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파도
입파도(立波島)는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국화리에 속하는 섬이다. 국화도의 국화항에서 약 5 km 북쪽에 있다. 이 섬의 입파항에서 화성시 육지의 궁평항을 오가는 배가 다니는데, 궁평항과의 거리는 12 km이다. 섬의 면적은 0.44km²이다.
‘서서 파도를 맞는 섬’이라는 뜻의 입파도(立波島)란 이름을 갖고 있다.
섬의 모양은 남북 방향으로 되어 있다. 북고남저(北高南低)의 지형을 갖고 있다. 해안을 따라서 해변이 좁게 발달해 있고, 특히 남쪽 해안에는 해식애가 있다. 섬의 북쪽에 있는 입파홍암(立波紅岩)은 화성 8경 중 하나다. 섬은 대체로 호상편마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8년의 조사에서는 총 95종류의 식물이 발견되었다. 소나무 군락과 곰솔 군락이 있으며, 그 밖은 모두 혼효림(混淆林)이다. 무척추동물은 대수리, 굴, 고랑따개비, 무늬발게가 우점종이다. 이 외에 해조류는 1종만이 발견되었다.
입파도 하루여행
기자명 김초록 여행객원기자
한국아파트신문 기사 승인일 : 2020.07.22.
바다가 그리운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이 활짝 열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초순 ‘파도(波)가 일어서는(立) 섬’이란 이름을 지닌 입파도(立波島)에 다녀왔다.
입파도에 들어가는 배는 하루에 두 번, 오전 9시와 오후 2시에 전곡항에서 출발한다. 궁평항에서는 하루 세 번 운항하는데 국화도를 경유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전곡항에서 9시에 떠나는 배에 올랐다. 승객은 나를 포함해 4명. 배는 제부도와 누에섬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거친 파도와 바람을 헤치며 힘차게 나아갔다. 망망대해. 그러고 보니 몇 년 만에 배를 타는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저만큼 입파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입파도는 남북으로 길게 누운 모습이다. 동서쪽은 완만하고 남북으로 해안절벽이 나 있었는데 절벽 위로는 등대가 손짓했다.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좌우로 날개를 펴고 힘차게 날아가는 독수리를 닮았다.
큼지막한 갯바위에 걸터앉아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동무 삼아 쉬는 기분은 꿀맛 같았다.
배는 50여 분 만에 선착장에 닿았다. 돌로 쌓은 방파제에는 언제 왔는지 낚시꾼 두엇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들리는 말로는 낚시꾼들은 좋은 포인트를 잡기 위해 전곡항에서 첫 배를 타고 입파도로 온다.
낚싯배를 빌리는 경우도 있지만 방파제나 갯바위는 전문 낚시꾼들에게 더없이 좋은 자리다. 주로 잡히는 어종은 우럭, 광어, 쥐노래미, 도다리, 붕장어 등으로 몇 시간 만에 수십 마리씩 잡아 올리는 낚시꾼도 있다.
어쨌거나 섬은 조용했다. 민박집 전화번호가 적힌 SUV 차 한 대가 서 있었고 섬 주민인 듯한 서너 명의 사람들이 매점 평상에 앉아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 흔한 섬 안내지도조차 보이지 않았다. 워낙 작은 섬이니 그냥 섬사람들한테 안내받으란 무언의 약속일까?
입파도는 화성시 우정읍 입파길에 주소를 둔 작은 섬으로 면적은 0.44㎢, 해안선 길이 4.83㎞, 섬에 살고 있는 주민은 9가구 15명에 불과하다. 이웃한 국화도에 비해 문명의 이기가 덜 침범한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섬이다. 여름을 제외한 다른 철에는 하루 방문객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주민들은 주로 민박이나 낚싯배, 어업(김 양식)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특히 입파도 앞바다에서 생산되는 김은 맛은 물론이고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청정해역이란 증거다. 일부 주민은 산에다 임산물을 재배해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섬이 간직한 빼어난 자연환경은 입파도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입파도는 원래 무인도였다. 그러다 섬을 찾는 낚시꾼과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민박이나 식당, 매점 같은 편의시설이 필요했고 몇몇 사람들이 들어와 정착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0시 5분, 매점에서 생수 한 병을 사들고 섬 탐방을 시작했다. 매점을 지나 민가 옆으로 난 언덕길을 올라가자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오른쪽 등대 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게 이어져 있었다. 길가에 핀 청초한 꽃들을 감상하며 조금 올라가니 나무 펜스가 둘러선 헬기장이 나왔다. 헬기장 양쪽으로 보이는 바다 전경이 그림 같았다.
올망졸망 섬들이 떠 있고 항해(조업)하는 선박들이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등대가 있는 섬 정상(해발 98m)은 여기서 한참 더 올라가야 한다. ‘입파도 등대’는 평택지방해양수산청 관할로, 2009년부터 불을 밝혔다고 한다. 평택과 당진항을 오가는 선박들의 안전 항해를 돕는 유인 등대다.
저 등대는 모진 비바람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와 칠흑 같이 컴컴한 어둠을 밝히며 바다의 길잡이 노릇을 충실히 해왔을 것이다. 고요하고 무서운 밤바다에서 어부들은 등대의 한 줄기 빛에 기대 안전조업을 했을 것이며 이정표 하나 없는 망망대해에서 등대는 어부들의 두려운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고마운 일꾼이다.
등대에서 내려와 다시 갈림길에서 마을로 내려갔다. 공터에 세워둔 자동차 두어 대와 산 아래 몇 채의 집이 있는 게 마을의 전부였지만 그 앞에 펼쳐진 해변은 아름다웠다. 어디로 가면 어디가 나온다는 안내판이 없어 좀 헷갈렸지만 물이 빠진 넓게 트인 동쪽 해변 갯바위 길을 무작정 걸었다. 방문객인 듯한 두 사람이 개펄에 앉아 조개를 캐고 있었다. 검고 붉은 갯바위는 반들반들 젖어 있었다.
갯바위 길은 아무 때나 걸을 수 없다. 물때가 맞아야 한다. 섬을 찾았던 그날은 운이 좋았다.
그렇게 쉬엄쉬엄 걷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바닷새의 지저귐이 연신 들려왔다. 두런두런 살펴보니 그 새는 바로 앞 갯바위에 앉아 있었다. 삐~약 삐~약, 이름은 모르지만 예쁜 새였다. 군데군데 곱게 핀 해당화도 보였다.
큼지막한 갯바위에 걸터앉아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동무 삼아 쉬는 기분은 꿀맛 같았다. 저 멀리 당진 발전소의 굴뚝이 보이고 안산 시흥 일대가 한눈에 바라보였다.
눈을 동쪽으로 돌리니 또 하나의 해변 너머로 아, 말로만 듣던 바로 그 홍암이 보였다. 붉은빛 기암괴석과 해송이 어우러지니 한 폭의 산수화다. ‘입파홍암(立波紅岩)’이라던가. 홍암은 멀리서는 진하게 보이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엷어지는 것 같았다. 홍암은 노을이 번지는 저녁 무렵에 보면 더욱 장관이라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쉬웠다.
홍암과 본섬 사이로 뚫린 커다란 구멍을 지나가자 조개껍질이 깔린 아담한 해변이 펼쳐졌다. 입파도에는 이곳 남북 해변을 포함해 5개의 해변이 있다. 여름철에 피서객들이 몰리는 이유기도 하다. 배도 피서철에 맞춰 증편 운항하고, 해수욕장은 물이 들어오면 멱을 감고 물이 빠지면 개펄 체험이나 조개, 고둥, 소라, 바지락을 캐고 게를 잡는 1석 2조의 놀이터다. 아이들에게는 자연학습장으로 그만이다.
남쪽 갯바위 길은 선착장 쪽으로 곧장 이어져 있었다. 선착장까지 천천히 걸으면 30분 남짓 걸리는데 햇살과 파도소리, 새소리가 줄곧 따라오는 정겨운 길이다. 길은 선착장에서 다시 서쪽 해변길과 북쪽 해변길로 둥그렇게 돌아간다. 그렇게 마을길, 바닷길, 산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3시간 정도 걸린다.
입파도엔 식당이 두어 곳 있지만 쉬는 날이 잦아 김밥, 도시락 같은 먹을거리는 미리 챙겨가는 게 편리하다. 음료, 과자 등 간단한 요깃거리는 선착장 앞 매점에서 살 수 있다. 섬 내 민박집이 몇 곳 있으며 피서철엔 일주일 전 예약이 필수다.
섬이 부르는 계절이다. 해수욕장, 개펄, 낚시터, 등대, 숲 그늘이 있는 입파도는 화성에서 갈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섬이다.
•주소 : 경기 화성시 우정읍 입파길 24-15(국화리 산6)
•가는 길 : 전곡항에서 하루 두 차례(오전 9시, 오후 2시) 정기여객선(경기도선) 출발 / 여름철엔 세 차례 운항 / 왕복 요금 2만원, 50분 소요, 신분증 꼭 지참 / 궁평항에서 떠나는 여객선(서해도선)은 국화도 경유 하루 세 차례(여름철엔 네 차례) 운항-오전 9시, 오후 1시, 3시
화성 입파도 탐방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