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짜다면 짜다.
아아 잘 들리시나요. 여기는 瑞草洞, ZIM이 그렇게 가기 싫어하던 강남에 사무실을 내고 말았습니다. 체질이 江北派, 江南派가 있는 지 몰라도, 동네 골목골목 안 다녀 본 데가 없어서 지리가 환한 입장이어서 大路만 번듯하고, 골목 다니는 맛이 하나도 없는 한강 남쪽의 멋대가리 없는 신식은 좋아하지 않았는데, 군대 다녀오는 동안 회사도 못 지킨 선배를 위해 지점장에게 말씀 드려 방하나를 내어 준 羅대리, 자네 사람 욕 보이는구만.
맛 집 찾아 다니기 얘기입니다. 다른 능력은 없지만 人物이 잘 생겨서인지 식당 사장님들한테는 인기가 좋습니다. 식당 사장님이 좋아하지 않으면 A급 종업원 하고라도 반드시 안면을 터 놓습니다. 그러면 반찬 서비스라도 한번 더 받거든요. 다른 복은 몰라도 人福과 먹을 福은 타고 났다고 다들 얘기 하십니다. 어디 방문하면 요즘은 수박파티들을 많이 하시더군요. 쭈뼛거리며 끼어들면 어쩔 수 없이 하나를 주십니다. 이미 허락된 거, 직원도 아닌 놈이 제일 많이 먹습니다. 간간히 유머도 되는 놈이 잘 생기기까지 했으니, 다음에 또 오랍니다. “저는요. 주시니까 먹었지만 수박 보다는 포도를 좋아해요.” 깔깔거리던 사장님, 미안하답니다. 다음에는 맛있는 포도를 준비할 테니 전화하고 오라고. 누가 모를 줄 압니까. 전화하면 먹다 남은 포도 내놓으실 거죠? 전화 안하고 오면 그 날이 蔘鷄湯 파티할 날일걸.
사람들은 처음 방문하는 집이면 근처에 화장실이 어디 있는 지 알아 놓으라 하지만, 천만에 근처에 칼국수 집과 4,000원 이하로 받는 밥집은 1주일 이내로 반드시 알아 놓습니다. 정이 안 가는 서초동 뺀질거리는 가게들 속에 그런 게 있을까 했는데 그저께 드디어 發見했습니다. 저 정도 되는 먹보면 쓱 지나가봐도 그 식당이 맛 있는 집인지 압니다. 적중률 70%!, 남부버스터미널 직원용 식당, 제눈에는 반짝거리는 \3,500, 일단은 통과, 사천원은 안되니까 1차 관문은 통과한거죠. 어제 식사 약속이 있다는 나대리, 한 놈도 같이 밥 먹자는 놈들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제 돈 주고 밥먹어야겠네. 그럴 때면 제가 숨겨 둔 비장의 밥집들을 꺼냅니다. 10위 안에 드는 집 쌍림동 벽산 지하 3,500원, 지금은 돌아가신 북한의 延亨默 총리가 칭찬했다는 환갑이 넘으신 건국대 가정학과 출신 싸장님, 요즘도 새벽 3시에 구리 농수산물 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시나요? 광장동 별미 칼국수집,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리는데 그렇게 힘드셨어요? 4,000원으로 하라는 손님 말을 무시하고 3달을 벼르시더니만 죄송합니다. 밀가루 값, 가스값이 올라서 할 수 없이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그렇게 힘들면 그대로 3,000원 하시던가. 제가 세어 받는데 올리고 난 뒤에 바지락 조개가 7개는 많아졌더군요. 에이구 돈은 못 버시겠다. 열심히 먹고, 많이 데려 올께요.
성내동 한마음식당, 농땡이 피던 시절 밥 한끼에 막걸리 한 병, 젊은 놈이 왜 그러냐는 눈길로 걱정해 주시던 할머니와 며느리 싸장님, 광장동 시절, 제 회사 주주로 등재된 배고픈 2인방이 오면, 廣津橋를 걸어 건너서 그곳에 갔었습니다. 얼마 전 쏘주를 싫어하는 非愛國者 친구들과 밥을 한끼 먹었는데 저 놈이 술 안 마시며 밥을 먹을 줄도 아네 이런 표정이었습니다. 충격을 많이 받으셨나 봐요.
廣場시장, 할머니 순대집. 우리집 6살 아버지가 중병을 앓으셔서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집안에 백수가 막내 밖에 없어서 시작된 서울생활, 병실에 돛자리 깔아놀고 자다가 막걸리 생각나서 찾아간 광장시장, 타고난 맛집 고르기 실력이 어디 가시나 한번에 알아봤지. 깐깐하게 생기신 평안도 할머니 꼬부랑이시고, 손님이 뭐라고 불만을 표시하시면 그 자리에서 쫓아내시데, 돈은 다 받고. 친해지고 나니 가기만 하면 나도 쏘주 한잔 해야겠다. 親할머니도 外할머니도 못보고 큰, 막내아들에 막내아들 출신이라서 자주 찾아 갔습니다. 몇 잔을 먹건 5,000원 언저리로 돈 받으시던 할머니가 안 보이시길래 가슴 철렁해서 며느리 아줌마한테 물어 보니 옥상에 올라갔다가 미끄러져서 메디칼 센터에 입원하셨답니다. 병실을 알아내고 할머니가 돈 아까워 못 사드셨을 바나나 한 송이 사들고 문안을 갔더니, 할마씨 주책이네, 왜 그렇게 울어 싸. 손자가 왔는데 통조림이나 좀 꺼내 주시지. 할머니 天堂에서 바나나 많이 드셔.
정 붙이기 싫은 서초동에 어제 하나 정도 그래도 있을 만 하다 싶은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외부 손님 환영! 귀한 강남 출신 박사님들은 안 오고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비정규직 아가씨들이 득시글한 쌍림동 벽산 지하 싸장님이 좋아하시는 문구죠. 벽에 붙여 놓은 정성스레 쓴 액자 하나 “손님이 짜다면 짜다” 영양사 *** 쪼금 서초동이 뭐 나쁜 것만은 아니네 생각이 드네요..
2009. 8. 8. 당선생이 올립니다
어제 목요도보 뒤늦게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사바나 추장따님과 택시를 타고 북악스카이웨이 골프연습장에서 합류했습니다. 닉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강원도 정선 출신이네요. "저 촌년이예요" 싱싱한 20대 50대, 시골 村婦가 할법한 걸쭉한 말을 하더군요. 40이넘은 엄마한테 동생 낳아달라고 졸랐던 저의 철 없는 10대, 요런 동생이 있었으면 얼마나 귀여워 했고, 얼마나 괴롭혔을까요. 도보가 끝나고 한 명도 귀가하지 않는 목요도보 전통에 따라 적선동 쭈꾸미 집에서 뒤풀이 했습니다. 우리집 밖에도 먹기위해 사는 분들이 많네요. 늦게 오신 뒤풀이의 여왕 옥수수님, 추장따님을 접수하시더군요. 잘 대해 주세요. 잘 못하면 사바나 추장님이 썩은 대구를 보낼지모릅니다. Godfather의 꼴레오네 형님처럼 말입니다. 도보후기를 올릴려다 예전에 올린글이 생각나 올려봅니다. 출근 해야하니까요. 삼치항님, 액티브님 고마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