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보니 부끄럽게도 글맵시란 아직도 초등학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읽은 책이라곤 아마도 청소년 때 몇 권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그나마도 책가방을 팽개친 후 수 십년동안 글을 읽는다든가 쓰는 것 하군 담을 쌓다보니 쉬운 우리 한글의 철자, 받침, 띄어쓰기도 잊어버리고 헷갈릴 때가 적지 않다.
쓰는 것만 문제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읽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눈이 아래로 내려간 사이 이미 읽은 윗줄의 글 내용이 머리에 선명하지 않고 흐려진다.
이 정도면 치매에 해당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무슨 책을 읽어도 연속 2회를 읽어야 조금 줄기가 잡히고.
요즘 내가 피부로 느끼는 나의 뇌의 상태는 녹이 슬다 못해 마치 망가져 패기 처분 되어야 할 기계의 본체와도 같다고 비유를 하고 싶다.
이렇듯이 나이 먹은 흔적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게 느껴진다.
내가 책을 가까이 해야겠다고 결심한 연유도 여기에 있다.
글을 읽는다든가 혹은 글을 쓰는 일이 기억이나 상상력을 원활하게 키우게 되고 그 현상이 곧 무딘 나의 뇌에 미세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작용하여 건강하고 리드미컬한 신경전달현상을 일으켜 정상적인 뇌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사람은 자신의 뇌에 능력에 비해 10%밖에 활용 못하고 있다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지만 난 거기에도 훨씬 못 미친다고 보는 것은 아직까지 머리 써가며 일해본적이 없어서다.
한 평생을 책하고 담을 쌓아온 내가 무슨 변덕인지 요즘 책에 취미를 붙이고 독서에 중독 된 양 삼매경에 빠져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나에게는 바람직스런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독서를 시작한지 두 달여 동안 약 십여 권을 읽었고 앞으로 읽어야할 책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것들은 오귀스탱 베르크의 “대지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 “톨스토이 단편선” “이솝우화집” 그리고 임레 케르테스의 “좌절”이 순서대로 기다리고 있다.
독서가 생각보다 재밋으면서 나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또 정서적 안정감으로 건강한 정신을 갖게 하는 등, 내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왕 내친김에 계획을 세워 독서를 생활 화 하기로 했고 내가 여기 카페를 찾게 된 것도 다분히 그런 이유에서다.
나의 늦은 것에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 카페의 젊은 회원님들을 생각하면 책을 가까이 하려는 현명한 판단에 칭찬하고 싶고 자랑스러우면 또한 부럽기도 하다.
효과적인 도서구입이라든가 독서에 관한 한 회원님들에 정보나 조언을 간절히 듣고 싶다.
그리고 할 수 많 있다면 짧은 토막 글 일지라도 감칠맛 나는 글을 한번 써보고 싶은 욕심까지 생기는데 역시 글을 쓴다는 게 여간한 일이 아니어서 아마도 수년이 흐른 후에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미숙한 내가 글이랍시고 가끔 습작 삼아 게시판에 수필을 올리곤 하는데 요즘같이 밀물처럼 쏟아지는 글의 홍수 속에서는 내 글이 ‘공해에 해당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과 두려움에 걱정이 아니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읽어주고 위로와 충고를 해주는 회원들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으로부터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 언젠가는 재밋는 글을 한번 써보고 싶은 소망이 있으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준비를 차곡차곡 하고 싶다.
음식을 먹을 때 그 음식이 맛이 있어야하는 것처럼 글도 또한 맛이 있어야 되는 줄을 알고 글을 쓴다는 것 또한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그리고 쉽게 되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나이에 굳이 수필을 고집하고 가끔 게시판에 올려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내 자신이 한번 써 보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고 그리고 독서와 글짓기 훈련을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 세월이 흐른 후엔 꽤 괜찮은 글을 쓸 수도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 나이에 책은 뭐고 글은 또 무슨 글! 묏자리나 확실히 준비하시지.”하고 비아냥할 수도 있을 것이고 물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무슨 꿈이나 비젼을 갖고 실행에 옮기고자하는 처지도 아니고 그럴 생각 또한 없다고 할지라도 사주팔자라든가 혹은 숙명이라는 것에 굴복하고 자연 도태 되도록 무작정 내 인생을 흐르는 세월에만 운명을 맞기지 않고 책과 더불어 생활하고 그 속에서 삶에 지혜를 얻고 영적 공급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책 속에 삶의 길이 있고 또 그것 만 큼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흔치않다.
그렇다.
비록 늦기는 했으나 독서를 통하여 내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지혜를 깨달은 것은 나 스스로 생각해봐도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난 독서를 통하여 나의 근본을 변화시키고 싶은 것이다.
훗날에 있을 나의 죽음을 위해서 묏자리가 중요할진 모르지만 오늘 살아서 호흡하는 동안은 형이상학적이든, 카오스(천지 창조이전)든, 인생이든, 말세든지... 무어든지 배우며 지식과 상상의 폭을 넓히면서 어떤 것에 대해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음미하고저하는 것과 삶을 함께 하고 싶고 새로 얻어진 이런 기쁨과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나에 의식 속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잔잔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아닐 수 없으며 이런 현상은 나를 위해서 바람직스런 것이고 이런 변덕이 다시 변덕부리기 전 까지는 이 변덕이 유효한 걸로 하고 책과 더불어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나에겐 콤플렉스가 하나있는데,
말하자면 “당신 잘하는 것이 뭐요?” 하고 누가 내게 물을 때다.
이런 질문엔 난 엉거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취미도 없이 무슨 재미로 사시우?”
천성이 게으르고 나태하다보니 뭐 특별하게 자랑거리가 없는 나에겐 이런 부끄러운 질문은 당연히 컴플렉스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이제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가 내게 같은 질문을 다시 한다면 자신과 주변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침묵해야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당당함은 세월이 갈수록 확신에 찰것이란 것이다.
책이 이렇게 좋은 것이라니......
치매가 걱정되어 시작한 독서로 이젠 더욱 풍요로운 나에 미래의 삶을 위한 파이를 키우고 있다.(final)
bakzun.
글과는 담을 쌓고 사셨다고 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영 문외한 같게 느껴지진 않으시네요.. 글구 아무리 동기유발이 되었다고는 해도 순식간에 그렇게 독서광이 되기는 쉽지 않은데... 님의 글을 읽어봐도 마음의 준비나 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수준은 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정말 대단하신 거 같아요...
첫댓글 멋지십니다^^ 배우고 익히며 자신을 갈고 닦음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저도 마음을 다시 다잡게 되었습니다.
글과는 담을 쌓고 사셨다고 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영 문외한 같게 느껴지진 않으시네요.. 글구 아무리 동기유발이 되었다고는 해도 순식간에 그렇게 독서광이 되기는 쉽지 않은데... 님의 글을 읽어봐도 마음의 준비나 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수준은 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정말 대단하신 거 같아요...
답을 주신 세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구요, 그러고 꽃보단 향기님, 내 속에있는 진정한 나를 찿는 긴 여행을 이제 막 떠났다고나 할까요. 하여튼 그런 기분이네요. 내 생애를 통해서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때가 없었던 것 같군요. 님의 과분한 칭찬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네요.
삶의 경험이 연륜이 묻어나는군요.이제 책이라는 기술적방편까지 마련하셨으니 호랑이가 날개를단격이군요.^^;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하네요.
예, 쥐띠거든요. 56세랍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책 많이 있어요. 많이 많이 읽으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