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6월 06일 금호강 뚝길을 따라 대구대-대가대-무학산-환성산-도동-불로동-대구공항-효목동까지 9시간을 달렸고, 7월 2일 9산 종주 산악 마라톤에 참가하여 헐티재(38Km)까지 약 8시간을 소화했다. 8월 5일 밤 9시에 대구공항-파군재-무태-국우턴널-50사단-송림사-한태재를 왕복하는데 9시간이 걸렸다. 어느 정도 울트라에 적응되는가 싶기도 했다. 드디어 ‘부산 썸머 비치 울트라’ 대회가 다가왔다. 그런데 10호 태풍이 온다는 것이다. 그 무덥던 더위가 사라지고 가을 날씨가 온 듯한 느낌이다. 많은 비가 동반한다고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이 번 울트라는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서 울주군의 진하 해수욕장까지 왕복(100km) 코스이다.
8월 19일 오후6시에서 20일 아침 10시까지(16시간)로 온갖 역정을 이겨내야 하는 우리 인생과 같은 과정이라 생각된다. ‘왜 이렇게 고생을 하며 달려야 하는가? ’ 하고 물어 오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게도 타진해본다. 그 해답은 간단하다. 도전 정신과 탐험이 아닌가 싶다. 우리 인간이 그런 정신과 욕구가 없었다면 아메리카 대륙을, 우주의 신비를 밝혀낼 수 있었을까. 끝없이 탐구하고 도전하기에 발전하고 미지의 신비가 드러나지 않는가 싶다. 불치의 병이라고 여겨지던 것이 간단하게 치료되며,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듯 인간의 한계에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우리 인간의 한계는 무한하며 위대한 것이며 소중한 것이라 생각된다.
20일 태풍의 상륙으로 비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참가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하지 못하고 일단 행사장으로 갔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접수를 마치고 참가 번호와 기념품을 받아들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수영만 경기장 건물 2층에서 부산카톨릭마라톤회 주관으로 특전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다. 약 100명이 참석하여 주위의 많은 비신자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 신앙을 알리고 관심과 전교의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많은 비가 오는 가운데 오후 6시에 수많은 가족의 격려를 받으면서 출발했다. 얼마 가지 않아 신발에 물이 스며들어 양말까지 흠뻑 젖어 발에 이상이 오지 않을까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러나 비를 맞으면서 뛰니까 몸의 열기를 막아주고 시원하며 묘한 기분까지 들어 앞으로 진행하는데 별 지장이 없었다. 비와 고통, 이 모든 것이 은총임을 특전 미사 시간에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떠올랐다. 동백섬을 한바퀴 돌아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해맞이 공원의 4km의 언덕을 넘어 갔다. 10km를 지나 우측의 여러 음식점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고 즐겁게 소담하는 모습들이 부럽기도 했다. 20km지점에서 가톨릭마라톤회에서 물과 초코파이를 나누어 주었다. 한참을 달려가니 빗줄기가 가늘어 지더니 9시가 넘어 멈춰서 다행이었다. 잠시 슈퍼에 들러 물을 보충하고 빵 하나를 사 먹었다. 젖은 양말을 벗어 짜니까 물이 주루룩 쏟아졌다. 한결 가벼워지고 좋았다.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찜질방을 찾아 그곳에서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잘 다녀오란다.
30km지점에서 간단한 국밥을 받아먹고 조금 휴식하고 달려갔다. 아직까지 별 이상은 없었다. 부산대학교 마라톤회에서 수박화채를 한 그릇씩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고마움을 전하고 계속 나아갔다. 가는 중에 각 동호회에서 물과 커피를 주면서 응원해 주었다. 8km/h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드디어 진하 해수욕장의 50km반환점에 다 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박수로 격려해 주었다. 약 6시간 10분이 걸렸다. 주최 측에서 공급하는 국밥을 받아들고 자리를 살피니까 누가 반갑게 인사하며 자리를 잡아 주었다. 지난 겨울에 일본 이브스끼 대회에 동행한 울진 군청에 군무하는 주진환씨였다. 식사를 하고 다시 양말의 물끼를 제거하고 휴식을 한 후 물을 보충해서 다시 왔던 길을 달려야했다.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에 길도 어느 정도 익숙하여 여유가 생겨 주위의 풍광과 바다, 밤의 고요함속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여유로움이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힘이 떨어지고 몸은 무거워지며 속력은 7km/h이하로 되었다. 70, 80km까지는 그럭저럭 왔다. 이제는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10km가 그렇게 먼 거리인지 실감했다. 아무리 달려도 90km의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묵상하면서 또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90km에 도달하니 20일 아침 6시경이었다. 물을 얻어 마시고 해맞이 공원의 긴 언덕을 걸어서 넘어 오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내리막길은 살금살금 뛰어서 가야하는데 근육통으로 뛸 수가 없었다. 많은 주자들에 스쳐 지나갔다. 나름대로 연습을 많이 했는데 부족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평지에는 뛰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오늘의 울트라에 참가하기까지 격려하고 도와준 친구 이성우로부터 전화가 왔다. 격려 전화에 더욱 힘을 얻어 해운대 해수욕장과 동백섬을 돌아 드디어 결승점이 보였다. 결승점에서 어떤 표정과 행동을 보여야할까 생각하면서, 200m앞의 결승점을 향해 수많은 인파들의 축복과 1228번 수고하셨습니다. 의 멘트를 들으며 두 주먹 하늘높이 치켜세우며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13시간 36분 동안 힘은 들었지만 영광과 행복함을 느끼면서, 또 비가 오는 가운데도 주최 측의 빈틈없는 준비와 진행에 깊이 감사드린다. 뛰면서 힘들 때 하느님이 함께함을 믿고 의지하면서 달렸던 것이 큰 은총이며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더 멋진 마라톤 피정을 위해 준비와 노력을 다짐하면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