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호 루카 신부
2023년 10월 28일/연중 제29주간 토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에페소 2,19-22 루카 6,12-19
몇 년 전에 나온 공익 광고 내용입니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태극기를 다는 국경일 하루만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국가 대표 축구 경기를 보는 90분만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순국선열을 위하여 묵념하는 1분만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독도에 관한 뉴스를 접하는 그 순간만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나라 사랑은 어떻습니까?”
그런데 이 광고 내용을
하느님 나라의 백성에게 맞추어 바꾼다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성체를 모시는 그 짧은 순간만 주님을 사랑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성가를 부르며
감동을 받는 순간만 주님을 사랑합니다.
비신자인 배우자가 오늘도 성당 가냐고
구박을 할 때만 주님을 사랑합니다.
힘든 일이 생겨서 주님께 기도를 해야 하는
경우에만 주님을 사랑합니다.”
외국에 가면 누구나 다 애국심이 생기고,
국가 대표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 나라의 백성인 우리도
성당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순간 교회의 대표,
하느님 나라의 국가 대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뽑으십니다.
그리고 그들을 사도라고 부르십니다.
사도란 ‘파견된 자’라는 뜻입니다.
이 열두 명을 보고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녕 사도들은 자신들의 삶 전체를 통하여
예수님을 증언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사도입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서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ㅡ 제주교구 한재호 루카 신부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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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 사도 요한 신부
2023년 10월 28일/연중 제29주간 토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에페소 2,19-22 루카 6,12-19
오늘 우리는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의 축일을 지냅니다.
성경에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명단에 등장하는 이름 말고는
이들에 대한 언급이 따로 없어서,
다른 사도들에 견주어 덜 알려진 것이 사실입니다.
시몬 사도는 마태오, 마르코, 루카 복음서의 곳곳에서
늘 열혈당원으로 소개됩니다.
‘열혈당’은 당대 패권을 쥔 로마 제국에
무력으로 대항하려고 기원후 6년 무렵 조직된
유다 민족주의적 당파로 ‘젤롯파’라고도 불립니다.
시몬 사도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전에
이러한 독립 운동에 가담할 만큼 열성적이었고
또 메시아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던 인물로 보입니다.
유다 사도는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 이스카리옷과 이름이 같습니다.
루카 복음의 열두 사도 명단은 유다라는 이름과 함께
그를 야고보의 아들로 소개하지만,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의 명단에는
유다라는 이름 대신에 ‘타대오’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타대오는 아마도 유다 사도의 그리스식 이름이었을 것입니다.
시몬과 유다 사도는 함께
선교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몬과 유다의 수난기』라는 초기 문헌에 따르면,
두 사도는 시리아와 소아시아를
함께 여행하며 복음을 선포하였고,
선교 영역을 페르시아까지 확대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사도 모두 페르시아 지역에서
순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의 순교에 대하여 여러 전승이 있는데,
시몬 사도는 톱으로 몸이 잘려 순교하였고,
유다 사도는 창에 찔려 순교하였다는
전승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예술 작품에 두 사도가 표현될 때,
시몬 사도는 톱과 함께, 유다 사도는 창과 함께
묘사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가운데에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습니다(루카 10,1 참조).
고된 선교 여정 가운데 서로에게 의지하며
힘이 되어 주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시몬과 유다 사도는 그러한 예수님의 의도를
제대로 알아듣고 기쁜 소식을 함께 전하러 다닌 사도들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
ㅡ 인천교구 정천 사도 요한 신부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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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바오로 신부
2023년 10월 28일/연중 제29주간 토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에페소 2,19-22 루카 6,12-19
두 분의 사도를 기리는 오늘,
미사의 말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우리 모두가 하나라고 이야기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다."(루카 6,12-13)
예수님께서 제자단을 구성하십니다.
당신을 따르는 이들 중에서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영적으로 계승하는 열두 명을 따로 부르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은 밤을 세워
하느님과 의논하시며 그분의 뜻을 찾으셨지요.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제자들이 큰 무리를 이루고 ...
지방에서 온 백성이 큰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루카 6,17)
산에서 내려온 예수님 일행 앞에 큰 무리가 몰려듭니다.
다른 제자들도 있고 가르침과 치유를 청하는 군중도 있지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에 그들이 얼마나 놀라고
기뻐하며 달려왔을지 짐작이 갑니다.
가난하고 단순 소박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예수님의 출현은 하느님의 메시지이고 구원의 희망입니다
"군중은 모두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앴를 썼다."(루카 6,19)
예수님께서 구마와 치유로 사람들을 고쳐 주시니
사람들이 예수님 가까이로 몰려듭니다.
손을 뻗어 예수님께 대려는 적극적 행위 안에는
그들의 절박한 심정과 간절한 바람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그분에게서 나오는 힘에 닿고 싶고 그 힘을 입고 싶은
애절한 간원이 그들을 움직입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과 예수님,
사도들과 우리와의 관계를 눈에 보이는
건물로 설명합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이십니다."(에페소서 2,20)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는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구원 사건과
시공간적으로 큰 격차를 지닙니다만,
하느님의 목소리로 살았던 예언자들,
예수님의 가르침을 직접 받고
기쁜 소식의 초대 메신저요
실행자가 된 사도들과 현재의 우리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생생히 표현했듯,
예수님께서 모퉁잇돌로서 그 중심이 되시고
사도와 예언자들이 기초를 이룬 토내 위에
우리가 차곡차곡 쌓여 교회가 지어지는 중이지요.
'우리'에 포함된 무수한 시대와 문화,
민족과 인종의 고귀한 인격들을 관상하면,
과연 물리적으로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다양하며 긴밀한 연결체임을 감지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습니다."(에페소서 2,22)
이렇게 지어지는 교회가 곧 "하느님의 거처"입니다.
그 안에서는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이가 없지요.
하느님의 목소리가 된 예언자들,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한 사도들,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
예수님의 선한 뜻을 실제적으로 세상에 구현한
실천가와 봉사자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그 어느께 쯤에 놓여
하느님의 거처를 이루는 중입니다.
그 안에 함께하는 자체가 주님과
우리가 닿아 있음을 증명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리스도를 믿으며
성령의 인도를 받는 우리 모두는 사도들과 예언자들,
순교자들의 양분 위에서 하나의 몸을 이룹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거의 2년 가까이
교회와 물리적 거리감이 지속되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있는 힘껏
신앙생활을 하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사도 축일을 맞아 우리를 이어주던 결속감과
공동체 사랑을 기억하며
다가올 위드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성 시몬과 성 타대오,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ㅡ 작은형제회 오상선 바오로 신부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