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바람과 밝은 달의 고장이라는 충주댐 주변을 돌아봤다
과연 하늘도 푸르고 물도 푸르고 청풍명월이 영 틀린 말은 아닌듯 ~
밝은 달 대신에 두둥실 떠가는 흰구름이 달인양하며 . . .
3,000원의 입장료를 면제받고 팔영루를 들어선다
살미면을 지나 청풍면으로 돌아나가니 청풍문화단지
댐이 만들어지기 전 까지 일대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영원히(?)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 되었을 것이라 이곳에서 푸른 물속에 잠겨버린 옛집을 내려다보며
시름을 달랠까?
양평의 두물머리로 흘러드는 남한강의 상류인 이곳이 물에 잠긴지도 수 십년이다
이 지방의 관아가 있던 곳이라 옮겨놓을 것이 많았을 것이다
떵떵거리며 살던 고대광실의 기와집도, 썩은새 위를 새 볏짚으로 이엉을 이던
초가집도 이 언덕위로 옮겨 놓은 건 그나마 다행이랄까
<화살나무꽃>
생활도구가 그대로 걸린 집안의 뒤뜰에 목단이 예쁘게도 피었다
가을 추수철이면 쉴 새 없이 와롱~거리며 돌아가던 탈곡기도 보인다
옛날 이 고을의 수령이나 이 지방 관찰사, 부사를 지낸 사람들의 공덕비가
줄줄이 이사를 와서 청풍명월 아래에 도열했다
한벽루라는 현판에 눈이 갔다
정자 이름에 차가울 寒(한) 자를 넣은 이유가 무엇일까. 원래 이 정자는 강가에
있던 것을 옮겨놓아서 겨울이면 더 추운 누각이 될 것이니 그럴 듯한 이름이다
이 지방을 다스린 관리의 직급이 요즘으로 치면 어떤 계급일까
청풍도호부였다면 종3품(2급.이사관)일 것이고
청풍군수라면 종4품(3급.부이사관) 벼슬이며
청풍현이였다면 종5품(4급.서기관)의 현령이었을 것이다
크고작은 송사를 처결하던 금병헌 마당에 형틀이며 관복을 입고
위엄있게 앉아있는 사또 나으리가 있다
소나무 연리지가 신기하다
서로를 부등켜 안아 두 몸이 한 몸이이 되어 독야청청하려는가
근년들어 지독한 가뭄 탓인지 청풍대교 아래 댐의 물은 수위가 많이 낮아져있다
물이란 만물의 근원이요 생명이다
수몰된 지역민들은 안타깝지만 저 물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릴 것인가
거액의 세금으로 만든 댐이나 보를 헐어버리자고 난리치는 요즘
나는 영 마뜩치가않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산곡대기에 있는 망월정까지 올라간다
철쭉터널도 지나고 뒤를 돌아다 보니 이곳에 댐이 없었다면 나그네들의 발걸음이
닿을 곳이 아닌 산간벽지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사는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도 불리할 것도 없이 공평한 것이라는 마음도 있다
지자체는 이것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는 반대급부가 있음이니 ~
망월산성까지 올랐다
시인묵객은 아니지만 망월루에 올라 사방을 돌아다보니 과연 청풍명월이로다
저 산너머에서 하얗게 뜨는 달은 남한강 물줄기로 씻어서 더욱 반들반들한
얼굴로 이 고을을 비추었으리니
허풍이 아니라 청풍명월이란 말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겠다
농경국가에서 중공업국가로 세상을 바꿔버린 수 십년의 세월동안 참 많은 것들이
바뀌고 변했다 그리고 이제는 중공업이 아니라 첨단산업국가이지 않은가
현기증 나게 과거를 집어삼키는 시간들이 어지러울 뿐이다
도호부절제아문
조선시대가 막을 내리고 불과 100여년. 저 현판의 글들은 아주 먼 옛날이야기
속에 나오는 낯이 선 문자같이만 보인다
이곳을 둘러보며 내가 가장 눈길을 오래주었던 풍경이라 소중히 사진에 담았다
사기 막사발을가지런히 엎어놓은 부억 쪽문 사이로 목단꽃이 너무 예쁘다
어떤 아낙이 밥상을 차리며 흘끗 내다보는 눈길이 그대로 느껴진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에 우리 집에도 걸려있던 도롱이다
용도를 다하고 버려지면 그대로 썩어 거름이 되어 토양을 살찌울 천연재료.
온통 썩지도 않을 비닐로 몸살을 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연만이 자연을 치유한다
두어 시간의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만난 괴석
누군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나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작명을 해줬다
<청풍외돌괴>
그럴싸하지 않은가
이곳을 그냥 지나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자그마한 산이 온통 바위로만 이루어진 작은 금강산 - 이름하여 금월봉이다
이 지방에서 꽤 유명한 석갈비나 두어 점 구워먹으며 돌아가기 전에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으니 지나치지 말 것이다
여행의 재미란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먹는 재미도 빠뜨릴 수 없다(世)
첫댓글 저의 시부모님의 고향이 충주 중원군 살미면 인지라 명절이면 가는곳입니다만 충주땜 주변을 이렇게 세세히 둘러본 일이 없는데 그쟈시인님의 글과 사진으로나마 향수를 달래봅니다
정겨운 충주ㆍ
새색시적 한복입고 시외버스 타고 내려간 그 곳 !
감사합니다
눈 앞에 그려집니다 한복 입고 신랑 따라 시댁에 내려가는 새색시 이혜자. 그 때는 지금의 얼굴이나 몸이 분명 아니었을진대 세월이 야속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