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가 개막을 한지도 벌써 20일이 가깝다. 이맘 때 쯤이면 겨울동안 야구갈증에 젖어있던 일본 야구팬들이 엉덩이를 덜석이며 흥분하는 것이 지난날 시즌 초기의 예였지만, 올해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다 보니 열광하고 흥분하는 정도도 예년에 비할 바 없이 크기만 하다.
우리나라에도 자세하게 보도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에 이적한 일본 선수들이 기대이상의 활약으로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일본 내 프로야구 붐 조성에도 적잖은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기대와 비관이 엇갈리는 속에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한 일본 프로야구 팬의 '아이돌'(idol) 이치로와 뉴욕 메츠로 진출한 한신(阪神) 타이거즈의 얼굴 신조(新庄)가 홈런을 터뜨리고 경기마다 안타를 날리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펄펄 나는 허슬플레이로 야수로서의 성공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
매리너스의 수호신으로 4연속 세이브를 따낸 사사키(佐佐木)는 말할 것도 없고, 한물 간 것으로 치부됐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노모(野母)마저 양 리그에 걸쳐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개막 2연승을 올리는 등 메이저리그 진출 일본인 선수들은 연일 자국 신문과 TV뉴스의 톱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TV의 열성은 제 정신인가 싶을 정도다. 일본인 선수의 활약상을 속보로 전해주기 위해 일본프로야구를 중계하는 도중에도 그들이 뛰는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방송하고 있으며, 오전과 오후에 걸쳐 두 경기를 중계방송하는가 하면, 코시엔(甲子園)의 전국선발고교(選拔高校)대회 준결승전이 벌어진 지난 4월3일 NHK방송은 같은 시간대에 BS1은 고교야구, BS2는 매리너스 대 어슬레틱스 경기를 중계하는 열성을 보였다.
일본 팬들은 태평양을 건너오는 이들 자국 선수들의 낭보와 더불어 일본프로야구의 개막초기의 아기자기한 재미에 거의 취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야구를 밥보다 좋아하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야구에 그토록 밝을 수가 없으며, 「야구로 지새는 나라」에다가 「1억(億) 총평론가의 나라」라고 으스대는 일본인들이다.
그러면 일본프로야구의 현황은 어떤가. 퍼시픽리그에서는 예상을 깨고 롯데 마린즈가 며칠째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2년 연속 리그우승을 한 다이에 호크스가 최하위에 처졌다가 겨우 한 단계 올라서는 고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 센트럴리그는 야쿠르트와 주니치, 자이언츠 등 세 팀이 공동수위라는 진풍경 속에 지장(智將) 모리(森)가 이끄는 요코하마(橫濱) 베이스타즈가 5위에 처지는 이변도 일어나 모든 팀들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