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의 여러 형태 중 가장 이상적인 운영방식을 가진 것은 오너 셰프 레스토랑이다. 음식을 좋아해 요리를 배웠고, 자기가 만든 음식을 먹은 손님들의 만족도에 따라 성취도도 동반 상승하거나 추락하고, 따라서 모든 책임은 자신이 져야하므로 언제나 최선을 다 하고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오너 셰프 레스토랑. 우리나라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오너 셰프 레스토랑 몇 곳을 소개한다.
오너 셰프 레스토랑이란 말 그대로 사장(owner)이 조리사(chef)인 식당을 말한다. 식당의 성패는 주방에 있다. 식당 서비스의 90%는 ‘맛있는 음식’이 차지한다. 아무리 싹싹한 사장이 홀에서 손님들을 웃음으로 대한다 해도, 맛없으면 끝이다.
반대로 ‘이런 육시럴 놈이 어따 대고 물을 갖다달래! 니 놈은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이런 연병할 놈을 봤나’ 하고 욕지거리를 해 대는 식당에 손님이 몰리는 이유는 그 집 음식이 맛있기 때문이다. 맛없는 집 할머니가 욕설을 풀었다가는 당장 경찰이 출동하게 될 수도 있다.
오너 셰프 레스토랑, 특히 미니 레스토랑의 최대 장점은 오너 셰프와 손님이 얼굴을 마주보고 수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메뉴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메뉴판에 없는 새로운 음식을 개발, 단골 손님에게 ‘오늘은 이렇게 해 봤는데, 한번 드셔보실라우?’ 라고 물으면, ‘아, 그것 맛있겠네요. 제가 오늘 기꺼이 마루타가 되어드리리다’라고 농을 치는 정겨운 풍경은 오너 셰프 레스토랑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일반 레스토랑이나 규모가 큰 오너 셰프 레스토랑에서는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유명한 조리장의 이름을 간판으로 건 레스토랑이라고 오너 셰프가 직접 요리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이름을 빌려주고, 개업 준비와, 개업 후 몇 개월만 직접 주방에 들어가 조리 겸 전수 작업을 할 뿐,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기 나라, 또는 새로 문을 여는 다른 나라의 레스토랑으로 가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욕쟁이 맛집 할머니는 오너 셰프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페이지에서는 제외했다.
그 분들의 공력이 하늘을 찌를 정도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셰프의 기본은 ‘계량화 된 레시피’에 있기 때문이다. ‘갖은 양념’, ‘한 소큼 팔팔 끓여’, ‘한 주먹 넣어’, ‘적당량만’, ‘2~3 작은 술’ 이라는 모호한 조리법은 적어도 제대로 된 셰프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은 기분이 안 좋으니 고춧가루 팍팍! 이것도 안 될 말인 것 처럼… 비교적 계량화 된 레시피와 욕심 없는 공간에서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펼치고 있는 오너 셰프 몇 사람과 그들의 레스토랑에 한 번 가 볼만 하지 않을까?
원 테이블 레스토랑 레스토랑 서승호 Restaurant Suh Seung Ho
하루에 단 한 테이블의 디너를 위해 오픈한 레스토랑 서승호. 라미티에, 데세르 등의 오너 셰프 레스토랑을 대중에게 알려왔던 서승호 셰프가 운영하는 조금 색다른 레스토랑이다. 이태원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이곳은 알록달록 색동 화분들이 장식되어있는 귀여운 외관이 이국적이다. 하루 한 팀만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은 저녁식사만을 책임지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다. 요리, 와인, 음악, 파티의 성격에 따라 콘셉트를 셰프와 상의하면 된다.
요리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10코스 정도가 준비되며 당일의 재료의 신선도로 정하기도 하고 손님의 식사상황을 지켜보며 즉흥적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쉬는 날이면 요리를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세미나를 열어 요리의 길을 지도해 주기도 하며 와인에 관한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특별한 시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최근 프러포즈하기 좋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며 여유 있게 예약하는 편이 좋다.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231-36 / 문의 : 02-790-9621 / 가격대 1인당 20만원대
손님과 맨투맨 서비스 부숑 Bouchon
일산의 한적한 길가에 프랑스풍 작은 레스토랑이 있다. 안을 빠끔히 들여다보면 작은 공간에 3명 남짓 셰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부숑은 프렌치 전문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오너 셰프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신라호텔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던 박범진 셰프가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테이블이 5개 밖에 없는 작은 공간으로 세프들이 요리와 홀서빙을 겸하고 있다.
컬러풀한 인테리어 콘셉트와 꽃그림의 액 자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작은 4인용 식탁이 오밀조밀 귀여운 느낌이다. 음식은 주로 푸아그라, 송로버섯, 캐비어 등 세계 3대 진미가 주재료이며 고정된 메뉴보다는 날씨나 계절에 따라 독창적인 메뉴로 교체되는 편이다. 또한 부숑의 요리는 하나의 장식품처럼 예쁘고 아기자기한 담음새가 특징이다.
주소 : 경기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1301-2, 일산 코스트코 부근에 위치
문의 : 031-811-2329 / 가격대 코스메뉴 7만원대~9만원대
손맛이 느껴지는 공간 요리사 손지영의 핫토리키친
최근 핫토리 출신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태원 경리단길 초입의 핫토리키친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손지영이야 말로 오너 셰프 레스토랑의 모든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즐거운 요리사이다. 일식 전통 요리는 물론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이자카야 요리가 주 메뉴다. 워낙 작은 공간이라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곳이지만 손님들은 그런 북적거림을 더 좋아한다. ‘푸드 다이알로그 바’인 이곳은 요리사가 손님의 대화에 참여하면서 손님과 유대감을 쌓아가고 있다. 메뉴판도 없다.
손님과 셰프가 상의해서 음식을 결정하기도 하고 때로 는 셰프 혼자 판단하여 만들기도 한다. 오너 셰프 레스토랑의 가장 큰 특징인 셰프 마음대로 창작요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샐러드 우동과 도미 뱃살 데리야키 등은 핫토리키친의 간판메뉴다. 재료와 맛에 대해 키워온 신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어 셰프를 믿고, 요리를 믿는 손님들로 언제나 만원이다. 조금만 더 넓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작고 좁은 핫토리키친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225-94
문의 : 02-792-1975
이탈리아의 맛 빌라 소르티노 Vila Sortino
이태원의 유명인 오너 셰프 산티노 소르티노가 경영하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만 훌륭하게 소르티노를 오픈하고 외국인들과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은 뒤, 두 번째 레스토랑 빌라 소르티노를 오픈.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통로를 거쳐 입구를 열면 레스토랑의 스케일에 놀라게 될 것이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밝은 홀과 와인을 마시기 좋은 차분한 분위기의 홀로 나뉘어져 있으며 중앙에는 빌라 소르티노의 핵심 엔진인 키친이 있다. 횡성한우로 만드는 티본 스테이크와 로마식 피자는 이곳에서 필수로 맛보아야할 메뉴. 육즙이 흐르는 부드러운 한우와 레드와인을 곁들인다면 최고의 저녁 만찬이 될 것이다. 이곳의 와인은 100% 이탈리아 와인으로 채워져 있으니 참고하자.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탈리아 와인을 추천받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불가마에서 직접 구운 투박한 피자는 얇은 도우와 풍성한 토핑으로 보기만 해도 흐뭇한 기분을 자아낸다. 이탈리아의 열정과 유쾌함이 레스토랑과 요리에서 느껴지는 빌라 소르티노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124-2 / 문의 : 553-9227
캐주얼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에오 Osteria Eo
청담동 오너 셰프 레스토랑 중 유명세를 탄 곳을 꼽으면 ‘리스토란테 에오’일 것이다. 리스토란테 에오를 오픈한 어윤권 셰프가 만든 두 번째 오너 셰프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에오’를 소개한다. ‘간편하게 음식이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다이닝’이라는 뜻의 오스테리아는 캐주얼 콘셉트를 지향한다.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와 넓은 창, 시원하고 깔끔한 앤티크 가구가 고풍스럽다. 오픈키친을 통해 조리 과정을 볼 수 있으며 셰프와 손님의 교감을 더욱 높여준다. 해산물 샐러드, 한우 라쟈냐 등을 선보이며 와인에 잘 어울리는 요리를 선보인다. 박찬민 셰프와 메뉴에 관한 상의를 한다면 개인 취향과 그날 가장 신선한 재료를 고려하여 특별한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4-18 / 문의 : 3443-1280
가격대 샐러드 1만2000~1만9000원대, 코스 2만7000~4만8000원대, 메인 1만8000~3만2000원대
스타일리쉬 덮밥 노다 보울 nodabowl
조금 더 특별한 오너 셰프 레스토랑 노다 보울.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 스타인 김노다가 오픈한 노다볼은 덮밥과 사케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작고 심플한 인테리어는 일본 이자카야의 분위기를 모던한 분위기로 만들었으며 가로수길에 어울리는 빈티지 공간이다. 꾸밈없고 소박한 분위기가 더욱 멋스럽게 느껴진다. 예쁜 음식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운영하는 곳답게 예쁘고 센스 있는 담음새의 요리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인기 있는 메뉴부터 살펴보면 돼지고기 양파덮밥을 먼저 추천한다. 노다보울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것은 담백한 돼지고기와 산뜻한 양파의 맛이 절묘하게 어울려 마니아들을 감동시킨다. 사케와 어울리는 안주 메뉴도 풍성하다. 매콤한 돼지고기 요리인 와사비 매쉬드 포테이토를 곁들인 돼지고기 또한 인기 메뉴 반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