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더럼에서-우리 집의 크리스마스/임수자

[txyellow]

12월에 들어서자 손녀 별하 달하 아빠가 산에서 금방 캐온 듯한 싱싱한 소나무를 차 위에 싣고

왔다.  소나무를 창가에 고정 시키자 집안이 금방 소나무 향으로 가득 찼다.  2살의 별하와

1살의  달하가 강아지처럼 소나무 주위를 돌며 떠날 줄을 모른다. 즈이 엄마가 소나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려는데 방해가 심하다. 밤이 되어 강아지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는

모양인데 잠은 커녕 말썽을 더 부린다. 오너먼트를 서로 부딪혀 깨지를 않나 작은 전등을

연결한 전깃줄을 잡아당겨 나무를 쓰러뜨리지를 않나 계속 말썽을 피웠다.

진짜 강아지들도 며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그 다음엔 쳐다보지도 않는데 우리 집 손녀

강아지들은 자고 나면 모든 게 오히려 새롭다. 고전 끝에 겨우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추리가

의젓하게 서 있게 되었는데  어떤 산타크로스가 선물을 미리 놓고 가서 강아지들이

궁금하다 못해 포장지를 찢고 물고 흔들고 해서 선물 꾸러미가 만신창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강아지들이 다칠까 매일 베큠을 하고 오너먼트가 깨어지면 다시 달고, 전구가

나가면 새로 전구를 이었다.   돌을 맞는 둘째 손녀 달하가  천방지축으로 합세하여 우리 집은

크리스마스 전야가 완전 강아지 판이었다.  강아지들이 자라서 크리스마스나 산타크로스의

비밀을 알 때까지는 이런 해픈닝이 계속될 것이다.

이런 중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뉴욕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이 왔다.  한국의 대학에서

아들과 사제지간으로 지내 던 학생이란다. 뉴욕에서 더럼까지 버스로11시간을 달려 왔단다.

며느리는 뉴욕 유학 시절 휴가철이면 외롭고 집 생각이 나던 때를 생각해서인지 학생 손님에게

정성껏 대접을 해서 보기 좋았다. 만두, BBQ, 스테이크 등 메인은 물론 애플파이와 크리스마스

쿠키를 구워 구수한 크리스마스 냄새가 났다.

음식이 많을 때는 친구 생각이 난다. 텍사스의 녹거 노인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과부 미세스 박, 홀아비 황선생,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물 몇 가지와 떡국을 끓여 집으로

초대 해서 함께 식사를 하곤 했는데 … 아직 죽었다는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외로움을 삭이고들

있는 모양이다. 그래, 멀리 있으면 조그만 것도 나눌 수가 없다.  정도 가까이 있을 때나 나눌

수 있는 거다.

겨울이 되면 지독한 몸살감기를 몰아 앓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겨울감기에 목이 잠기고

이제는 오른쪽 팔이 아프다. 강아지 같은 손녀들 그만 보라고 델라웨어에 사는 친구 수지가

명령이다.  “그만큼 봐 줬으면 됐어. 아프다 소리 하지 말고 이제는 애들 그만 봐!”

그래야겠다. 슬슬 꽁무니를 빼야겠다. 그런데 이 강아지들 때문에 팔 다리가 쑤시고 아픈

것일까. 늙은 몸이라 그런 것이겠지. 이 넘들 예뻐서 떼어 놓기가 어렵다.  이넘들이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엉겨 붙으면 힘들어도 떼어 놓기가 싫다. 강아지를 안으면 따뜻하다.

강아지들을 안으면 ‘행복’이란 말이 떠오른다. 그 부드러운 강아지 볼에 키스를 하면

황홀하여 엔돌핀이 마구 쏟아지는듯하다.

강아지들이 없으면 두 늙은이의 생활이 얼마나 삭막 할까.  덜 아프고 편안한 게 좋은 것일까.

좀 아프면서 강아지들과 노는 즐거움이 좋은 것일까.  아니, 혹시 내가 강아지들과 지내면서

육신의 아픔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혹 강아지들과 떨어지면 무기력증에 빠지지 않을까.

치매 앓는 노인 마냥 생각이 오락가락이다. 내가 무슨 햄릿이라고 ‘이것이냐, 저것이냐,

이럴까 저럴까’ 하며 갈등을 하나.  내년 크리스마스에 나는 어떤 모양으로 어디에 있을까가

궁금하다.

"얘 좀 업어요!" 에그, 작은 강아지가 더말썽이다.

"허, 이것 참, 오너머트가 깨지면 위험한데..."

겨우 크리스마스추리를 완성했다.

2013년의 크리스마스.  기념 촬영 한 번 할까.

"할머니, 나예뻐?"  "그러엄, 세상에서 제일 예쁜 할머니 강아지지."

달하의 첫번째 크리스마스. "으앙 ,싫어. 스타킹 벗을꺼야."

별하 반짝이는 '별 티샤스'와 엄마가 짜준 양털 조끼를 입고

별하 달하가 좋아하는 것 '뻥튀기'

"냠 냠, 난 뻥튀기가 제일 맛있어요"

에그,솔방울 만지지 마라.나무 또 쓰러질라.

크리스마스이브. 교회에서

별하와 준우 그리고 친구들

별하야, 크리스마스추리예쁘지?

준우(홍순삼 장로님 외손주)와 별하

준우가 별하에게 풍선도 주고

"별하야, 너도 이렇게 해봐."

"오늘 공연 할 노래 연습하자."

유년반의 재롱. 별하 울어서 무대에서 탈락. 별하 3살 되면 하겠다고.

내년에는언니 오빠들처럼 할거야. 별하의 결심.

크리스마스 이브에 뉴욕에서 온  김민주 학생 삼촌

"할머니,할아버지,선물~~"

"이건 엄마가 만든 조끼구나."

민주삼촌 선물도있어?

야, 할머니가 좋아하는 쵸코렛이구나.고디바!

"이건 뭐야? 산타 할아버지가 달하에게 준 아기 기린이구나."

"나 기린 탈수있어."

"이거 봐, 잘타지?"

"우리 동네 기찻길, 산타 엄마 아빠가 준거야."

"나도 기차가 좋은데..."

지, 크리스마스 디너다!

로스트 비프가 맛있게 구워졌다.

"축하!"샴페인을 터뜨리자!

달하야, 네 생애 첫번째 크리스마스구나.

[시풍 공혜경]

크리스마스를 행복하게 보내셨네요.^^
아프지마셔요. .
뉴욕에서 버스로 11시간이군요.
내년엔 제 딸 이나도 선생님댁을 크리스마스에 보내야 할것같아요.^^
새해엔 더윽 건강하셔요.♥

[txyellow]

이나가 뉴욕으로? 결정 잘 하셨어요. 젊은이들은 뉴욕이 좋지요.
크리스마스 휴가를 우리 집에서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즐거운 일이지요.
시풍님도 함께.
새해에도 활동 많이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