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발표
계간 『창비어린이』가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역량 있는 신예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의 제10회 심사 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상금은 각 부문 200만원이며, 시상식은 2019년 2월 말 열릴 예정입니다.
제10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작
● 동시 부문
수영장에서
차가운 교실 안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바닥에 가라앉은 의자 위
떠오르는 몸을 눌어붙인 아이들
말들은 거품으로 흩어지고
귀에 닿은 소리들은
웅웅대다 사라진다
금세 차오르는 숨,
돋아난 손발로 허우적거리며
사각형 덩어리 밖으로
솟구쳐 오른다
숨 쉬는 법을 잊은 나는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문 앞을 더듬거린다
택배
끝도 없이 자라는
길 위를 달립니다
트럭이 꽉 찬
상자들을 한 개 두 개
떼어 냅니다
얼음덩어리처럼
뭉쳐 있던 상자들이
집집마다 풀어지는 동안
아빠 몸에
물기가 번져 갑니다
등 뒤의 상자들이
덜컹입니다
마지막 남은 아빠가
집으로 배달되어 옵니다
헨젤
사탕을 혀로 굴린다. 모서리가 무너진 계단 한 칸에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제자리 뛰기를 한다. 밤에 젖은 계단 위, 납작하게 펼쳐진 길을 따라 집으로 간다. 입 속 사탕을 굴린다. 플라스틱 공처럼 녹지 않는다. 언덕 꼭대기 집, 땅속에 숨은 집. 집은 끝없이 위치를 바꾸고 나는 그 집들을 찾아다닌다. 빵 조각을 길에 던져 놓지 않아도 발 앞에 닿는 집, 좁은 골목 끝 각을 세우고 있는 불 꺼진.
달
밤이 구슬을 꺼내요
검은 손으로 구슬을 문지르며 주문을 외워요
먹구름 망토 뒤 설핏 보이던
빛이 손 밖으로 나올 때
나는 빛을 향해 고개를 들어요
동그라미 속, 내게만 보이는 얼굴
머리 위 각자의 구슬을 들여다보아요
꿈이 채워진 둥근 빛
밤은 구슬을 갖고 지구 곳곳을 돌아다녀요
오래전 사람들도 똑같이 보았을 마술을 펼쳐요
밤의 손 안에서
구슬이 끝없이 부풀어 올라요
우산
대문 없는 집에
빗발이 들락거린다
둥근 처마 끝 매달린
빗방울, 떨어지고
다시 열린다
빗소리 잦아든 방 한 칸에
몸을 담고 걷는 길
어깨에 스민
그늘이
지붕 아래서 말라 간다
집을 편다
기둥 하나 받치고 세운 집
동시_김물수상작: 김물 「수영장에서」 외 4편
수상자 약력: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2016년 『어린이와 문학』에서 동시 추천이 완료되었다.
심사위원: 김제곤(아동문학평론가) 남호섭(동시인)
심사평 중에서
「수영장에서」 외 4편은 오랜 습작을 짐작하게 할 만큼 솜씨가 능숙했다. 숨 막히는 교실 풍경을 수영장에 빗댄 「수영장에서」, 고단한 아빠의 일상을 극적으로 표현한 「택배」에서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물들이 다른 느낌으로 읽히도록 하는 개성 넘치는 비유를 선보였다. 이러한 재능은 흔치 않은 것이다. 「헨젤」 「달」 「우산」 등 나머지 세 작품 또한 자신만의 빛깔을 지닌 작품으로 읽혔다. 더욱 거침없이 자기 목소리를 만들어 나가기 바란다.
● 동화 부문
수상작 없음
심사위원: 김남중 김옥(이상 동화작가) 김민령(아동문학평론가)
● 청소년소설 부문
청소년소설_박유진수상작: 박유진 「아홉 번째 엄마, 멍세핀」
수상자 약력: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했고, 기자로 일했다.
심사위원: 박숙경 원종찬(이상 아동문학평론가) 표명희(작가)
심사평 중에서
「아홉 번째 엄마, 멍세핀」은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구성이 돋보이고 사건을 둘러싼 문제의식이 잘 녹아 있다는 점에서 믿음이 갔다. 주인공이 외국인 보모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넘어 서로의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점도 인정을 받았다. 이방인과의 공존·공생이라는 테마를 흥미로운 스토리와 구성으로 밀도 있게 펼쳐 갔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당선작 결정에 흔쾌히 의견 일치를 보았다.
● 평론 부문
평론_김재복수상작: 김재복 「상상하면 살아나는 비밀—송찬호 동시에 대하여」
수상자 약력: 1970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났다. 강릉원주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어린이책이야기』 기획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심사위원: 김경연 오세란(이상 아동문학평론가)
심사평 중에서
「상상하면 살아나는 비밀—송찬호 동시에 대하여」는 송찬호의 시와 동시를 읽으며 동시를 읽고 발생하는 마음의 상태를 적어, 동심의 한 형태를 문자화해 보는 방식으로 동심에 접근하고자 했다. 아동문학의 오랜 화두 중 하나인 동심에 대한 논의를 동시를 읽고 분석하는 과정 중에 찾으려는 시도는 귀한 출발점이다. 특히 필자의 견해를 분명하게 표현한 문장들은 평론의 문학적 힘을 확인해 주었다. 또한 한 편 한 편 시를 오래 보듬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어휘와 문장의 선택도 돋보였다.
* 부문별 수상작과 수상 소감 및 심사평 전문은 계간 『창비어린이』 2018년 겨울호(63호)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