을 하기 전에 상대방의 말을 듣는 훈련이 중요하다. 부부 사이에서 듣기 연습의 기본은 무슨 말이든 입에서 튀어나오려 할 때 한 호흡만이라도 참으며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하나씩 맞춰나가며 남은 인생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
혹시 가까이에 좋은 친구를 두고도 혹시 다른 데서 남은 인생길의 동반자를 찾아 헤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부관계를 정비하고 점검한다면 오늘도 여전히 내 옆에 머물고 있는 오랜 친구인 배우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금 나의 가장 친하고 좋은 친구로 새롭게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겸손함과 온유함으로 깍듯이 대하십시오. 오래 참음으로써 사랑으로 서로 용납하십시오.”(에베소서 4:2)
⏹ 사이좋고 평등한 부부로 나이 들기
하나, 배우자가 원하는 것 존중하기
부부는 일심동체라고들 하지만, 엄연히 별개의 두 사람이며 개성이 각기 다른 존재다. 같이 오래 살아서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한쪽이 막무가내로 자신의 뜻을 밀어붙여 강요하거나, 시끄럽고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려고 무조건 맞춰주고 따르는 건 안 된다. 지금 당장은 조용히 넘어가 평화를 찾은 듯 보이지만 불안한 평화는 결국 깨지게 마련이고 가슴 속에 켜켜이 쌓여있는 불만은 어느 순간 생각지 못한 데서 터져 나와 누군가의 몸에 병을 만들거나 관계를 완전히 파괴해버릴 수 있다.
둘, 집안일 나눠하기
그동안 부부가 바깥일과 집안일을 구분해서 맡아왔다 해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일상이 돌아가려면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게 집안일이다. 설거지 청소 빨래, 빨래 널기, 쓰레기 버리기, 장보기 등을 나눠서 하거나 함께 하면 집안일을 버거워하는 아내의 힘이 덜어지고 남편에게는 홀로서기의 좋은 연습이 된다. 외출이나 여행으로 생긴 아내의 빈자리가 두렵지 않고, 먼 훗날 혼자 남게 되어도 당당하게 홀로 살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처음에는 아내를 돕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일이 된다.
셋, 서로 불쌍히 여기고 감사하기
무심코 바라본 배우자의 얼굴에서 나이 듦을 실감하고, 곁에서 함께 늙어가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뜨거운 사랑과 열정의 시기를 지난 부부를 오래도록 지탱해주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측은지심(惻隱之心), 즉 서로 딱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함께 겪어낸 동지애를 계속 유지한다면 남은 인생의 고갯길을 넘어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식구들 모두 내 덕이 아니라 당신 덕에 살았으며, 부족한 것은 당신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 생각하면서 남편을 혹은 아내를 긍정의 눈으로 본다면 저절로 감사가 우러나올 것이다.
⏹ 참된 부부의 길
김영호부부의 연분을 맺는 것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하늘의 의지라 하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種) 가운데 사람으로 생을 부여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숱한 사람 가운데 일생의 고락을 함께 할 부부가 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 선택은 수학적으로 말하면 '0'에 수렴하는 기적적인 운명이라 여겨진다.그래서 천정배필(天定配匹)이라 하여 태어날 때부터 배필로 태어났다는 것이며, 하늘이 정해준 연분 즉 천생연분(天生緣分)으로 굳게 믿고, 인생여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함께 해결하며 아무런 의의(疑義) 제기 없이 재미있게 살아가라는 것이다.
하늘이 정한 것은 인위가 미칠 수 없는 영역이며, 천생연분과 천정배필은 무정의 용어로써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늘 같이 받들고 생활하는 것이 마땅한 부부의 길이라 하였다.
그래서 남편의 죽음은 붕성지통(崩城之痛)으로 성이 무너지는 아픔이라 하였던 것이며, 아내의 죽음은 고분지통(叩盆之痛)이라 하여 북을 두들기며 우는 고통이라는 고사가 있어 온 것이다.
오순도순 정답게 살면서 함께 늙어 가다가 같은 무덤에 묻히는 해로동혈(偕老同穴)의 맹세를 실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부부지도(夫婦之道)라 하였던 것이다.
특히 남편을 위해 정조를 지킨 여자를 열녀(烈女)라 하여 나라에서 정표(旌表)를 내려 열녀문을 세워 수절의 고난을 극복한 희생적 삶을 현창했던 것이며, 특히 유교에서는 열(烈)을 중요한 인생 덕목으로 규정하고, 재가(再嫁)을 하지 못하게 법으로 통제까지 하였다. 조선 시대에는 남편이 죽으면 재혼할 수 없도록 법제화하여 재가녀(再嫁女)의 자손은 벼슬길을 막으면서 여성의 수절을 미덕으로 삼았던 것이다.
열녀라는 미명(美名)은 좋을지 모르나 '열(烈)'자는 '칼로 머리를 베어 육신이 불에 타면서 갈라지는 것'을 상형을 하고 있으니, 그 고통은 어찌 정표가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 기본 욕구를 참는 것을 육신이 불에 타서 갈라지는 아픔으로 대신하였으나 열녀의 마음은 그 보다 더하지 않았을까.
지난 7월 7일 일본 오카야마현(岡山縣) 구라시키시(倉敷市)의 마비정(眞備町) 근처에 흐르던 1급 하천이 폭우에 범람하여 오다천(小田川) 제방이 붕괴되는 바람에 4600개의 집이 순식간에 수몰되고 2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엄청난 수해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이 때 84세의 노 할머니 니시히라 아키코씨(西原明子氏)는 흙탕물이 집안으로 들어와서 삽시간에 가재도구를 삼켜버려서 몸이 불편한 남편 니시하라 도시노부씨(86)를 식탁위에 올려놓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남편을 두 손으로 감싸며 구조를 요청하였으나, 점점 차오르는 흙탕물에 집은 잠기고 말았다. 몸이 성치 않는 남편을 꼭 끌어안고 종생을 맞은 것이다.
남편을 남겨 놓고 물이 집을 채우기 전에 자기 혼자만 뛰어 나왔으면 생명을 보전할 수 있었을 터인데, 평소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마음을 고이 간직하면서 꼭 껴안고 마지막 길을 함께 하였으니 이 어찌 그로우발(global) 열녀가 아니겠는가. 100세를 넘게 살 수 있는 수명에서 보면 시히라 아키코(西原明子)씨는 여생을 택하지 않고 남편 따라 저승으로 함께 떠나가는 해로동사(偕老同死)라는 부부의 길을 택한 것이다.
"여자가 지켜야 할 바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 다(女之所守 不事二夫)"라는 신라 도화녀(桃花女)의 정절을 무색하게 하는 듯 일본 할머니의 고결한 위부종생(爲夫終生) 정신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TV 드라마에도 재가를 재미있게 방영하는 것을 볼 때 영원한 가치를 지닌 참된 부부의 길이 무엇인가를 모두가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 偕(함께 해)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皆(개, 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偕(해)는 ①함께, 같이 ②두루 ③함께 하다, 같이 살다 ④굳세다, 혈기가 왕성하다 ⑤같다, 같게 하다 ⑥두루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⑦맞다, 적합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함께 구(俱), 더불 여(與)이다. 용례로는 여러 사람이 같이 즐김을 해락(偕樂), 함께 감이나 여럿이 함께 잇달아 줄지어 감을 해행(偕行), 함께 옴을 해래(偕來), 함께 감을 해왕(偕往), 부부가 일생을 함께 지내며 함께 늙어감을 해로(偕老), 부부가 한평생을 같이 지내며 같이 늙고 죽어서는 같이 무덤에 묻힌다는 해로동혈(偕老同穴), 부부가 서로 사이좋고 화락하게 같이 늙음을 백년해로(百年偕老), 부부가 되어 한평생을 같이 즐겁게 지냄을 백년해락(百年偕樂) 등에 쓰인다.
▶️ 老(늙을 노/로)는 ❶상형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머리카락이 길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모양을 본떴다. 또는 毛(모)와 人(인)과 匕(비)의 합자(合字)이다. 다른 글의 부수로 쓰일 때는 耂(로)만 쓰는 경우가 많다. ❷상형문자로 老자는 '늙다'나 '익숙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예로부터 오랜 경험을 가진 노인은 공경과 배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노인을 그린 老자는 '늙다'나 '쇠약하다'라는 뜻 외에도 '공경하다'나 '노련하다'와 같은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老자의 갑골문을 보면 머리가 헝클어진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부터는 匕(비수 비)자가 지팡이를 표현하고 있으므로 老자에 쓰인 匕자는 의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래서 老(노/로)는 ①늙다 ②익숙하다, 노련하다 ③숙달하다 ④대접하다 ⑤노인을 공경하다, 양로하다 ⑥오래 되다 ⑦늙어 벼슬을 그만두다 ⑧생애를 마치다 ⑨쇠약하다 ⑩거느리다 ⑪굳게 하다 ⑫어른, 부모 ⑬늙은이 ⑭노자(老子)의 학설 ⑮신의 우두머리 ⑯항상, 늘 ⑰접두사(接頭辭) ⑱접미사(接尾辭)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적을 소(少), 어릴 유(幼), 아이 동(童), 길 장(長)이다. 용례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어떤 일에 대해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 익숙하고 능란함을 노련(老鍊), 늙은이와 어린아이를 노소(老少), 오래 삶을 노수(老壽), 늙어진 뒤를 노후(老後), 늙은 나이를 노령(老齡), 늙은 어머니를 노모(老母), 늙은 나이를 노년(老年), 생물 또는 물질의 기능이나 성질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쇠약해지는 현상을 노쇠(老衰), 늙은 몸을 노구(老軀), 노쇠해서 생긴 병을 노환(老患), 노인이 윗사람에게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을 노생(老生), 늙어서 부리는 망령을 노망(老妄), 늙은이와 약한 이를 일컫는 말을 노약자(老弱者), 늙은 부부를 일컫는 말을 노부부(老夫婦), 마을 노인들이 모여서 즐길 수 있게 마련한 집이나 방을 이르는 말을 노인정(老人亭), 남의 일에 대하여 지나치게 염려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노파심(老婆心), 나이를 먹을수록 기력이 더욱 좋아짐을 일컫는 말을 노당익장(老當益壯), 자식이 나이가 들어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마음은 똑같으니 변함없이 효도를 해야 한다는 말을 노래지희(老萊之戱),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즐김을 일컫는 말을 노소동락(老少同樂), 늙은 말의 지혜를 일컫는 말을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는 말을 노마식도(老馬識途), 늙은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으로 글을 쉽게 쓰는 것을 이르는 말을 노구능해(老嫗能解), 늙은 준마가 마구간 가로목에 엎드렸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인물이 나이가 들어 뜻을 펴지 못하고 궁지에 빠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기복력(老驥伏櫪), 노인들이 늘 하는 이야기란 뜻으로 노인들의 고루한 이론이나 평범한 의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생상담(老生常談), 늙은 방합에서 구슬이 나온다는 뜻으로 총명한 아들을 둔 사람에게 그를 기려 축하하는 말 또는 부자가 모두 영명을 가졌음을 이르는 말을 노방생주(老蚌生珠), 부부가 서로 사이좋고 화락하게 같이 늙음을 이르는 말을 백년해로(百年偕老), 남자와 여자와 늙은이와 젊은이 곧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을 남녀노소(男女老少), 부부가 한평생을 같이 지내며 같이 늙고, 죽어서는 같이 무덤에 묻힌다는 뜻으로 부부 사랑의 굳은 맹세를 뜻함 또는 부부의 금실이 좋아서 함께 늙고 함께 묻힘을 일컫는 말을 해로동혈(偕老同穴), 많은 전투을 치른 노련한 장수란 뜻으로 세상일에 경험이 많아 여러 가지로 능란한 사람을 이르는 말을 백전노장(百戰老將), 집이 가난하고 부모가 늙었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은 벼슬자리라도 얻어서 어버이를 봉양해야 한다는 말을 가빈친로(家貧親老), 불교에서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만 한다는 네 가지 고통으로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의 고통을 일컫는 말을 생로병사(生老病死), 봄 추위와 노인의 건강이라는 뜻으로 모든 사물이 오래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춘한노건(春寒老健), 노인이 다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이르는 말을 반로환동(返老還童) 등에 쓰인다.
▶️ 同(한가지 동)은 ❶회의문자로 仝(동)이 고자(古字)이다. 여러 사람(멀경 部)의 말(口)이 하나(一)로 모인다는 뜻이 합(合)하여 같다를 뜻한다. 혹은 凡(범)은 모든 것을 종합하는 일과 口(구)는 사람의 입이라는 뜻을 합(合)하여 사람의 모든 말이 맞다는 데서 같다 라고도 한다. ❷회의문자로 同자는 ‘한 가지’나 ‘같다’, ‘함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同자는 凡(무릇 범)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凡자는 큰 그릇을 그린 것으로 ‘무릇’이나 ‘모두’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모두’라는 뜻을 가진 凡자에 口자를 더한 同자는 ‘모두가 말을 하다’ 즉,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모임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발언을 제시할 수 있다. 그래서 同자는 ‘함께’나 ‘같다’, ‘무리’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同(동)은 (1)한자어(漢字語)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같은 한 그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한가지 ②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③함께(=同) ④그 ⑤전한 바와 같은 ⑥같다 ⑦같이하다 ⑧합치다 ⑨균일하게 하다 ⑩화합하다 ⑪모이다 ⑫회동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 일(一), 한가지 공(共),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이/리(異),무리 등(等)이다. 용례로는 같은 시간이나 시기를 동시(同時),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보는 사람을 동료(同僚), 같은 의견이나 의사를 동의(同意), 한 나라 또는 한 민족에 속하는 백성을 동포(同胞), 같은 문자를 동자(同字), 함께 참가하는 것을 동참(同參), 아우나 손아래 누이를 동생(同生), 의견이나 견해에 있어 같이 생각함을 동감(同感), 같은 시기나 같은 무렵을 동기(同期), 주장이나 목적이 서로 같은 사람을 동지(同志), 데리고 함께 다님을 동반(同伴), 여러 사람이 일을 같이 함을 공동(共同), 여럿이 어울려서 하나를 이룸을 합동(合同),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어서 보거나 생각함을 혼동(混同), 일정한 목적으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임을 회동(會同), 조금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체로 같음을 대동(大同), 힘과 마음을 함께 합함을 협동(協同), 서로 같지 않음을 부동(不同), 같은 병자끼리 가엾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겨 동정하고 서로 도운다는 말을 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침상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 속으로는 각기 딴 생각을 함을 이르는 말을 동상이몽(同床異夢),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뜻으로 같이 고생하고 같이 즐긴다는 말을 동고동락(同苦同樂),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뜻으로 같은 조건이라면 좀 더 낫고 편리한 것을 택한다는 말을 동가홍상(同價紅裳),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간다는 뜻으로 원수끼리도 공동의 목적을 위해서는 같은 배를 타고 서로 협조하게 된다는 말을 동주제강(同舟濟江), 같은 배에 탄 사람이 배가 전복될 때 서로 힘을 모아 구조한다는 뜻으로 이해 관계가 같은 사람은 알거나 모르거나 간에 서로 돕게 됨을 이르는 말을 동주상구(同舟相救), 동족끼리 서로 싸우고 죽임을 일컫는 말을 동족상잔(同族相殘), 같은 소리는 서로 응대한다는 뜻으로 의견을 같이하면 자연히 서로 통하여 친해진다는 말을 동성상응(同聲相應), 발음은 같으나 글자가 다름 또는 그 글자를 이르는 말을 동음이자(同音異字), 기풍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서로 동류를 찾아 모인다는 말을 동기상구(同氣相求), 같은 성에다 같은 관향이나 성도 같고 본도 같음을 일컫는 말을 동성동본(同姓同本),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같은 의견의 사람끼리 한패가 되고 다른 의견의 사람은 물리친다는 말을 동당벌이(同黨伐異), 같은 뿌리와 잇닿은 나뭇가지라는 뜻으로 형제 자매를 일컫는 말을 동근연지(同根連枝), 겉으로는 동의를 표시하면서 내심으로는 그렇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동이불화(同而不和), 같은 목표를 위해 일치단결된 마음을 이르는 말을 동심동덕(同心同德), 같은 업은 이해 관계로 인하여 서로 원수가 되기 쉽다는 말을 동업상구(同業相仇), 이름은 같으나 사람이 다름 또는 그러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동명이인(同名異人) 등에 쓰인다.
▶️ 穴(구멍 혈, 굴 휼)은 ❶상형문자로 혈거생활(穴居生活)의 주거(住居)를 본뜬 모양이다. ❷상형문자로 穴자는 '구멍'이나 '동굴'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입니다. 穴자는 산속에 있는 '동굴'을 그린 것입니다. 갑골문에 나온 穴자를 보면 지붕처럼 생긴 덮개와 八(여덟 팔)자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동굴 입구와 주위에 늘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동굴은 깊고 어두운 곳입니다. 그래서 穴자는 '구멍'이나 '어둡다', '심오하다'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한때는 인류가 동굴에서 거주하기도 했기 때문에 '집'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穴(혈, 휼)은 (1)풍수(風水) 지리(地理)에서 산소(山所)를 써 그 집에 경사(慶事)가 있다고 하는 용맥(龍脈)의 정기(精氣)가 모인 자리 (2)경혈(經穴) (3)광산(鑛山)에서의 광맥(鑛脈)을 이름 등의 뜻으로 ①구멍 ②굴(窟), 동굴(洞窟) ③구덩이(땅이 움푹하게 파인 곳) ④움집(움을 파고 지은 집), 움막 ⑤무덤, 묘혈(墓穴) ⑥광맥(鑛脈) ⑦혈(穴: 용맥(龍脈)의 정기가 모인 자리) ⑧곁, 옆 ⑨구멍을 뚫다 ⑩혈거(穴居)하다 ⑪그릇되다, 굽다 ⑫연구하다 그리고 ⓐ굴(窟), 동굴(洞窟)(휼)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좁은 식견을 혈견(穴見), 흙이나 바위의 굴 속에서 삶을 혈거(穴居), 농사 형편이 고르지 못하여 곳을 따라 풍작과 흉작이 같지 않은 농사를 혈농(穴農), 굴 속에 만든 방을 혈실(穴室), 무덤 구덩이의 깊이를 혈심(穴深), 흙이나 바위의 굴 속에서 삶을 혈처(穴處), 묏자리나 집터의 주산에서 뻗어 내려온 줄기를 혈도(穴道), 적을 쏘기 위하여 성벽이나 보루 같은 데에 뚫어 놓은 구멍을 혈안(穴眼), 구멍을 뚫어 만든 벽돌을 혈전(穴磚), 경락에 있어서 침을 놓거나 뜸을 뜨기에 알맞은 곳을 경혈(經穴), 풍수 지리설에서 범의 혈로 된 묏자리를 호혈(虎穴), 뫼를 쓸 때 구덩이 안에 널이 들어갈 만큼 알맞게 파서 다듬은 속 구덩이를 묘혈(墓穴), 한 구멍에 들어감이나 묻힘을 동혈(同穴), 바위에 뚫린 굴을 암혈(巖穴), 시체를 묻는 구덩이를 광혈(壙穴), 뜸을 뜰 수 있는 몸의 일정한 자리를 구혈(灸穴), 명당자리가 되는 혈을 명혈(名穴), 털구멍을 모혈(毛穴), 산에 뚫린 구멍 또는 산의 정기가 모인 묏자리를 산혈(山穴), 공기가 통하게 뚫어 놓은 구멍을 통혈(通穴), 묏자리로서 합당한 땅에 썼던 뫼를 파헤침을 파혈(破穴), 굴 속이나 한데서 살아감을 일컫는 말을 혈거야처(穴居野處), 부부가 한평생을 같이 지내며 같이 늙고 죽어서는 같이 무덤에 묻힌다는 말을 해로동혈(偕老同穴), 담에 구멍을 뚫는다는 뜻으로 재물이나 여자에게 탐심을 가지고 몰래 남의 집에 들어감을 일컫는 말을 유장천혈(窬墻穿穴), 죽어서 남편과 아내가 같은 무덤에 묻힘을 일컫는 말을 사즉동혈(死則同穴), 바위 굴속의 선비라는 뜻으로 속세를 떠나 깊은 산 속에 숨어사는 선비를 이르는 말을 암혈지사(巖穴之士)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