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완화로 해외 여행이 활성화되며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중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중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방침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처럼 한국이 중국 여행객에 꼼짝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올해 1분기에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7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2022년 4분기(약 148만명)와 비교하면 16.2% 증가한 수치인데요.
지난달 방한한 외국인의 국적을 보면 일본(12만8000여 명)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미국(10만9000여 명), 중국(10만6000여 명), 대만(7만7000여 명), 태국(5만4000여 명), 베트남(4만1000여 명) 순이었습니다. 이중 특히 중국 관광객이 최근 빠르게 10배 가까이 늘며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년동월대비 방한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올해 1월 239%, 2월 224.5%, 3월 503.1%, 4월 1191.8%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요. 한중 양국이 코로나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방한 중국인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는 3월 중순부터 중국인 방한 시 PCR(유전자증폭) 검사 의무를 해제했으며,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입국 전 PCR 검사를 신속항원 검사로 대체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중국 관광객은 크게 적은 수준인데요. 지난 2019년 기준 602만명에 달했던 중국 관광객은 전체 방한 관광객(약 1750만명)의 34.4%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한국은행에 따르면 세계 관광 시장에서 '큰 손'으로 여겨지는 중국 관광객의 국내 방문시 1인당 지출액이 1689달러(2019년 기준)로 미국이나 일본 여행객에 비해 훨씬 높았습니다.
이에 최근 중국 관광객이 회복세를 보이자 지난 3년간 코로나로 큰 피해를 입었던 면세·카지노업종을 비롯한 국내 관광업계는 중국 관광객 유입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중국 관광객의 단체방문 재개 여부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인데요.
이와 관련 우리나라 정부는 올해와 내년을 '한국방문의해'로 정해 중국 관광객을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커지는 中 관광객 영향력, 어느정도 길래?
중국 경제의 급성장 및 중국인들의 소득수준 증가에 따른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 폭발로 인해, 전 세계 관광산업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유커로 불리는 중국 여행객들은 씀씀이가 커 한국 관광업계가 좋아하는 고객들인데요.
유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쇼핑입니다. 이들은 소위 ‘큰손’으로 불릴 정도로 거대한 소비력을 가졌습니다. 중국 여행객들은 여행할 때 ‘아끼지 않고 즐겁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쇼핑도 아끼지 않는데요. 이들은 면세점뿐만 아니라 백화점, 화장품 매장 등 주요 관광지 일대에서 싹쓸이하다시피 쇼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올해에도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지출액이 미국, 일본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산 고가 화장품, 향수를 사는데 지출핵의 76% 가량을 쓴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이 때문인지 슬프게도 서울 시내의 유명 면세점에 가면 점원들이 중국인 고객을 맞이하느라, 정작 한국인 고객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면세점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에게서 나온다고 할 정도인데요. 그러니 국내 유통업계는 중국 여행객 유치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입니다.
사정은 관광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사드 보복 조치가 있기 전, 국내 관광산업의 중국 의존도는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는데요.
중국의 자국 여행사에 대한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 조치 등으로 중국인 여행객이 감소하자 국내 관광시장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중국 전담여행사는 휴업 또는 폐업 상태가 되었고, 중국 단체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영업하던 명동 등의 호텔들도 투숙객이 30% 이상 줄었습니다.
유커 파워, 다 좋은 것만은 아니야
이렇듯 이들의 ‘유커 파워’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데요. 이들은 이미 일본과 태국, 베트남,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주요 관광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전 세계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을 정도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여행객이 뿌리는 외화의 힘에 의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관광산업의 정체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얻는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데다 그 효과도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국 여행객의 소비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관광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지나친 의존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는데요. 사드 사태나 코로나19 처럼 국내 관광산업에 어려움을 주는 외부 상황은 계속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장 다변화 등 개선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과거 중국 관광객이 많이 몰렸던 일부 지역에서 나왔던 역효과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관광객이 몰리던 제주나 서울 명동에서 국내 관광객이나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속출해서 인데요. 중국 단체 관광 특성상 중국 업체들이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면서 실질적으로 국내 업체에 돌아가는 몫이 크지 않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중국 관광객 역대급 민폐 사례
중국 관광객의 민폐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요. 2017년 제주국제공항에서는 다소 황당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일부 중국 관광객이 면세품의 부피를 줄이고자 상자와 비닐 등을 벗겨 대합실에 버리고 도망간 것인데요.
국내 여행객이나 해외 여행객은 이 쓰레기를 피해 탑승구에 가야 했습니다. 이날 대합실에 중국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는 100ℓ짜리 봉투 100여개 분량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중국 관광객이 많은 제주에서는 각종 문제가 발생해왔는데요. 용을 숭상하는 몇몇 중국 관광객이 기념물에 지정된 제주도의 '용두암'을 깨고 그 파편을 가져가는 사건이 벌어지는가 하면, 해녀 할머니가 어렵게 캐낸 해산물을 몰래 훔쳐간 것이 전파를 타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한 관광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국내 시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지만, 관광지 분위기를 흐려놓는 문제가 동반된 것도 사실"이라며 "유커를 적극 환영하면서도 국내 관광서비스업 부활을 위해선 사전에 중국 관광객들의 대거 유입에 대비한 여러 행정이나 입법적 준비가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한동안 사라졌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중국 여행객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의존도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3년 사이 중국 여행객의 축소로 위축됐던 국내 유통·관광업계에도 다시 봄바람이 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