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세대 최초의 정년(1955년생)을 맞는 교직선배님들께 드리는 글.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금 해외여행지에서 새벽 4시에 잠이 깨어 이런저런 생각에 몸을 뒤척이다, 문득 8월말 정년을 맞는 최초 베이비붐세대인 1955년 전반기 출생의 교직선배님들이 정년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떠올라 몇자 적어 봅니다.
노사연의 노래가사에 '나이를 먹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간다'는 표현을 실감합니다.
저도 1957년생으로 정년이 2년 남짓하니까, 마무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여러가지 아쉬움, 30년이 넘는 교직생활 동안 기억의 편린들이 뒤범벅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1955년생 교직선배님들이시여!
모두가 가난한 시절에 공부 잘하는 수재들로서 2세 교육에 헌신하겠다는 신념과 가치관으로 35년 이상의 소중한 교직 경험과 경륜을 모두 가슴에 묻어두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시게 되어 아쉬움이 큽니다.
젊은 사람들은 감히 경험해보지 못한 체험적 지식의 보고, 높은 교직 경륜에서 터득한 탁월한 지혜를 8월 정년과 동시에 용도폐기해야한다는 점이 너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이번에 수원에서만 중고교 교장선생님들께서 13분의 선배님들이 교직을 떠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간의 모든 지혜와 기술 발전은 축적의 힘, 경험의 누적에 의한 결과의 산물이며, 계속된 실험과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문명과 역사,과학기술이 발전을 지속해온 것은 인류사의 진리였습니다. 스티브잡스가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공로가 지대하지만, 그가 발명하거나 혼자만의 힘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축적의 힘, 경험의 누적산물'임을 알고 있습니다.
정년을 맞는 베이비붐제1세대(1955년)로서 오늘의 교육현실에 대한 소회와 쓴소리도 하고싶지만, '모든 것을 가슴에 담고간다. 대과없이 정년을 맞아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생각하시면서 조용히 떠나실 것같아서 그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30년 이상의 교직 경험과 높은 식견을 옛부터 '교장 한명이 정년을 맞으면,도서관 하나 또는 박물관하나에 해당하는 교육지식의 창고가 없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고 교직 경력이 많다보니까 자꾸 후배들에게 뒷방늙은이 취급당할까 두렵고, 꼰대 기질이 나온다는 말도 신경쓰이고, 교단의 관행문화에 젖어있다느니,민주적 학교운영체제의 교육 혁신에 미온적인 세대라는 말등을 귓결에 들으면서도 꿋꿋이 교단을 지켜온 세대가 정년을 맞이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쌍둥이도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합니다.
비교적 젊은 관리자나 경력이 짧은 교직 후배들은 교직의 경험과 경륜이 얼마나 소중한지 체감적으로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교직 후배들이 경험과 경륜이 얼마나 소중하며, 나이가 들고 묵직한 교직경험에서 배우는 무형의 자산과 경험치가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후배들에게 깨우져 주셔야겠습니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아 정년이 가깝다고 소중한 지적 자산을 사장시키거나, 기회의 평등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지나가는 강아지조차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4차산업혁명시대라도 사람을 만드는 인간교육의 가치는 변함이 없습니다. 인간교육은 경험과 교직경력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교직에서 경험과 경륜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저는 직접체험했습니다.
제가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학사 시절에 어느 학교로부터 심한 민원을 받아서 많이 괴로워할 때, 그당시 1955년생이신 선배 장학사님이 직접 저를 데리고 그학교를 방문해서 잘 해결하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그 학교 교장선생님과 친분이 두터운 선배장학사님의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또, 선배 장학사님 중에 담당장학관님과 나이가 같은 교감출신 선배장학사님이 계셨습니다. 제가 지역교육청에서 근무하다가 도교육청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할 때, 저를 친동생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면에서 도와주시고, 어려운 민원과 업무를 솔선해서 조언해주시고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셔서 지금도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함께 근무하면서 그자리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믿음을 주셨습니다. 지금도 같은 부서내에서 동료 장학사들끼리의 미묘한 갈등, 또는 타부서와 업무떠넘기기는 계속 진행형으로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도 나이가 엇비슷한 장학사들끼리 업무로 갈등을 빚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선배장학사님은 본인이 손해보는 선택과 일을 더 많이 하시고, 진정성 있게 헌신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요즘 도교육청의 장학사님들은 젊고 유능한 분들이 많겠지만, 일선학교에서 신뢰하고 든든한 믿음이 가는 장학사들이 그때보다 감히 많다고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장학관도 그때는 전부 교장경력을 거친 분들이어서 오랜 경험의 축적에서 우러나오는 내공들이 대단하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신뢰와 역량에대한 실력의 권위를 인정받아 교육정책의 학교현장에 안정적 정착과 내면화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즘 장학관들은 교육지원청 과장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교감출신이 공모로 임명되고 있습니다.
교장출신의 장학관에 비해 신뢰감이나 존재의 무게감이 아마도 교단을 떠나시는 선배님들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지 못하리라 추측됩니다.
저는 경력과 경륜의 식견이 풍부한 선배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배움을 지금껏 소중한 밑천삼아 교장의 직무를 수행한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때 깨달은 교훈이 '리더는 자기 희생과 항상 손해보는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것, 리더는 다른 사람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람이며 실천으로 보여주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떠나시는 베이비붐1세대(1955년생) 선배님들이여!
선배님들은 전후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온갖 격동의 시기를 겪으신 역사의 보배 세대이며, 아주 특별한 세대입니다.
부모봉양의 효도 세대, 자식들이 부모보다 못사는 시대에 정년 후에도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야하는 돌연변이 아닌 돌부처(모든 풍파를 겪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세대)제1세대입니다.
나이들어서 등떠밀려 떠나는 사람이 후배들에게 낯부끄럽게 무슨 충고를 하겠느냐고 손사레치며 아무 말씀도 안하시면, 후배들은 배울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그전에는 퇴임하시면서마지막 문집등으로 가르침을 주시는분들도 계셨는데, 요즘은 침묵하고 떠나시는 선배님들이 대부분이라서 그점이 너무 안타깝고 아쉬울뿐입니다.
떠나시더라도 후배들과 각종 친목모임, 인터넷매체에 글쓰기, 도서출판 등 저술활동과 신문 기고, 강의 등으로 후배들에게 지속적인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경험과 경륜을 함께 나누는 것이 경기교육발전을 위한 지식의 공유요, 지혜의 보시이며, 교직후배들에 대한 진정한 봉사일 것입니다. 도서관 하나의 지식 보물 창고를 사장시키면 안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야인의 몸, 자연인으로서 그동안 애정을 쏟았던 경기교육에 때로는 충고와 조언, 선배 교육자로서 약이 되는 쓴소리와 건설적 비판 등도 서슴지 않고 충고해주셔야 경기교육이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건강 100세 시대에 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시원섭섭한 마음이시겠지만, 늘 애정을 가지고 경기교육 발전을 위해 마음속으로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해외에서 보낸 진정성 있는글을 읽고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래도 송교장같은 분이 있어 많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 남은 환갑여행 잘 하시고 귀국하세요.
문장 한줄, 단어 하나마다 가슴 절절이 와 닿습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산 증인이시고 교단을 이끌어주신 선배님들을 떠나 보내는 마음이 아쉽고 세월이 야속합니다. 교단에 쌓아두신 그 공 잊지않겠습니다. 아무쪼록 행복하고 건강한 여행길 되십시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성숙되지 않은 정치적 논리와 과대 포장된 포퓰리즘 교육 현실이 안탑갑습니니다.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참스승의 길을 걸어오신 선배 선생님의 지혜와 진실함의 살아있는 말씀에 존경을 표합니다.
지식과 열정으로 경기교육을 리드하는 송회장님의 퇴직 선배님 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내는 글이 마음으로 와 닿습니다.
교육공동체 가족끼리 서로 정보 및 친교의 장이 미래 교육을 열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여행으로
추억을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똑똑한 사람이 반드시 유능한 사람은 아닙니다. 실력은 지식에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경험 많은 선배들이 이끌어야 정치적 놀이와 철학에 매이지 않고 제대로 된 교육의 앞날을 열어갈 수 있습니다. 스승의 길을 걷고자 하시는 송교장님의 앞날에 영광과 보람을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