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속 돌봄노동자]
재난은 그 사회의 수준을 묻습니다.
가장 약한 곳이 어디인지, 누가 보호받고 보호받지 못하는지.
재난 시기에 특히 필요한 노동이 바로 돌봄노동입니다. 돌봄노동은 일반적인 노동과는 조금 다릅니다.
일반적인 노동이 물자를 생산하고, 돈을 벌게 해서 사회를 움직인다면, 돌봄노동은 사회의 구성원들을 보살펴서 사회를 움직입니다.
사람들이 낙오하고 죽지 않도록, 약한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돌봄노동에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들썩일 때, 돌봄노동자들의 손은 더욱 바빠졌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는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라는 제목으로 코로나 속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다뤘습니다.
그 중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돌봄전담사’, ‘가정관리사’ 등 사람과 주변을 돌보는 노동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돌봄노동자들이 돌보는 이들은 대개 취약한 사람들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고, 어린 아이들은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취약하다는 것은 곧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돌봄노동자들은 재난 앞에 두 팔을 벌리고 사람과 그 사람이 살고 있는 환경을 보호하는 이들입니다.
한 노인이 코로나19 판정을 받자 노인들을 데리고 보건소로 달려가서 수십 통의 전화 끝에 예약을 해서 판정을 받도록 했습니다. 노인들을 케어해야 하는 건 요양보호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 때문에 ‘긴급돌봄’에 투입된 돌봄전담사들은 갑자기 학교, 어린이집 등 케어해 줄 공간을 잃어버린 어린이들을 책임졌습니다.
하지만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한 이들의 노동은 과연 안전했을까요.
코로나에 걸린 노인이 있다면 센터는 휴업을 하고, 돈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아무 때나 긴급돌봄에 투입되는 ‘시간제 일자리’는 돌봄전담사의 자존감을 떨어뜨렸습니다.
가정관리사를 비롯한 방문노동자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걸렸을지 모르는 고객으로부터의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많은 감정노동자들이 자신의 불안은 억누르고 아이들과 노인들의 불안한 마음을 위로하며 이 시기를 견뎌냈습니다.
코로나로 엄혹한 사회는 이 노동자들의 손을 빌려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켜냈습니다.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사회적 책무를 이행했습니다.
그러나 이 감정노동자들을 지켜내는 손은 어디 있을까요.
“이용자가 오지 말라고 하면 그날부터 무급휴가를 쓰거나 무급휴직을 해야 해요. 당연히 임금은 못 받죠.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할지 몰라 불안하죠.”
“교사들도 외면하는 상황에서 장시간 긴급돌봄이 필요하다면, 돌봄전담사의 노동 시간 연장과 전일제로의 전환이 필요해요. 양질의 돌봄을 요구하는데, 근무시간이 고정되고 ‘시간연장’만 됐더라면 긴급돌봄이 지금처럼 혼란스럽지 않았을 거예요.”
돌봄노동이 없으면 우리는 어떤 재난에서도 회복할 수 없습니다.
돌봄노동이 중단된다면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고,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게 됩니다.
돌봄노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지키는 사회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
2022년 10월 21일,
"형제의 배가 항구에 도착하도록 도와주라. 그리고 살펴보라,
그러면 당신의 배도 무사히 항구에 도착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힌두교 속담처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더욱 필요한 때임을 인식하는 금요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