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가고 싶다
최현아
대부분 사람은 섬을 생각할 때 세상과 격리되어 바다로 둘러싸인 외로운 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의하면 국내 전체의 섬이 3,348개이며 약 86%의 섬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섬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비록 사람이 살지 않아도 무인도는 사람처럼 이름도 있고 소유권도 관할지역도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나의 일상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듯 생활하다 주말이 되어야 비로소 쉴 수 있다. 대학원에 들어간 이후엔 주말에 쉬는 것마저도 힘들다. 주말이면 밀린 살림살이 대학원 수업 발표 준비 과제를 하느라 바쁘다. 그럴 땐 바쁜 나의 일상에서 벗어나 사람이 없는 무인도에 가서 단 며칠이라도 잠시 쉼을 하고 온다면 재충전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전에 유퀴즈 프로그램에서 무인도에 간다면 가져가고 싶은 물건 3가지를 이과생과 문과생에게 물었던 게 기억난다. 이과생은 구급상자 금속양동이 마체테를 문과생은 책 선풍기 모네의 그림을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확실히 문과생과 이과생의 뇌 구조 차이가 있나 보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나에게 무인도에 가져갈 물건을 물어본다면 책 필기도구 기타라고 대답할 것이다. 무인도에 혼자 있으니 외롭고 심심하고 밤이 되면 무서움에 떨 수도 있다. 하지만 무인도에 가면 바다를 끼고 있으니 해산물이 지천(至賤)으로 깔려있다. 전통시장 골목 자판 대 위에 올려 있는 해산물을 보고 가격을 흥정하면서 사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가 조금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조개 물고기 문어 등을 잡아 배부르게 실컷 먹을 수 있으니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밤이 되면 모래사장 위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별자리를 찾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출을 보고 무인도 주변을 걸을 것이다. 배고프면 물고기를 잡아 먹고 자연 속에서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다가 잠이 오면 낮잠도 자고 심심하면 기타를 치며 노래도 하고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며칠이라도 잠시 쉼을 하고 싶다.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은 섬이 있다. 울릉도와 오키 제도 사이에 있는 독도(獨島)이다. 일본인이 다케시마(竹島)라는 이름으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독도에 가서 태극기를 꽂고 오고 싶다. 일본 정치인들은 왜 독도가 한국인의 영토라는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있음에도 역사를 왜곡하고 날조하고 어린아이처럼 우기는지 모르겠다.
오늘날 이런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우리 정부가 사투하고 있는 것은 1998년 11월 28일에 체결된 ‘신(新)한·일 어업협정’이 1999년 1월 6일 본 안이 날치기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일본이 독도를 섬이 아닌 암초(rock)로 규정하자는 일본이 파놓은 함정에 정부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비롯된 것이다.
국제해양법에 따르면 사람이 살고 있고 동식물이 살고 있고 나무가 자생하고 있으면 섬이다. 독도에는 주민등록상으로도 독도로 전입 신고 되어 사는 사람도 있고 날짐승 곤충들이 살고 있으며 사철나무 동백나무 등 60여 종의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으니 독도를 애초에 암초로 규정한 것이 잘못된 것이다. 독도가 명백히 섬으로 규정할 수 있음에도 암초로 되어있기 때문에 영해를 인정받을 수 없고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고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엘리트 출신 정치인들이 이 협정에 동의했다니 그들의 머리가 의심스럽고 행동이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일본에 두 번 다녀오며 적지 않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중요한 영토 문제를 논의하고 돌아온 조선 후기 어부이자 민간 외교인 안용복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땅속에서도 대성통곡했을 것이다.
독도는 학술적 군사적 경제적 가치 면에서도 크다. 수산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섬 전체가 독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이다. 그러니 이런 해양의 보고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독도를 기리기 위해 매년 10월 25일을 독도의 날로 지정하여 다양한 행사와 기념식이 열린다. 독도에 관련된 전시 강연 문화행사 예술공연 등을 개최하여 국민에게 독도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제 사회에서도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서유석이 부른 홀로 아리랑이 남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이 독도와 통일이라는 단어에 공감할 수 있는 주제 때문인지 북한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제 독도는 홀로 아리랑의 가사처럼 외롭지 않은 섬이다. 많은 사람이 독도에 관심을 두고 독도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에는 2박 3일 울릉도 여행 패키지에 독도까지 포함한 택시 관광 코스 관광이 유행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최동단인 독도에 가서 일출을 보며 우리 민족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