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주능선(성삼재~중산리) 종주 ♡
1. 산행일시 및 경로
1) 2024년 5월 25일 (토)
03:30 ~ 14:30 (11시간 00분)
2) 주능선 일자종주 (33km)
성삼재 - 노고단(대피소) - 피아골삼거리 - 임걸령 - 노루목 - 삼도봉 - 화개재 - 뱀사골삼거리 - 토끼봉 -명선봉 - 연하천(대피소) - 벽소령(대피소) - 덕평봉 - 선비샘 - 칠선봉 - 영신봉 - 세석(대피소) - 촛대봉 - 삼신봉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 - 칼바위 - 중산리탐방안내소
2. 산행소감
미완의 마무리였다.
단단한 각오로 임했어야 했는데, 그냥저냥 가보자는 심산으로 이번 지리산 주능선 종주를 대했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준비한 자는 애초 출발선 부터가 다르지 않던가.
다음에 도전?
아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즐기면서 가보자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한번에 모든 걸 훑으기에는 나는 아마추어 산꾼이다.
후일을 기약한다면 대피소에서의 달콤한 하룻밤 신세를 지고 천천히 음미하며 지리의 등허리를 탐하고 싶다.
새벽 한시에 산악회 버스에 승선이라 하루 꼴딱 지새우고 출발이다.
총무님께서 손수 준비하신 맛깔난 된장국에 두숟갈 추가해서 맛나게 해치웠다.
가보지 않았다면 화엄사 이겠지만, 분위기를 겪어봤기에 나는 버스가 올려다 준 성삼재(1,090m)부터 새벽 3시 반 출발한다.
보름달이 비춰주는 가느다란 빛에 의지해 한발짝 씩 내딛는다.
몽롱한 정신이 깨어나질 않는다.
그냥 하염없이 걸어야 한다.
혹시나 내달릴 지 모르니, 오늘은 등산화 대신 트레킹화를 신었다.
하지만, 이게 말 그대로의 발목과 발바닥을 쥐어 잡을 줄 알았나.
근거리에는 옳았으되, 장거리에는 그만큼 적응된 신발이 옳다는 걸 놓쳤다.
깔창의 튀어나옴이 이렇게나 신경쓰이며 힘들게 하는지 큰 경험이었다.
지금껏 산행하면서 정상을 목전에 두고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전혀 후회되진 않는다.
만약 욕심이 동해서 그 곳을 올랐다면 아마 더 큰 후회로 후일을 기약하지 못했을 테다.
장터목에서 혼자 멀뚱멀뚱 걸터앉아 허기적허기적 사과 하나를 밀어넣고 내려 오는 길.
이 길도 분명 여러번 오르내렸던 익숙한 길.
어젯밤 어떤 놈이 경사를 올리고, 돌망태를 흩뿌리고 간 게 분명하다.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지.
발바닥에 성냥을 갔다 대면 불 붙을 지경이다.
정말 어거지로 완수한 미완의 지리산 종주길.
그리 행복한 추억은 아니겠지만, 동료분들의 응원과 맛있는 하산음식 그리고 개운한 목욕재계와 든든한 돼지모듬구이는 못난 나에게 더 큰 보상을 내려준 듯 하다.
항상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시작부터 끝까지 준비해 주신 산악회 모든 분들께 진심을 담아 또 감사드린다.
3. 산행지
☆ 지리산 주능선
지리산 천왕봉은 남한 육지부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백두대간의 종착점이다.
천왕봉 정상의 고도는 지금까지 1,915m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1:25,000 지형도에는 1,907m로 나와 있다.
주능선은 대략 동서방향으로 달리고 있고, 그에 직각방향으로 뱀사골, 피아골, 거림골, 칠선계곡, 한신계곡, 중산리계곡이 지나고 있다.
저 멀리 노고단(1,507m) 끝이 보이므로, 주능선 왼쪽에 구름의 고도는 1,500m에 조금 못 미친다.
주능선에서 1,500m 이하인 벽소령 부근과 화개재 부근이 구름에 가려 있지만 구름 덕분에 지리산 주능선이 오히려 잘 보인다.
이 사진은 천왕봉 정상 부근에서 아기 궁둥이처럼 생긴 반야봉(1,732m)을 바라보고 지리산 주능선을 촬영한 것이다.
사실 반야봉은 지리산 주능선에서 북쪽으로 약간 비켜나 있다.
아마추어 산악인이 보통 2박3일에 완주하는 지리산 종주 코스(성삼재 - 천왕봉)는 사진에서 보는 바로 이 능선을 지난다.
주능선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예약제로 운영하는 대피소가 5군데 있으나, 어디까지나 대피소이지 산장은 아니다.
반야봉 뒤 왼편에 뾰족하게 나온 것이 노고단이며, 오른편 멀리 주능선과 직각방향으로 달리는 능선에서 가장 높은 산이 만복대(1,433m)이다.
첫댓글 천왕봉 정상을 목전에 두고 장터목에서 하산하셨군요.
역시 신발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아쉽겠지만 지리산이 어디 가겠습니까? ㅎ
잘 하셨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물러설 줄 아는 것도 산꾼이 갖추어야할 덕목 중 하나입니다. 그것이 내 몸을 지키는 지혜이니까요.
기회는 또 있습니다.
지리산이야 다음에 또 가면 되죠~~ 고생하셨습니닺^^
별똥별 님 산행기를 읽으면서 설명할 적당한 말은 떠오르지 않지만 뭔가 가슴 뭉클함이 느껴집니다.
편한 신발 신고도 힘들었을 종주인데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천왕봉이 빠졌지만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다한 종주이기에 그 의미가 클 거라 생각합니다.
옆에서 같이 걷는 느낌으로 산행기 잘 봤습니다.
"발바닥에 성냥을 갔다 대면 불 붙을 지경이다."
그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네요.
이제 좀 괜찮아 지셨나요?
산행이 끝난 후 발을 씻으며 가끔은 "미안해"라는 말을 할 때도 있었어요.
얼른 회복하시고, 금주도 행복하세요...^^
트레킹화를 신었단 말씀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