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까지 낚시질하구 돌아왔지만,
지삐, 올레길 걸으려는 기대, 기쁨땜에 8시에 알람이 울리자 발딱 일어났다.
씻고 먹고 싸고.. 생리적 욕구들을 휘리릭 해치우고, 9시에 집을 나섰다.
성산읍 시흥리 시흥초교(올레길 1코스 출발점)를 향해가다
낚시방에 들러 필요한 것들 사구, 이마트서 일주일치 생필품 구입하구...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부리나케 차를 몰았다.
12시 20분 시흥초교 도착.
천연잔디가 깔려있는 작고 예쁜 학교였다.
제주도의 80%이상이 천연잔디가 깔려있다 한다.
서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얘기.
서울의 어는 학교에선가 천연잔디를 깔아놓고
잔디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학생들이 들어가 뛰어놀지 못하게 했다는
소가 웃을 기사를 봤었는데.....
또한 대부분 학교들의 담이 아주 낮고 예뻐,
서울의 여느학교에선 느낄 수 없는 개방감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학교에서 100 여미터 내려오니 올레안내소.
패스포트를 구입(기념도 되고 지정식당이나 숙박업소에 제시하면 할인도 됨)하고
나무로 만들어진 간세(올레길 안내해주는 조랑말 모양의 올레 상징물)속에
들어있는 스템프와 도장을 꺼내 쾅~~!
말미오름을 향하는 길가는 당근이 초록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제주도 동쪽지방에서는 당근 감자, 내가 살고있는 애월 등지에는 브로컬리 양배추,
서쪽지방에서는 파 마늘을 많이 재배한다.
하나 뽑아먹고 싶었지만, 초등학교시절 무우 하나 뽑아먹다 주인한테 잡혀
무우 물고 30분 벌선 아픈 추억땜에 참았음.
말미오름(오름이란 기생화산을 말하는데, 기생화산이라해서 나무나 풀이 자랄 수 없는 시커먼 현무암 바위덩어리가 아님. 기냥 작은 산이라 생각하면 됨)에 오르니,
바람은 시원했지만, 안개인지 해무인지 때문에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는 없었다.
날씨만 맑았다면 정말 장관였을텐데~~ㅜㅜㅜ......
ㅎㅎ그래도 멀~~리~~~.. 성산 일출봉 보이죠~~?ㅎㅎㅎ
알처럼 생겼다해서 알오름이라 이름붙여진 알오름에 오르기 직전.
남정네처럼 씩씩한 여인이 무우를 두개 뽑아 풀에 쓱쓱 씻어가지고는
나무에 퍽퍽내리쳐 잘라서는 맛난 윗부분을 내게 건넸다.
매운 맛은 하나도 없고, 물이 흥건하문서도 달고 시원했다.
알오름 정상에서 무우를 건넨 제주도분 세명과 맛난 점심을 웃음속에 먹었다.
놀며 쉬며 3시간가량 걸으니,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와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경계선상의 아름다운 해안길 목화휴게소.
맑고 푸른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정성스럽게 구워준 반건조 준치(한치보다 조금 큰 오징어)를
맛나게 먹었다. 두번째 스템프 쾅~~!
(올레길은 시작점, 중간즈음, 도착점..세번 스템프를 찍음)
한시간 남짓 걸으니 성산 일출봉.
대학 1년 여름방학,, 그니까 28년전 친구들과 왔을때는 자연 그대로의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멋진 일출을 보며 탄성을 질렀었는데,
28년이란 세월은 정상까지 돌계단을 만들어 놓았고
보이는 보이지 않는 통제의 손들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다위에 궁전처럼 떠있는 일출봉이지 싶다.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하는 일출봉을 뒤로하고
1코스의 마지막 지점, 15.6 Km의 대미를 장식하는 광치기 해변.
푹푹 들어가는 모래길도 좋았고, 키작은 해안가 식물들 사이의 오솔길도 짱였고,
썰물 때면 광야같은 암반지대가 펼쳐진다는 드넓은 바다도 좋았다. 5시 40분.
뭔가에 쫒기듯 살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가장 즐기면서 사는 것이 행복이란 생각.
여기 동료중에 한명이 그러더군요.
좁아터지고 볼것도 없는 제주에 뭣땜시 왔냐~~?
내눈엔 무지하게 넓고, 할것도 많고, 볼것 투성인데~~.....ㅎㅎㅎ
하이구 오늘 낚시를 못해 무지하게 아쉽네요~~^&^~~~
첫댓글 어이~~~ 지삐 친구야~~~~ 올만이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잘지내고 있었네~~~ 우짜튼 반갑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