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한국에서는 방송3사를 총동원해 올림픽 경기들을 중계해대고 있겠지만, 이 노므 나라에서는 도무지 아무도 올림픽에 대해 관심이 없다. 90여개가 넘는 채널 중에서 올림픽을 방송하는 곳은 오로지 NBC 한 곳 뿐. 그나마 하루에 몇 시간 보내주지도 않는다.
스포츠 뉴스나 일반 뉴스의 스포츠 소식을 한참 기다려 보면 프로야구 뉴욕 양키즈와 뉴욕 메츠의 경기소식, 미식축구 뉴욕 자이언츠와 뉴저지 젯쓰의 경기소식, 뉴욕 주변의 이런저런 경기소식, 그리고나서야 30초도 안되는 올림픽 소식을 전한다. 수영에서 세계신기록이 몇 개 나왔고 어쩌구저쩌구... 심지어 관련화면도 안 나온다.
뉴욕 로컬 뉴스방송에서 딱 한번 올림픽 관련 화면을 보았다. WNBA 뉴욕 리버티 소속 선수가 다수 있는 미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남한팀을 이겼다는... 그것도 주된 기사는 뉴욕 리버티 소속 어느 어느 선수가 몇 점을 득점했다는 것에 비중을 실으며 그녀들의 득점 장면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 때의 설문조사는 50% 이상의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소식도 모르고 있었을 정도니, 호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이 간다.
일단 올림픽이니 월드컵이니 무슨 세계선수권 같은 게 열리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밤새워가며 중계방송을 보고 또 다음날 재방송을 또보고 하는 일에 익숙해 있던 나같은 사람에게 이는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치만, 생각해보면 이곳에서 맞이하는 올림픽은 참으로 재미있는 현상인 것 같다. 한국의 올림픽 열기와 대비해보면 더더욱.
이들에게 "국가대표"는 너무도 큰 거리감을 준다. 모든 정치와 모든 사고와 행위가 철저히 로컬(local)에 근거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면 뉴스데스크 같은 미국 유수의 방송사들의 저녁뉴스도 모두 로칼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즉, 전국에 방영되는 단일한 뉴스포멧이 없다는 것. 땅덩어리가 크기 때문만은 아닐게다 (중국의 CC-TV는 그 넓은 중국대륙 곳곳까지 다 방영된다). 따라서 저녁뉴스에서 클린턴의 얼굴을 보기는 쉽지 않다. 대신 줄리아니 뉴욕 시장의 얼굴을 매일 나온다.
하나의 로컬 단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적/사회적/심리적 단위가 된다. 연방정부 차원의 일들은 그것이 로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한해서만 다루어지거나, 로컬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묶어서 보내주는 소식들 틈에 끼어나온다. "로커 밖"이란 다른 주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들까지 포함된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거나 미국 서북부지역에서 강원도 땅넓이만한 산불이 일어났다거나 하는 소식들이 여기에 나온다. 다합쳐 몇분 되지도 않는다.
서울에서 내보내는 중앙뉴스가 끝난후 잠깐 각 지역별 소식이 나오는 한국과는 크게 대조된다.
근데, 이와 대조되는 또다른 묘하고도 이상한 현상이 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던가?
로컬의 단위에 모든 것이 맞추어져 짜여져 돌아가는 미국인들의 관심은 연방정부(일국) 차원을 넘어 지구적 차원의 관심과 그대로 연결된다.
그것은 외계인들의 공격으로부터 지구를 미국인들이 구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담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극적으로 나타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선에서도 세계평화를 지키는 미국의 역할은 가장 영향력있는 이슈가 되고 있다는 데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동일한 현상이 정치적 반대자들에게서도 관찰된다: 미국의 패권주의적/제국주의적 행태를 비판하는 아나키스트들(이들이 미국 사회운동의 핵이다)의 구호 또한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노동착취를 막아야 한다던가 모든 지구인들의 안전한 환경을 위해 -미국인들이 나서- 중국에서의 대기오염과 아마존에서의 벌목을 막아야 한다는 것들로 가득차 있다.
미국사회가 보여주는 양극의 동일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렇담 한국사회에서는 어떤 "양극의 동일성"이 존재할까?
인터넷을 올림픽을 보려고 mbc,kbs 홈페이지 다니다가 IOC에서 인터넷 생중계를 금하였다는 소식에 포기하고 결국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라디오만 듣고 있다.
올림픽을 보려다가 결국 mbc fm 오미희의 가요응접실만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