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소 / 고경숙
저물어 돌아오는 해가
목공소 깨진 유리창에 붉게 들어설 무렵
하루동안 잡고 있던 수평실*
느슨히 푸는 전봇대 위로 새들이 귀가한다
네온 불빛하나 없는 나무 간판
패인 결의 안내대로 따라가면
두 뼘 간유리를 갈아 끼우지 않은 창,
새들이 드나드는 문이 열려있다
세상과의 교신도 물론 그들이 대신했으므로
나무의 전생이 숨쉬는 숲은 어둡지 않았다
신작로에서 튕겨온 돌을 맞고
낮은 지붕이 더욱 키를 낮출 때면
노인은 대패숨을 놓지 않고 열심히 수평을 맞췄다
아교처럼 자꾸 들러붙는 시간너머로
뽀얗게 쌓이는 숲의 잔해들
얼마큼 더 깎아내야 세상은 평평할까
장마에 뒤틀린 문틀처럼 무릎이 뻑뻑해지면
잠깐 숲의 정물로 들어앉는 노인,
새들은 세상사람들이 버린 말 물어와
손등에 검버섯으로 내려놓는다
노인을 보기 위해
저물어 목공소에 발을 디밀면
병든 노인이 짜다 만 포개진 문짝들
숲으로 통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수평실: 목공소에서 수평을 알기 위해 표준틀에 맨 실
첫댓글 멋진 시 감상 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최양호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환한 봄날 처럼
건강한 나날 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