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8. 19 토요일
솔이는 카시트에 앉히고 종혁이는 뒷좌석 솔이 옆에 탔다.
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갈 수 있겠느냐는 미아 언니의 말...
집 앞에 도착했다. 먼저 솔이를 안았다. 종혁이가 째려본다. 못마땅하다는 눈치다. 종혁이에게 책임감을 주기위해 차열쇠 집열쇠를 주었다.
종혁아..내려서 문닫고 집에 가자. 네가 열어줘야 엄마랑 솔이랑 간다.
종혁이 열쇠를 만지작 거린다. 종혁이는 요즘 열쇠로 문을 여는 것에 흥미를 붙이고 있다. 자기 딴에는 대문열쇠가 어느 것인지 고르는 것이리라. 종혁이 더운 날씨에 엄마를 더 힘들게 하느라고 늦장을 부린다. 녀석 딴청은..
종혁이가 내리고 대문을 연다. 지나가는 할아버지가 종혁이 하는 모습을 웃으시며 쳐다보신다.
엄마 이거? 이거?하면서 문을 여느라 정신이 없다.
딱..대문 여는 소리가 난다. 종혁이게 제대로 열쇠를 찾았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성큼성큼 잘도 오른다. 종혁이에게 조금 버거운 계단..그래도 처음보다 많이 좋아진 종혁이의 계단 오르기..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솔이를 품에 내려 앉히고 종혁이에게 이야기 한다.
"종혁아, 엄마랑 차에 갔다 오자. 짐을 가져와야 하거든?"
"싫어요"
녀석 또 싫어요 타령이다.
"그럼 솔이 보구 있을래?"
"네"
종혁이 대답이 떨어지자 무섭게 차까지 달려 내려갔다. 정신없이 짐을 챙겨 올라오면서도 걱정이 되서 종혁아 엄마간다...종혁아...
올라오니 종혁이는 의젓하게 솔이 옆에 앉아서 솔이를 어르는 중이시다.
"박 쏠...히.."
종혁이가 웃으면 솔이가 따라 웃는다. 지 오빠 머리를 잡아 뜯고..눈을 할퀴고..그러는데도 종혁이는 아무 시늉도 안한다. 그냥 받아주는 거다. 두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행복해진다. 그래..이제 종혁이도 엄마의 일을 덜어줄 때도 있구나.
종혁이가 비디오를 켠다. 종혁이는 에어컨도..비디오도..텔레비젼도 켜고 끌 줄 안다.
전자제품을 능숙하게 다루는 혁이.
음량 버튼을 한번 가르쳐 주면 그 많은 버튼 중에서 골라낸다. 신기하다.
종혁이는 영화관에도 간다. 이번에 엄마랑 <웰컴투 동막골>도 보았다. 물론 중간에 들락달락 하기는 했어도..
솔이가 능숙하게 앉아서 논다. 앉았다가 엎드렸다가..누웠다가 기었다가...
청소도 안한 마루를 마구 기어다닌다. 애기들을 놓고 청소기 돌리고 얼른 걸레질을 했다. 솔이가 청소기 돌리는 모습을 동그란 눈으로 쳐다본다. 대체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거지? 란 눈빛이다.
종혁이는 로버트를 가지고 논다. 아빠가 일본에서 사온 조그마한 로보트 모형..큰아빠가 사 주신 리모컨 조종 로보트..거기다가 혁이가 잘 보는 로버트 태권브이까지...녀석의 관심이 공에서 로보트로 옮겨간걸까?
엄마 리모컨 어딨어?
소리를 지르는 혁이..로버트 조종 리모컨을 찾는거다. 거기 있잖아. 상 위에..
어디...
아 여깄다.
솔이는 내 모습이 눈에서 멀어지면 앵하고 운다. 앵하면 곧바로 눈이 빨개지고 큰 눈물방울이 뚝 떨어진다. 마치 눈물을 담고 있었던 것처럼..
두 손을 나에게 든다. 안아달라는 표현이다. 솔이를 안으면 행복해진다. 포동거리는 하얀 살이 손목에 닿는다. 달콤한 살내음...솔이의 뺨에 내 뺨을 대면 세상 걱정 끝이다..
아기는 알 수 없는 행복을 솟게 하는 마력이 있다.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종혁이 데리고 나갔다오면 안되겠냐는 전화..
하나님 감사합니다. 종혁군 데리고 있으면서 솔이를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종혁이에게 물어보았다.
"혜연이 누나랑 나갈래?"
"응.."
그렇게 종혁이는 정신없이 이모를 따라 나섰다.
윗집에서 솔이를 데리고 가신다. 그런데 10분도 안되서 솔이가 내려왔다. 눈이 빨갛다. 녀석 울었던 것이다. 낯선 사람과 엄마를 구별하는 솔이가 고맙다. 종혁이도 그랬는데 ..이 녀석도 1주일에 한번 데려오는 엄마를 알아본다. 감사할 뿐이다.
솔이를 보행기에 태우고 찬을 만들었다. 솔이는 보행기를 몰고 부엌으로 돌진한다. 그리고 또 애애 거린다. 안아달라는 녀석 ..솔이를 안고 반찬을 만든다. 오랫만에 느끼는 행복이다. 아 행복해!!! 그리고 솔이에게 미안하다. 엄마가 자주 봐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솔아..
엄마가 오셨다. 솔이를 보고 막 웃으신다. 친할아버지랑 똑닮게 생겼단다. 어쩌면 너를 하나도 안 닮았니? 종혁이는 애비를 닮았다고 하지만 딸이 널 닮으면 좋을텐데..
정말 솔이와 종혁이는 쌍둥이 같다. 그것이 너무 신기한 일이다.
엄마가 솔이를 봐주시는 동안 저녁을 준비했다. 정말 오랫만에 엄마에게 저녁을 대접한다. 찬은 별로 없지만 된장찌게 끓이고 또 엄마가 도와주셔서...풍성한 저녁이 되었다.
이모와 종혁이가 도착했다. 종혁이 목에 핸드폰 장난감을 걸고 있다. 녀석 또 하나 건졌구만...
동생과 엄마가 나간 집..다행히 종혁이를 데리고 가서 또 솔이와 단 둘이다.
누워서 우유 먹이면서 솔이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6시가 넘어서 종혁아빠가 퇴근했다. 종혁아빠 솔이를 보면 거의 탄성의 수준으로 행복해한다. 아기띠를 둘러 솔이를 안고 좋아한다. 원래 딸이라면 사죽을 못 쓰는 남자다.
종혁아빠 저녁 먹고...종혁이 데려 오고..두 아이가 천사처럼 잠든 토요일 밤..오랫만에 느끼는 평안이었다.
2005. 8. 20
또 늦었다. 일찍 준비했는데도 불구하고 종혁이 영아예배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예배시간에 즈음하여 교회에 도착하면 주차할 장소가 없어서 힘들다. 오늘도 교회를 두 바퀴나 돌았는데 ..그래서 더 늦어 버렸다. 종혁이를 데리고 예배실로 뛴다. 종혁아빠는 솔이랑 3층 예배실에 가 있다.
종혁아 예배 잘 드려야돼?
종혁이 가방을 어깨에 매고 영문도 모르지만 엄마랑 뛰고 있다.
예배실에 들어가니 목사님 말씀 막 끝나고 축도하는 시간..
늦어도 너무 늦었다. 종혁이 재촉해서 들어간 예배..
종혁이가 예배를 잘 드린다. 말씀이 암송 시간..시편 1장 1절에서 6절 말씀..
종혁이가 주섬주섬 따라한다. 종혁아 말씀 잘 외워서 다음 주에 사탕받자.
끄덕끄덕..종혁군 자뭇 진지하다.
공과공부시간
선생님한테 가자 하니까 종혁군 가방들고 공과공부 장소로 앞서 간다. 그리고 선생님 앞에 자리를 터억 잡았다. 종혁이 귀에 속삭였다. 종혁아 엄마 나갔다 올께..공부잘하고 있어..
종혁아빠에게 갔다. 솔이가 아빠에게 안겨 있다.
큰아빠 영상실에 들렀다가 영아부 예배실로 갔다. 종혁아빠는 밖에서 솔이 우유를 먹이고 조급증나는 종혁엄마 종혁이가 걱정되서 뛰어들어갔다. 처음 떼어 놓고 예배를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혁이가 울지도 않고 예배를 잘 드리고 있다.
뒤에 앉아 있던 집사님이 말씀하신다.
"예배를 너무 잘드려요. 다른 애들은 엄마 간다고 울고 야단인데 ..어른스럽게 기도도 하고.."
그런데 종혁이는 나를 보자마자 아기가 되어 버렸다. 사탕달라고 떼 쓰고... 사랑받으려고 하는 몸짓이 귀엽다. 처음 예배를 혼자 드린 종혁이가 대견한 날이다.
종혁이 예배가 끝나고 점심을 먹은 후 다시 2시 예배를 드렸다.
3시에 솔이 유아세례 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솔이의 유아세례가 다음주일에 있을 예정이다. 엄마 아빠가 솔이의 세례를 위해 1주일간 기도를 해야 할 것 같다. 솔이의 유아세례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종혁이 때와 다른 준비과정..
솔이 유아 세례를 위한 앨범을 만들고 (앨범 안에는 솔이에게 쓰는 편지..친지들의 사진 등..할 일이 많다.) 토요일에 제출을 미리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세례 문답을 하고..그것이 통과되면 28일에 세례를 받는 것이다. 유아 세례를 받은 아기들은 15세 이상이 되면 입교하게 되고 별도의 성인 세례는 필요치 않다. 따져보니 종혁이도 솔이와 같은 8개월에 세례를 받았으니까..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세례 교육을 받는 동안 종혁아빠는 뒤에서 솔이를 안고 있었다. 종혁이는 내게 왔다 아빠에게 갔다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종혁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참으로 신기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의 먼 울음소리가 내 귀에 가까이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이기 때문일까?
세례교육을 받다 말고 뛰어나가니 종혁이 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 눈 밑이 붉어진 모습..다친 것이다. 그런데 종혁아빠는 종혁이를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옮긴다. 어서 들어가 교육을 받으라면서..큰아빠에게 가는 것 같다.
들어와서 다시 교육을 받고 있으니 종혁이의 모습이 보인다. 아빠와 장난을 치다가 넘어져 카페트에 뺨이 쓸린 모양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종혁이의 다친 부위가 작년 넘어져 다친 부위와 유사하다. 해마다 다치는 종혁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이 든 종혁이와 솔이를 보면서..종혁이네 가정을 사랑하여 귀한 아이들을 허락하신 주님께 마음의 기도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