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1769]지봉이수광7절-月夜翫酴醾花[월야완도미화]
원문=지봉집 제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月夜翫酴醾花
달밤에 도미화를 완상하다
臨階雪艶暗生香。
夜露慇懃與洗粧。
疑是月宮諸玉女。
謫來猶舞白霓裳。
섬돌 앞 뽀얀 꽃 몰래 향기를 풍기니
밤이슬이 다정스레 단장을 시켜주네
월궁의 선녀들이 지상으로 귀양 와서
흰옷에 무지개 치마로 춤을 추는 듯
艶=고울 염. 慇=괴로워할 은. 은근 은. 懃=살뜰할 근. 은근할 근.
慇懃은근=함부로 드러나지 않고 은밀하다
謫=귀양갈 적. 동자(同字)讁.
霓裳예상=무지갯빛 치마라는 뜻으로, 신선의 옷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酴도=술밑. 누룩. 주모(酒母).탁주. 막걸리. 醾=막걸리 미. 탁주 미.
酴醾花도미화=도미화(酴醾花)는 장미과의 만생(蔓生) 관목으로
첫여름에 연한 푸른빛을 띤 흰 꽃이 핀다.
[주-D001] 도미화(酴醾花) : 장미과에 속하는 덩굴 식물로,
초여름에 연한 푸른빛을 띤 하얀 꽃이 피는데,
그 빛깔이 흡사 도미(酴醾)라는 술과 비슷하므로 이렇게 부른다.
[주-D002] 월궁의 …… 듯 : 달빛 아래 하얗게 핀 도미화를 무지갯빛 치마에다
하얀 옷을 입고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에 맞춰 춤을 추는 달 속의 선녀에
비겨 말한 것이다. 〈예상우의곡〉은 당대(唐代)의 저명한 법곡(法曲) 이름으로,
당 현종(唐玄宗) 개원(開元) 연간에 하서 절도사(河西節度使) 양경충(楊敬忠)이
바친 가곡이다. 처음 이름은 〈바라문곡(婆羅門曲)〉이었는데,
현종이 이것을 윤색(潤色)하고 아울러 가사를 지어서 이 이름으로 고쳤다고 한다.
그러나 전설에는, 당 현종(唐玄宗)이 꿈에 월궁(月宮)에 올라가
월궁의 선녀들이 무지갯빛 치마와 새털로 된 하얀 옷을 입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곡을 물으니 〈예상우의〉라 하였다.
깨어나 이를 본떠서 〈예상우의곡〉과 〈예상우의무〉를 만들어
양귀비(楊貴妃)에게 추게 하였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온 말이다.
ⓒ 고려대학교 한자한문연구소 | 최병준 (역)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