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의회는 지금 2010 회계연도 연방정부의 예산 심의에 한창이다. 각 부처별로 행정부가 요청한 예산안을 심사하고 확정하는 단계다. 이민자 커뮤니티 입장에선 특히 국토안보부(DHS)의 예산이 어떤 방향으로 확정되는지가 중요한 관심사항이다.
국토안보부는 산하에 국경수비국(CBO), 이민세관단속국(ICE), 미시민권업무국(USCIS) 등의 부서를 두고 국가안보 활동과 이민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민자를 단속하고 추방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영주권과 시민권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국토안보부의 예산 배정을 보면 연방정부 이민정책의 향방이 드러난다.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국토안보부의 예산은 매년 증가했다. 9·11 사건 직후 국가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신설된 부서이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토안보부의 예산이 한 쪽으로 편중되었다는 사실이다.
예산 증가분의 대부분이 ICE와 CBO에 집중 배분되었고, USCIS에는 거의 편성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민 서비스 업무는 심각한 적체현상이 가중되는 가운데 효과가 불확실한 이민 단속만 횡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오바마 행정부는 국토안보부의 업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예정인가. 2010 회계연도 국토안보부의 예산안을 살펴보면 해답의 단초가 엿보인다. 지난 6월 24일 연방 하원은 총 440억 달러에 달하는 국토안보부 예산안을 찬성 389, 반대 37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어 지난 9일 상원에서 찬성 84, 반대 6으로 예산안이 통과됐다.
이제 상원과 하원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마지막 검토와 확정 단계를 밟으면 예산안은 행정부로 넘겨져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놓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우려되는 사항은 예산안의 상원 통과과정에서 첨부된 부분 수정안이다. 국토안보부의 예산안을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부분 수정안을 제출했다.
예를 들면 공화당의 제프 세션스 의원이 제출해 표결로 통과된 수정안 1371조는 고용인 신분 확인 정책(E-verify System)에 쓰일 예산을 확충하는 내용이다. 또한 공화당의 제프 드민트 의원이 제출한 수정안 1399조는 오는 2010년까지 남부 국경지대의 장벽 확충을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고용인 신분 확인 시스템이 가져올 부작용은 전문가 집단에 의해 이미 여러 번 언급된 바 있다. 오차율이 심각한 현재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하에서 고용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미국 출생 노동자까지도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결국 미국 경제에 도움은 안되고 혼란만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남부 국경지대에 장벽을 건설하는 문제는 허울 뿐인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밀입국자 방지를 위한 국경 수비 강화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벽을 설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밀입국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민 시스템을 정비해 합법 입국의 경로로 이민 노동자를 유치하는 합리적인 방책이 필요하다.
이와는 별도로 최근에 국토안보부는 서류미비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이미 서류미비자들이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고용주 단속은 처벌을 위한 처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국토안보부에 의한 이민 단속이 계속 강화되는 이유는 연방 차원에서 이민개혁 논의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 기인한다.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 작금의 이민 시스템을 개혁하는 기준과 방향이 설정되어 있지 않는 까닭에 효과가 미약한 단속 정책이 판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연방정부의 예산을 낭비하고 사회 혼란만 발생시킨다.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민 시스템을 근본부터 정비하는 포괄적 이민개혁안만이 이 모든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