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역겨운 이야기(2) / 펌
그렇게 그와의 시간은 지나만 갔다.
나는 더 이상 그를 바꾸려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것이 귀찮아져 그를 그냥 내비 두었다.
그렇게 애매한 사귐은 이어져갔고 그런 그는,
결코 내게 단 한 번의 관계도 요구해오지 않았다.
처음엔 내가 성적 매력이 없어 보이나 했다.
그러나 그의 매일 되는 달콤한 사랑의 문자를 받을 때면 안심되었고,
그런 그와 나는 밤늦게까지 전화통화를 이어갔다.
어느 날 나는 문뜩 나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의 목적은 단지, 사랑하는척하며 그를 더럽혀
나만의 사랑 방식으로 끌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만의 도구가 되어주길 바랐다. 그러나 이제는 그가 궁금했다.
그의 잠자리가 궁금했고, 그의 별자리가 궁금했다.
그의 이상과 철학이 궁금했고, 그의 이상형이 궁금했다.
그에게 보이고자하는 내 모습이 매일 신경 쓰였다.
그에게 내뱉었던 경박스러웠던 관계 요구는
이제 그의 말씨를 닮은 사랑 고백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매일 그가 내 생각은할까? 하며 걱정되었다.
시간이 더욱 흐르고 우리가 관계를 맺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완전히 빠져있었고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는,
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곤 관계를 요구한 듯했다.
관계를 맺는 동안, 그의 혀는 두꺼웠고, 그의 물건도 두꺼웠다.
그러나 그런 어마어마한 것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성관계 속 난폭함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소중하다는 듯이, 너무나 아깝다는 듯이,
내가 그의 애무로 인해 짜릿한 신음소리를 내뱉을 때가 있으면
그는 깜짝 놀란 눈을 하곤 나를 쳐다보았다.
혹시나 내가 고통스러워 했을까하고 말이다.
그는 나를 설탕공예 작품처럼 조심스럽게 다뤘고 나는 점점,
그런 그의 태도가 갈수록 부담스러웠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배려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의 앞에선 한 마리 작은 새였고, 그는 나를 보호하는 농부였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를 멈추지 않았고,
내 몸에 손대기를 더러워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키스는 항상 침 냄새와 더러운 혓바닥 놀림에
구역질만이 올라왔지만, 그와의 키스는 달콤했다.
뒤통수를 감싸준 큰손이 따스했다.
그리고 그는 내 눈두덩을 좋아했다.
내 눈모양이 맘에 들었나 보다. 그리고 나는 그날,
난생처음 눈두덩에 그렇게나 많은 신경세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의 혓바닥이 눈두덩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내뱉어지는 교성이 부끄러웠지만
그의 앞이기에 높게 내질렀다.
그럴 때면 그의 입가엔 장난스런 미소가 잡혔고
나는 창피함에 그의 입꼬리를 손으로 꼬집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아니 나란 존재는, 만족할 줄 모르는 존재였다.
그에게 빠질수록 나는 다시 사랑의 표현방식이 내식대로 바뀌길 바랐다.
내가 자라오며 겪어온, 내가 지금까지 받아왔던 취급으로 말이다.
하다못해 개목걸이라도 채워놓고 귀여워해주기를 바랐다.
그 욕망은 다시, 그에 대한 욕구불만의 형식으로 터져 나왔고,
그는 내가 다시 그런 요청을 시작하자 이번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의 화가 난 낯선 모습이 설렜다.
그러나 좋은 기분 뒤로는, 알 수 없는 극심한 슬픔 또한 몰려왔다.
그가 내게 언성을 높이고 다그칠 때마다 말이다.
그런, 내 감정에 대해 나는 알 길이 없었다. 단지,
나는 그가 분노했다는 사실에 억매였고 그것만을 더욱이 요구했다.
그는 계속된 나의 간구에 결국은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그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그는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를 다뤄주었다.
그리고 그런, 정사가 끝난 후 나는 다시는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는 나를 보기를 원했지만 내가 그를 볼 수가 없었다.
그날 알았다. 내 욕망이 얼마나 크나큰 실수였는지 말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와 그전의 관계로 두 번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우선은 그의 앞에서 보인 내 모습이 매일 되새김질 되었고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 내가 그에게 졸라댔던 추악한 모습들,
한심한 모습들이 계속 지나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는 사랑으로 내 욕망에 절은 짐승과도 같은 모습을 덮어주었지만
끝끝내 나는 거절하고 그에게서 나의 욕망을 받아냈다.
결국, 난 그를 나의 성적도구 그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정말로 원치 않았던 행동을 그에게 강요함으로서
난 나도 모르게 그와의 연인이라는 관계를 끊어낸 것이다.
그는 나를 다시, 품어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용서 되질 않았다.
그의 자비를 벗 삼아 그의 품에 안기고자하는 내 모습이
만약 내 눈에 비친다면 내 스스로가 너무나 경멸스러워 버틸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는 나 같은 인간과 사랑을 나누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존재였다.
그는 사랑받아 마땅했고,
자신의 사랑을 줄만한 사람에게 사랑을 주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를 놓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10년 후 언젠간 한 길거리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옆에는 얼굴에 애교가 가득한 남자아이가 있었고,
그는 듬직하고 더욱 멋있게 성장했다.
그런, 그는 나를 못 알아보는 듯했다.
조금은 서운한 감정이 들었지만 딱히, 알아챘다 하더라도
아는 척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 멍투성이인 얼굴을 어떻게 그에게 보여줄 수 있냐는 말이다.
내 20대 시절,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20대를 되돌아볼만한 추억이 과연 내게 남아 있을까 싶었다.
생각해보면 욕망의 기억은 거기서 끝이 나지만,
사랑의 추억은 참으로도 오래 가는 듯했다.
그의 얼굴을 보니 다시 두근거리는 심장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겁쟁이였고,
그가 준 용기에도 지금도 피학적인 욕망에만 허우적거린다.
그는 나를 딛고 성장한 듯했지만 나는 제자리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보자 다시 꿈틀대는 내 깊은 맘 속, 작은 씨앗.
첫댓글 잘 읽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