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맥 찾아 떠나기...
2번째는 진양기맥으로 결정이 됩니다.
어떤 모습으로 저를 반겨줄지 기대반 설렘반으로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컨디션이 좋아야 하는데 자꾸만 이상한 아이들이 찾아옵니다.
출발 전부터 몸도 으슬거리더니 기침까지 찾아옵니다.
그래도 발걸음을 멈출 수 없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진양기맥을 만나로 가보려 합니다.
영각사입니다.
제가 이곳에 서서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습니다.
산으로 사라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었는데 지금은 역할이 바뀌어서
제가 여기서 사진을 찍고 남덕유산을 향해 갑니다.
주위를 한번 둘러봅니다.
그사이...
벌써 규식님께서는 쌩~
하고 저만큼 성큼성큼 내딛고 계시네요.
얼마 오르지 않아서 영각탐방지원센터에 도착을 합니다.
한번 쓱~ 둘러보고 바로 계단을 올라섭니다.
새벽이슬 맞으며 반겨주는 투구꽃입니다.
안녕~
반가워 ~
계단 공사를 한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킹드래곤님과 싸부님께서 진양기맥 하실 때
공사를 하고 있었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공사가 완료되어
이렇게 깨끗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는가 봅니다.^^
이정목도 잘 정비되어 있고요.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도 함께 준비되어 있습니다.
산속에도 이젠 스마트하게입니다.
남덕유산 정상 갔다가 다시 이쪽으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이유는 다들 아시죠 ^^
100m인데 한참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사방이 안개가 자욱한 게 바로 발아래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올해 벌써 두 번째 와보는 남덕유산 정상입니다.
올해 두번째 이면서 평생 두 번째이기도 하네요.
주위에는 대간 하시는 젊은 청춘들이 시끌시끌합니다.
젊은 청춘들이 떠나가고 기다렸다가 저희들도 정상석과 반갑게 찰칵합니다.
그리고..
준비해 온 막걸리와 방울토마토, 빵으로 간단한 산제를 올립니다.
부디 무사하게 진양호 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굽어살펴 주세요.
그리고 잠시 후
저희들은 환상 속에 있는 그대 가 된 것처럼 구름 위를 나르는 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커멓던 하늘이 열리더니 운해바다가 춤을 추기 시작을 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 황홀스럽습니다.
넋이 잠시 나가
멍하니 바라봅니다.
참...
좋습니다.
다른 말이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이런 곳으로 올라왔었던가요?
정말 어마무시하게 위험한 곳으로 올랐었네요.
산을 완전히 꼬불꼬불 암릉지역을 넘었었네요.
안개가 모든 것을 묻어 버려 몰랐었는데 아찔 합니다.
그렇게 아찔함에 취하고 운해바다에 취하고 하다 보니
일출이 올라옵니다.
이런 상상도 못 한 아찔한 모습을 선사해 주다니 이럴 때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하나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잠시 걷다 운해바다 위에 일출 한번 바라보다 하며
걷는 둥 마는 둥 걷고 있습니다.
그러다 이 영롱한 모습을 보며 또 이러고 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이토록 이토록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걸까요?
가던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지고 한참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삼거리에 도착을 합니다.
이제 저쪽 방향으로 살며시 들어섭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엉뚱한 곳으로 다녀옵니다.
처음부터 알바라니...
아무래도 정신이 가출한체 산행을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뒤돌아본 백두대간 산줄기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헬기장에는 억새와 어우러지는 햇살이 곱습니다.
헬기가 내려앉기는 어려울 듯싶어 보입니다.
삼각점은 땅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산패에 가까이 가고 싶지만 다가설 수 없어서 살포시 당겨서 찰칵해 봅니다.
바닥에 깔아 둔 철망이 어찌나 미끄럽던지 아차 했다가는
엉덩방아 찍기 딱 좋습니다.
조심조심히 내려서는 남령입니다.
기다리고 계시던 싸부님께서 저위를 보라고 하셔서 올려다보니
엄청 큰 말벌집이 있습니다.
말벌도 한두 마리 들어갔다 나갔다 합니다.
예전에 제가 지원해 주던 장소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원하기에는 위험할 듯하여 수망령에서
지원하기로 하고 간단하게 행동식으로 해결을 합니다.
붕리아를 뒤로 하고 월봉산을 향해 갑니다.
컨디션이 좋아야 하는데 상태가 영 좋지 않습니다.
밧줄구간도 수시로 있지만 발 줄 상태가 좋지를 않습니다.
될 수 있으면 밧줄을 잡지 않고 네발로 기어오릅니다.
얼핏 잠깐 스파이더걸이 되었네요.
가을의 색이 완연합니다.
제눈으로 이렇게 높은 곳으로 올라서서 단풍이 곱게 물든
곳을 바라보고 있다니 상상도 못 하던 일들이 저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꿈만 같습니다.
그렇게 수시로 나타나는 밧줄구간과 낙엽을 사박사박 밟아가며
올라섭니다.
한 발 앞서 달려가시는 규식님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제눈 앞에
펼쳐지는 저 광경은 언제 또 볼까 싶을 정도로 제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집니다.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낙엽 위에 낙엽이 쌓이고 쌓여 그 위를 지나노라면
순간적으로 저를 넘어 뜨리려 합니다.
많이 미끄럽네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을 합니다.
가을가을한 구간과 재미난 암릉구간을 지납니다.
암릉구간을 만나면 신이 났었는데 오늘은 그다지
신이 나지 않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만사가 귀찮아집니다.
앞서 가시던 규식님께서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네요.
방울토마토 꺼내 건네주시네요..
함께 먹고 기운을 내봅니다.
보이지 않던 싸부님 시그널이 보이네요.
반가워서 찰칵해 봅니다.
어디를 봐도 가을입니다.
그리고 웅장한 산줄기들이 쭉쭉 뻗어 나 있습니다.
백두대간 할때가 생각이 납니다.
저곳을 나도 걸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그때를 살짝 회상해 보기도 합니다.
월봉산에 가까워 지니 멋진 나무와 바위가 반겨줍니다.
무엇인가 닮은듯 한데 무엇을 닮았을까요?
알듯 모를듯 알쏭달쏭합니다.
땀 좀 흘려야 올라올 수 있는 월봉산이네요.
이마에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월봉산과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그렇지만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마에 흐르던
땀방울은 언제 흘렀나 싶게 사라져 갑니다.
곳곳에 산죽밭이 있네요.
낙남정맥 할 때는 산죽터널을 10km 이상 지나야 한다던데
미리 예행연습 하는 것 같습니다.
산죽밭을 뚫고 올라오니 삼거리입니다.
거망산과 월봉산 그리고 수망령을 알려 주네요.
얼마 남지 않은 수망령 힘을 내봅니다.
하지만 내려서는 길은 낙엽이 수북해서 너무 미끄럽습니다.
조심조심해서 수망령을 향합니다.
아~
가을색이 너무 이쁩니다.
아무리 바쁜 걸음이라도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가을가을한 하늘과 나뭇잎을 들여다봅니다.
수망령에 도착하니 싸부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규식님께서도 월봉산에서 사진 찍어 주시고 쌩하고 가시더니
한참 전에 도착해 계셨나 봅니다.
싸부님께서 뜨끈한 사골국물에 떡만두국을 끓여주시는데
그것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게 됩니다.
넘어가지는 않지만 억지로 넘겨봅니다.
그리고...
잠시 휴식 후
천천히 금원산을 향해 걷습니다.
속도를 내보려 하지만 속도는 나지 않고 규식님 먼저 가시라고
보내고 제 속도 대로 천천히 천천히 가다 보니 금원산입니다.
위쪽은 벌써 가을이 지나고 있습니다.
벌써 낙엽이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금원산과 기백산 갈림길인데 도로가 보입니다.
규식님께 여쭤보니 수망령에서 이쪽으로 올라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로가 있었나 봅니다.
반가운 산패가 있습니다.
준희선생님께서 만들어 주신 싸부님 지맥 졸업기념 산패였었죠.
많은 사람들이 지나던 곳인지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있습니다.
월봉산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이곳은 가을이 벌써 저만치 가버렸나 봅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산행하던 중에 오늘 컨디션이 제일 안 좋은 듯합니다.
계속 걷다 보면 좋아지겠지 했는데 온몸이 으슬으슬합니다.
다른데 정신 팔지 말고 그냥 걷기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죠.
2등 삼각점 확인 합니다.
한번 쓱 둘러보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정말로 아무도 올라올 것 같지 않은 1065.9m입니다.
출발 전에 이곳 우회로가 있어서 아무도 올라서지 않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라는 싸부님 말씀이 있으셔서 올라와 보니 정말 아무도
다녀가지 않았는지 시그널이 하나도 없습니다.
규식님 시그널 하나 걸어두고 이동을 합니다.
아직 바래기재 까지는 한참 남은 거리입니다.
해가 지기 전에 내려가야 할 텐데 쉽지 않을 듯합니다.
늘밭고개 지나는데 싸부님께 연락이 옵니다.
어디쯤인지 묻습니다.
늘밭고개라고 알려 드리니 대충 시간을 가늠하시는 모양입니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옵니다.
선생님의 산패가 반갑게 맞아 줍니다.
요즘은 해가 많이 짧아져서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발걸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중
서서히 석양이 지려는가 봅니다.
위쪽은 벌써 가을이 지고 있는데 그래도
아래쪽은 붉게 물들어 가는 가을입니다.
높고 낮음에 따라서 변해가는 색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광경이 아닐까요?
벌목을 한지 오래되지 않았는지 잡목이 무성하게 자라난
내리막을 요리조리 내려서고 나니 상비재가 나타납니다.
이어서 생뚱맞게 나무계단이 나타납니다.
나무계단이 있다는 것은 이곳으로 사람들이 많이
다녔을 텐데 관리는 전혀 되어있지 않은 듯합니다.
삼각점봉을 지나며 얼핏 불빛이 보이면서 사나운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제 바래기재에 거의 내려섰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바래기재 식당 사이로 빠져나옵니다.
개 두 마리는 다 내려설 때까지 짖어 댑니다.
이제 고만 짖어라..
예전에 제가 지원을 했었던 자리에 도착을 했습니다.
벌써 날은 어두워졌지만 이곳에 차들이 많이 지나다니다 보니
싸부님께서 개목고개에서 지원을 하자고 하십니다.
간단하게 정비를 하고..
다시 어둠을 뚫고 길을 나섭니다.
굴다리를 지나..
정말 먹음직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사과밭을 지납니다.
조금 전 내려섰던 바래기재에 있는 식당 맞은편으로
지나게 됩니다.
가운데는 도로가 있어서 무단횡단은 하면 안 될 듯합니다.
차들이 쌩쌩 무서운 속도로 달려 댑니다.
오늘이 보름일까요?
휘영청 달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럴 땐 가만히 눈감고 있다 걸으면 시야가 맑게 잘 보일 텐데요.
그동안 길안내 하느라 피곤했는지 누워서 쉬고 있는 이정목
그래도 방향은 잘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근처에 마땅하게 설치할 곳이 없었나 봅니다.
이정목에 산패를 설치해 두셨네요.
이렇게 해놓으니 산패 찾지 않아도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철 모르고 피어난 철쭉인가요?
진달래인가요?
아리송한 꽃이 피어있습니다.
걸어가는 길이 랜턴 때문이 아니라 많이 밝습니다.
그래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이 참 밝기도 밝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지나셨던 싸부님 시그널이 길을 안내해 주고
계시네요.
감사합니다. 싸부님^^
이곳이 솔고개 인가 봅니다.
나무계단은 관리가 안되어 잘못 밟았다가는 아래로 퐁하고 발이
빠질 것 같습니다.
달빛이 밝으니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보게 됩니다.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봉우리 올라서니 582.4m 산패가 반갑게 반겨줍니다.
하지만 이곳도 곳곳에서 잡목을 통과해야 합니다.
독도에 주의해야 하는 구간들입니다.
준희선생님 시그널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든든하게 지켜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옆에 저도 보초를 세워 둡니다.
선생님 심심하지 않으시겠죠 ^^
개목고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쉽게 보내주지 않습니다.
낮이었다면 조금 달랐을 까요?
별차이 없었을 듯도 싶습니다.
이게 뭘까요?
규식님께서 담배라고 알려주십니다.
버린 건가요?
말라죽은 건가요?
밭도 지나고 덤불도 지나고 하다 보니
개목고개에 가까워졌습니다.
함양과 거창군의 경계지점인 개목고개에 내려섭니다.
이곳도 도로공사를 하는지 길을 깊게 파두어서 잘못하다가는
다칠 수 있겠습니다.
이곳에서 기다리고 계서던 싸부님의 배려로 뜨끈한 능이라면으로
원기를 회복해 봅니다.
싸부님께서 제 상태를 보시더니 더이상 진행하는것은 안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더 진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기는 하지만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다 보니
싸부님의 말씀대로 이번산행은 여기서 멈추기로 합니다.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고 규식님께서는 이번산행의 목적지인 춘전치
까지 진행을 하기로 하고 어둠 속으로 출발을 합니다.
다시 날이 밝은 아침 춘전 1교에서 규식님과 다시 만납니다.
다음구간 들머리인 사과밭을 뒤로 하고 진양기맥 1구간을
마무리합니다.
아침햇살이 안개를 뚫고 나오네요.
거창에 있는 가조온천으로 가던 중 햇살을 담아봅니다.
무리를 하고서라도 산행을 했어야 하는가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이번만 산행하고 말 것도 아닌데 잘했다 생각도 됩니다.
가조온천에 들러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가보지만 쉽게 추위가
가시지를 않습니다.
아무래도 몸살이 나도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이렇게 중탈로 첫 구간을 마무리하게 된 진양기맥 1구간이었습니다.
저 때문에 맘껏 산행 못하신 규식님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장거리 운전하시느라 고생하신 싸부님께도 감사합니다.
다음 황매산 구간은 펄펄 날아 보겠습니다.
첫댓글 진양기맥을 종주한지 너~~무 오래되어 가물가물하더라별하님의 그림으로 다시 찾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