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적 같은 일
책표지로 마음을 끌어당긴 책,
발을 쭈욱 펴고 누워서 여유를 즐겨도 될 것 같은 안온함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시골 황토방에서 뒹굴거리는 마음이랄까...
"나도 시골 가서 농사 지으며 살고 싶어. 같이 해보면 어떨까? 혼자선 자신이 없거든"
어느날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난 농사 짓는 거 싫어. 그리고 농사 아무나 짓는 게 아니야."
일언지하에 찬물을 끼얹는 친구가 조금 야속했습니다.
'넓은 땅에서 사람들과 복닥거리지 않고 살면 재미있을 텐데...'
약간의 시간이 내게 주어졌고 작은 뜰이 있는 부모님 집에 머무르면서
많은 이들이 시골살이를 동경하지만 그 꿈을 이루는 이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을 전환한다는 것이 퍽으나 어렵다는 것을 깊이깊이 깨달았습니다.
더구나 벌레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와 시골살이는 간격을 좁힐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공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글을 쓰던 지은이가
고흥의 바닷가 마을로 옮겨가는 과정과 그 곳에 삶의 터전을 이루는 모습을
낮은 천정의 시골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듯 편한 솜씨로 엮어낸 글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 작가와 같은 마음으로 삶을 접하는 이만이 시골살이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몸살을 앓고 있는 땅들,
우리는 자연에게 너무도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고흥 바닷가의 땅을 구하게 되고 그곳에 집을 짓기 전 가족과 땅제사를 지내면서
바치는 기도가 자못 마음을 숙연하게 합니다.
".. 나와 우리 식구들을 비롯해 이 신성한 터를 찾는 모든 사람들이
잠시라도 욕심을 내려놓고 하루 세 끼 먹는 것에 만족하며
제자리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지금 머리 숙여 욕심을 줄여 살겠노라 고하고 있지만,
이 신성한 땅에 깃들여 사는 생명들을 알게 모르게 함부로 대할 것입니다.
내 욕심은 땅에 깃들인 모든 생명들에게 해코지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내게 도움을 주는 진정한 땅의 주인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온갖 변염과 핑계로 그들을 해치게 될 것입니다...."
지은이의 마음이 읽혀지는 책,
이 구절은 내내 소박한 마음의 지은이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땅을 구하러 다니고 보금자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화내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뭔가를 좀 더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아내의 욕심에 마지못해 끌려다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제 안에 더 큰 욕심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화는 제 안에 숨은 욕심이 분출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라는 겸허한 고백과 함께.
지은이는 고흥 바닷가에 기적 같은 집을 짓습니다.
지은이의 욕심 없는 마음이 집을 지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내가 원하는 대로 집안은 호화판으로 꾸며졌습니다.
아내 말처럼 그래봤자 보통 아파트 내부 수준에 불과하다지만,
이전에 살던 시골집을 생각하면 초호화판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집안으로 들어설 때마다 물질의 거센 물살에 휩쓸려가는 것처럼 어지럼증이 났습니다."
가족의 시골살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
그 이면에는 지은이와 그 가족의 눈물과 웃음, 한숨이 녹아 있습니다.
'푸진' 인심의 고흥 바닷가에서 지은이와 그의 가족은 반농 반어의 생활을 하며
고마움을 되갚는 마음으로 '사랑방 도서관'을 꾸렸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욕심이 없어 두려움이 없는 길,
이 땅의 끝자락 고흥 바닷가에서
그들은 욕심 부리지 않는 푸진 삶을 일구어가고 있습니다.
지은이의 나무집을 떠나면서
모두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히 꿈꾸지 못하고 따라하지 못할 그런 삶을 살아가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기적,
그것은 하늘, 땅, 생명과 함께 하는 이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 여기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첫댓글 사람은 누구나 돌아가게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언젠가는 저도 돌아가려 합니다. 시원한 개울가 냇물과 풀내음, 오염되지 않은 바람에 취해보고 싶습니다. 빌어먹을 욕심 때문에 눈치만 늘고 두려움도 많습니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바람의 언덕에서 두팔벌려 세상을 안아 봤습니다. 진한 향이
묻어나는 초록향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덕무님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시길 빌어요^^
그곳에 곁다리로 한번쯤 가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