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도 남부 타밀나두(Tamil Nadu) 주
<1> 대도시 주도(州都) 첸나이(Chennai)
주도(州都)인 첸나이(Chennai:옛날 이름 마드라스:Madras)는 1640년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이곳에 세인트 조지 요새를 쌓고 무역을 시작하며 도시의 형태가 갖추어졌다고 하는데, 초기 영국 식민통치의 거점이 되었던 슬픈 역사가 있다.
인구 800만 명 정도로 인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라는 첸나이는 거리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낡은 차들이 거리를 메우고 매연을 내 뿜으며 경적 음을 울려대는 등 정신이 하나도 없다.
과연 스리랑카와는 다른, 이것이 인도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스케줄이 바뀐 탓으로 관광할 자신이 없어 우선 시내를 둘러볼 요량으로 중심가에 있는 중앙역(Central Station)으로 갔는데 역사(驛舍) 건물이 마치 궁전처럼 멋있고, 근처의 다른 건물들도 유럽풍으로 굉장히 웅장하다.
첸나이 역사(驛舍) 건물 / 첸나이 골든비치(Golden Beach) / 리조트 입구 코끼리 동상
중심가를 기웃거리며 걷다보니 마침 길옆에 여행사(Travel Agency)가 있다. 곧장 들어가 일일투어를 알아보니 내가 꼭 보고 싶었던 칸치푸람과 마하발리푸람을 포함하여 12시간 투어 요금이 8.8달러(380루피-9.000원 정도)밖에 안 된다.
그것도 입장료, 가이드 비용을 포함한 가격이라니 이런 횡재가 있나 싶다.
칸치푸람과 마하발리푸람은 첸나이에서 다른 방향으로 각각 60km가 넘는 거리에 떨어져 있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휴양지인 골든 비치 리조트(Golden Beach Resort)였는데 시원한 벵골 해를 낀 멋진 곳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과 놀이시설 및 편의시설, 흰 백사장의 해수욕장, 고대 사원을 본뜬 건축물인 듯 기묘한 조각으로 가득 채워진 거대한 기둥(列柱)들의 건물(나중에 보니 칸치푸람 바이쿤타 사원의 만다파 모방) 등 볼만한 것이 많다.
<2> 마하발리푸람(Mahabalipuram)과 칸치푸람(Kanchipuram)
벽화 아르쥬나(Arjuna)의 고행(강가의 하강) / 라타(Rathas) / 크리슈나의 버터 볼
♣강가-갠지스강의 여신
마하발리푸람은 첸나이에서 두 시간 정도 거리의 남쪽 해안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이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AD 7세기 초에 조성된 힌두사원 유적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천연 바위산을 파내어 조성한 다섯 개의 라타(Rathas-신이 타는 수레)와 바위산 외부를 다듬어 가로세로 27m×9m 크기의 바위벽에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찬 조각암벽은 힌두의 이상세계를 엿보는 것 같은 상상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특히 거대한 두 마리의 코끼리 조각은 그 사실적이고 세밀한 조각에 감탄을 금할 수 없으며 또 다섯 개의 라타는 석굴인데 바위산을 파내어 석굴을 만들고 내부를 수레 모양으로 꾸민 것이다.
아르쥬나(수행자)의 고행(혹은 강가의 하강)으로 불리는 이 거대한 암벽조각은 힌두 신화를 모티브로 조각한 것이라고 한다.
라타와 바위벽 조각을 감상한 후 뒤편 언덕을 오르면 바위산 위에는 곳곳에 사원의 유적들이 흩어져있는데 거대한 석문(石門)과 초석(礎石) 등은 당시 사원의 위용을 짐작케 한다.
바위 언덕 위쪽은 굴곡은 있지만, 상당히 넓은데 곳곳마다 바위를 파내어 만든 돌계단과 건물 흔적이 있고 작은 그늘도 있어 사람들이 쉴 수 있다. 바위 언덕을 내려오면 지금도 사람들이 꽃을 바치고 참배하는, 작지만 오래된 고푸람(아래 작은 감실이 딸린 힌두 스타일의 탑:樓門)이 있으며 그 주변으로는 넓게 잔디밭을 조성하여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한쪽에는 흡사 설악산의 흔들바위를 닮은 둥근 공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크리슈나(Krisna)의 버터 볼(Butterball)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갖고 있다. 크리슈나는 힌두 최고 신(神)인 쉬바(Siva/Shiva) 신의 일곱 번째 분신(Avatar) 명칭이라고 한다.
에캄부레스와라 사원 / 코끼리의 축복을 받는 사람들
칸치푸람은 마하발리푸람에서 북서쪽으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고대도시이다.
인구 16여만 명의 작은 도시인 칸치푸람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데 당나라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紀)에도 언급되어있는 고대 불교의 성지인데 지금은 불교사원은 없고 수많은 고대 힌두교 사원들만 들어서 있는데 힌두교 7대 성지(聖地)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이곳에는 8세기 중엽에 건축된 카라사나타 사원(Kalasanatha Temple)과 바이쿤타 페르말 사원(Vaikuntha Peruma Temple), 그 밖에도 에캄부레스와라 사원(Ekambreswara Temple), 무크테슈바라, 마탄게슈바라, 바라다라자와 쿠마라 코탐 등 헤아릴 수도 없이 수많은 힌두교 사원들이 있어 힌두교의 성지로 불린다.
특히 에캄부레스와라 사원(Ekambreswara Temple)은 거대하고 높은 성벽이 완벽히 보존되어 있고 거대한 고푸람과 정교한 조각의 만다파(Mandapa:列柱의 방)가 유명한데 만다파는 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홀에 기묘한 조각의 기둥(柱)들로 채워진 것을 일컫는다.
한때는 이 기둥의 수가 경쟁이 되어 백 개 열주의 만다파, 천 개 열주의 만다파 등이 생겼다던가...
사원 앞에는 예쁘게 치장한 거대한 코끼리가 순례객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있다.
코끼리 앞에서 합장하고 고개를 숙이면 코끼리가 코로 머리를 톡톡 건드리고 쓰다듬어 주고는 코를 뒤집어 내민다. 그러면 축복받은 사람은 약간의 돈을 코 위에 놓아주면 코끼리는 받아서 등 위의 주인에게 건네고 주인은 받아서 돈주머니에 집어넣고.... ㅎ
칸치푸람에서 돌아오는 길은 시원한 고속도로가 뚫려 있었는데 왕복 고속도로 사이의 좁은 완충지대에는 소와 개들이 어슬렁거리고, 고속도로인데도 차와 오토바이, 아도택시(세발 툭툭이)도 함께 달릴뿐더러 느닷없이 사람이 뛰어 건너기도 해서 깜짝 놀랐다.
제일 걱정은 왕복 도로 중간에 설치한 완충지대의 소와 개는 이 달리는 차들을 뚫고 어떻게 들어왔을까, 어찌 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