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남부순환도로에서 북구 농소를 잇는 `이예로`가 12년 만에 개통된다. 도로 전체 길이가 17㎞ 남짓한데 완공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니 이상한 일 아닌가. 건설과정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주민들이 몰려 사는 동네 위로 대규모 고가 다리를 건설하면서 이들에게 가타부타 확인과정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그 지역 주민들이 들고일어나 다리건설을 반대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랏돈으로 다리를 놓아주면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웬 잔소리가 그리 많으냐고 생각하는 국토부 소속 국도청의 오만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니 이예로 전체 16.9㎞ 중 1구간에 해당되는 8㎞를 건설하는 데 9년이 걸렸다.
옥동~농소 간 이예로 도로건설 사업은 기존 국도 7호선이 울산 북구 시가지 중심부를 통과해 만성적 교통체증을 유발함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우회도로 개설사업으로 추진됐다. 이 사업은 지난 2006년 국토부의 대도시권 교통 혼잡도로 개선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2013년부터 1ㆍ2 구간으로 나눠 공사기 진행됐다. 조기개설이 필요했던 2구간은 2017년 7월에 개통됐다. 이후 지난해 1구간 중 북부순환도로~문수로 구간이 개통됐는데 이쪽이 바로 민원제기와 감사원 감사청구 등으로 사업이 지연돼온 `명정천 고가도로` 부분이다. 울산시는 결국 명정천 고가도로 일부를 지하화하기로 약속하고 지역주민 민원을 해결했다.
울산 중구 혁신도시 건설하자도 정부 공기업이 지역주민 의견을 무시한 사례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혁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어떻게든 땅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 도로 폭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현재 혁신도시 내 상업지구 도로는 승용차의 양방향 동시 통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쪽이 멈춰서 빈 공간을 내 줘야 상대 차량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다. 주차장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아 길거리가 온통 주차장으로 변했다. 그 결과 길가에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차량의 일방통행만 겨우 가능한 실정이다. 공기업이 헤집어 놓고 간 결과물을 울산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한 장면이다.
이예로 개통으로 울산시민들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뒤에 깔린 `흑역사`마저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건 아니다. 특히 정부 공기업이 국민을 얕보고 저지른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고작 길이 17㎞ 도로를 건설하는 데 12년이 걸리는 희한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