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산기를 씁니다.
하루하루가 행복하여 눈물이 납니다.
제 목숨을 구한 우리 복덩이, 너무 사랑합니다. ^^
35세, 초산, 유도 자연 분만, 출산 3일 뒤 복강경적 근치적 부신 절제술 시행
여아 2.94kg
(반말로 써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임신 중 결석과 신우 신염 때문에 신장 초음파를 보던 중,
오른쪽 부신에 종양이 발견되어 임신 중 MRI를 찍게 됐고,
악성 종양이 의심되어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악성일 경우 2년 뒤에 살아 있을 확률은 50% 이하, 항암도 잘 들지 않는다고 하여
빠른 수술이 필요하였으나 아기는 31주 정도 된 상태였다.
직장을 다니던 중이라 4월 3일이 예정일이어서 4월부터 휴가를 낼 생각이었으나
내분비 내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선생님들과 상의하여
36주말경인 3월 7일에 입원하여 유도 분만 후
3월 14일 부신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아이를 일찍 빼야 한다는 미안함이 컸지만,
종양 때문에 하루 하루가 우울하고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힘겹게 내린 결정이었다.
3월 5일날 산부인과 외래를 봤고, 35주차인 아기는 2.5kg라고 하였고,
교수님 사정상 3월 8일 입원하기로 했다.
3월 8일 입원하여 바로 저녁 때 유도 준비하려 했으나,
다음 주 비뇨기과 수술에 대비하여 검사와 consult가 더 필요하다고 하여 하루 보류했다.
그리고 3월 9일 저녁 6시부터 질정을 넣고 새벽에 관장하고 분만실에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질정을 넣으니 밤새 회음부와 질쪽에 통증이 있어 잠을 깊이 자지 못했다.
3월 10일날 하루 종일 쫄쫄 굶으면서 모니터링을 했으나 자궁 수축이 조금씩 있을 뿐,
진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오후 5시에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궁 수축이 여전히 보이고 있다고 하여
바로 밥을 먹지는 못하고 모니터링을 조금 더 했다.
밥을 먹고 질정을 다시 넣은 건 아마 저녁 8시경으로 기억된다.
두 번째 넣은 질정은 내게 끔찍한 고통을 주어 밤새 통증 때문에 신음하면서 잠을 못 잤다.
첫날은 씩씩하게 관장도 혼자 했는데,
둘째날은 관장을 해 달라고 하여 낑낑대면서 겨우 분만실로 갔다.
그러나 자궁 수축이 조금씩 더 있을 뿐, 여전히 진통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낮에는 밤에 못 잔 잠이나 자면서 오늘도 글렀구나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후 2시 반경. 소변이 새는 느낌이 들어
화장실로 가서 소변을 시원하게 보는데 양이 엄청 많은 것 같았다.
소변 보고 닦으니 피가 묻어 나와 의사 선생님을 불렀다.
내진을 하더니 양수가 폭포수처럼 나왔다.
양수가 터지고 나더니 진통은 모니터에서 봐도 좀 더 세졌고,
조금 있다 보니 진통이 2분 간격으로 오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는 견딜만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굉장히 아파 친정 엄마를 붙잡고 힘겹게 버텼다.
자궁은 그 와중에 조금씩 열렸고,
3cm 열리고 나서 진통 조금 하다가 무통을 맞았다.
그러나 무통 중에도 계속 진통이 왔고,
무통 주사 맞을 때도 많이 아팠다.
무통 주사 맞자마자 바로 분만장 가자고 한다.
그 때 느낌은 대소변이 다 나올 것처럼 아래가 무거웠고,
도뇨로도 소변을 조금 뺐다.
분만장에 가니 진통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하반신의 감각은 있었다.
선생님이 회음부 절개에 대비하여 국소 취 주사를 넣어주셨고,
절개하고 두 번 힘 주니 머리 나올 때 한 번 시원하고
애기 몸 나올 때 더 시원하고 곧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태반 나올 때 의사 선생님께서 배를 누를 때 조금 아프더니 태반 나올 때 또 한 번 시원했다.
그리고 회음부 절개한 데 꼬멜 때 따끔하더니 회복실에서 좀 쉬다가 병실에서 쉴 수 있었다.
그렇게 하여 3월 11일날에 우리 아가를 만났다.
분만장에 들어간 지 10 분 만에 아기가 태어난 순산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복덩이는 숨을 잘 못 쉬어서 산소를 대야 했고,
산소를 대고 있어 뭘 먹이지 못해서 링겔로 수액도 맞아야 했고,
황달 때문에 광선 치료도 받아서 한 번 제대로 안지 못하고 주말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3월 14일날 아침에 나는 복강경으로 부신을 떼어냈다.
주말 사이에 회음부 상처가 좀 아픈 것 말고 회복은 정말 빨라서 컨디션은 좋았는데,
추운 수술실로 가니 겁도 나고 눈물도 좀 났다.
마취를 하는가 싶더니 3-4 시간 지나서 회복실에서 눈을 떴는데
진통제 때문인지 그 날은 통증을 못 느꼈다.
그래서 심호흡을 위해 공 부는 운동을 하면서 폐에 찬 마취 가스를 배출했고, 가래도 뱉고 그랬다.
그리고 수술 다음 날부터는 바로 소변줄 빼고 죽을 먹기 시작하는데,
젖이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신생아실에 갔더니 젖을 먹여도 된다고 했는데
진통제 때문에 아기한테 안 좋다면서 다음 날부터 수유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쌩으로 또 통증을 참는데, 수술한 부위가 애기 낳은 부위보다 더 아픈 것이다.
이리하여 또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힘들게 모유 수유를 결국 시작했다.
수술 부위 통증 때문에 허리도 못 펴고 죽을 것 같았지만,
더 큰 것은 불안감.
병리 결과가 나와야 되는데, 암이면 어쩌나 싶어 하루 종일 찜찜하고,
아기를 봐도 눈물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3월 17일에 병리 결과를 담당 선생님께 들을 수 있었는데
굉장히 드문 양성 종양이라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새로 태어난 듯한 기쁨을 느꼈고,
우리 복덩이를 비로소 홀가분하게 안아 줄 수 있었다.
지금 퇴원하여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기뻐서,
복덩이 얼굴 볼 때마다 행복의 눈물을 흐른다.
복덩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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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임신과출산그리고육아(http://cafe.daum.net/pregnant) 임출 가족 분만기 게시판입니다.
첫댓글 막 읽다가 왠지 내가 눈물이 나려하네요...
축하드리고 또 축하드려요~~정말 복덩이네요~~~
예전 글 보고 걱정했었는데 정말 다행이네요~ㅎㅎㅎ 복덩아~ 니가 진짜로 복덩이로구나!~~아가랑 행복하세요^^ 축하드려요~
축하축하~~~ 정말.. 복덩이네요... 저도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쩝~~ 건강하게 아가랑 잘 살아야죠~~^^
아....애를 낳기 전에 봤더라면 걍 다행이구나 했을텐데 몇일전에 애를 낳고 나서 이 후기를 보니 너무나도 다행스럽고 힘드셨겠구나 싶네요 정말 이제부터는 행복만 남았네요추카드립니다
아~ 글 보면서 눈물나서 눈물참느라 힘들었네요. ㅠㅠ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까 ㅠㅠ 마음고생하신만큼 이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실꺼예여. 축하드립니다
감동 적입니다 ... 출산의 감동도 엄마의 사랑도.... 앞으로 좋은일만 가득하세요^^
축하합니다. 감동!!예정일 5일 앞두고 무서워서 이리저리 기웃거리고있었는데....용기내야겠읍니다.
정말 다행이네요...축하드려요...복덩이와 평생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