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잡이 도보여행(1)
구간 : 통일 전망대에서 경주 문무 대왕릉까지 480km
기간 2008. 01. 05부터 2008. 01. 20
지금까지 몸담았던 직장에서의 은퇴를 앞두고 내 마음을 정리하려고 도보여행을 했다.
이 여행에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많은 생각과 갈등이 있겠지!
그 속에서 내가 갈 길을 찾게 되겠지!
그 결과를 고래라 지칭하고 지금부터 고래를 찾아 동해로 떠난다.
대략의 일정만 정하고.
5일 : 통일안보공원 - (반암리) 동우비치하우스 14km
6일 : (반암리) 동우비치하우스 - 영랑호리조트 33km
7일 : 영랑호리조트 - (하조대) 해돋이민박 30km
8일 : (하조대) 해돋이민박 - 경포대효산콘도 34km
9일 : 경포대효산콘도 - (옥계) 송림민박 34km
10일 : (옥계) 송림민박- (삼척) 오분마을회관 34km
11일 : 오분마을회관 - (삼척) 개인독채민박 30km
12일 : (삼척) 개인독채민박 - (울진) 콘도식민박 30km
13일 : (울진) 콘도식민박 - (울진) 개인독채민박 33km
14일 : (울진) 개인독채민박 - (영덕) 산호장여관 30km
15일 : (영덕) 산호장여관- (영덕) 용궁민박 31km
16일 : (영덕) 용궁민박 - (흥해) 수산횟집 30km
17일 : (흥해) 수산횟집 - 청룡회관 30km
18일 : 청룡회관 - (구룡포) 구만7리마을회관 29km
19일 : 구만7리마을회관 - (감포항) 전촌1리마을회관 31km
20일 : 전촌1리마을회관 - 문무대왕릉 7km - 경주터미널 해산
2007. 01. 04 10:15
이제 출발이다.
480km 도보여행의 출발이기도 하고
이제껏 몸담아 왔던 직장에서 벗어나 나 홀로 자립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타의든 자의든 이제는 새 출발을 하여야 한다.
지난 30년 난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바라고 행동했던가?
순간의 즐거움들, 나태함, 사려 깊지 못했던 행동들,
그런 행동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겠지!
내가 슬픔에 젖었을 때, 외로워서 가슴이 아려올 때, 내 삶을 후회하기도 했었지!
가슴이 아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둠의 터널에서 헤매던 때에
그래도 나를 구해준 직장,
내가 그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내가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그 직장이 한없이 고맙다.
이제 480km 국토종단 도보여행길 위에서 내 갈 길을 찾아야 하겠지!
이제 버스는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한다.
자아! 출발이다.
힘내라 꾸몽!
2008. 01. 04. 14:30
서울에 도착했다.
아들한테 전화로 여행 사실을 알리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이동해서 15:00에 출발하는 차표사고
지하식당에서 동태 백반 사먹었다.
속초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없는 줄 알았으면 소속버스로 서울 올 것을 괜히 시외버스 타고 와서 택시비만 6,000원 날렸다.
금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차가 엄청나게 막힌다.
사막은 팔을 다쳐서 같이 출발할 수 없었단다.
팔이 좀 나으면 중간에서 합류한단다.
12시경 아내와 통화했다.
그동안 나 없이 혼자서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것도 견딜 수 없다면?
그래도 마음은 불안하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에 경비실에 여행한다고 알리고 올 것을 그랬나 보다.
이번 여행은 내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했었고, 기대가 커서 그런지
내가 좀 흥분하는 것 같다.
흥분해서 좋은 것 하나도 없는 데
저녁에는 속초에 가서 정수 친구한테 전화해서 같이 해야지!
2008. 01. 04 14:56
14:30차를 타지 않고 15:00 차를 탄 것은 잘한 일이다.
30분 늦게 가면서 점심도 먹고 조금 여유를 가지니 참 좋다.
그전 같았으면 속초에 가도 아무 할 일도 없이 우두커니 있을 것이면서도 가능하면 일찍 갈려고 서둘렀을 텐데
이게 바로 은퇴 후의 여유일까?
서울 남부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식당의 동태찌개가 맛이 좋았다.
진주에서 보다 값도 싸고, 맛도 좋았다.
서울에 사람이 많이 모여 사니, 옷이나 음식값은 진주보다 저렴하다.
집값만 비쌀 뿐이지 다른 상품 값은 진주보다 저렴하더라.
하기는 옛날에 보니 마장동 식육시장의 고기 값이나 노량진 수산시장의 생선값도 싸기는 하더라.
그리고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문화 활동도 그렇고,
진주에서는 공연 관람 한 번 하기가 그처럼 어려운데.
그래서 유등축제 할 때 각설이 판에도 그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거겠지!
2008. 01. 06. 08:00
반암리 동부민박을 출발하여 오늘 도보 34km를 시작한다.
지금은 출발 전 준비시간
어제저녁 소주를 많이 마셨다.
내가 먹은 양만 해도 세 병은 넘겠다. 내가 술을 제일 많이 먹는다.
부모님이 술을 잘 먹게 낳아 주신 것을 감사해야 할지 원망 해야할지 모르겠다.
도보하는 중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주어진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다.
심지어 사진을 찍는 일조차 잊어버리고.
이번 도보여행에는 뒤에 처져서 여유롭게 걷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선두 그룹에 끼이게 된다.
1946년생이라는 신발끈은 짐을 모두 다 지고 걸으니 힘에 부치는 가 보다.
나는 대부분 짐을 도우미 차량에 실었다.
그래서 조금은 수월하다.
아침에 짐을 좀 지고 걸으려다가 오늘이 고비인 것 같아서 모두 차량에 싣고 빈 배낭 비슷하게 해서 지고 간다.
오늘내일만지나면 좀 적응되겠지!
힘내라! 꾸몽
2008. 01. 06. 09:25
아침 출발해서 한 시간 이십 분 걸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날씨는 따뜻해서 땀나지 않을 정도로 걷기에는 적당하다.
10분 쉬는 시간에 내 소중한 재산 발 님을 쉬게 해야 한다.
5km를 걸었단다.
양말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쉬었다.
열심히 걷고 피우는 담배 한 대의 맛.
그 담배 맛도 이번 여행이 끝이다.
음력설이 지나면 담배도 끊어야지!
여기는 간성읍이라는 데 480km의 여정 중 이제 18.5km를 왔단다.
오늘 내일만 지나면 이 도보에 대한 자신감도 생길 텐데.
내 발 님이여!
좀 참아주고 건강하게 견디어라. 9시 35분에 출발한다는 데
다음에는 얼마만큼 가서 쉴까?
영랑호리조트까지는 28.5km
집에서 연습 도보할 때에는 20km를 3시간 20분에 주파했는데
그 속도로 걸으면 다섯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전체 속도와 맞추다 보니 더 피로가 빨리 오는가?
이제 양말신고 물 마시고 출발 해야지!
내 소중한 발 님이여 안녕하시라.
2008. 01. 06 12:25
오늘 도보 예정 34km 중 19km를 오전에 걸었다.
꽁치찌개에 소주 약간 밥 한 그릇 오후에는 얼큰한 상태에서 15km만 걸으면 된단다.
나를 지켜주는 운동화, 배낭에도 안녕을 빈다.
고래를 찾아서 떠난 여행.
고래는 어디쯤 있을까?
처음에는 옆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 하면서 걷더니
이제는 침묵의 도보이다.
그저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기만 바랄 뿐이다.
걷다가 사진을 찍는다고 잠깐 멈추면 30m는 뒤처진다.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할 텐데 마음이 자꾸만 조급해진다.
여기는 관광지라 그런지
보이는 것은 모두 민박집. 식당. 그리고 모래사장이다.
아직은 검푸른 동해에서 고래를 찾지 못하였다.
점심 먹으면서 내 나이가 1학년 49반이라 하니까
반수를 말해야 할 것을 출석번호를 이야기한다고 놀린다.
글로리. 토끼풀. 매직. 단비 등 20대들과 같이하니까 즐겁다.
내 아들 딸과 비교하면 안 되겠지!
송지호에서 남쪽으로 4km 지점 풍경은 멋지고 아름답지만
여기에 살면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풍경들보다는 주위 사람들과의 교감
내가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곳에서 살아야 하겠지!
2008. 01. 06 15:15
이제 오늘 도보가 거의 끝나간다.
토성면 소재지에서 마지막 휴식을 한다.
날씨가 참 좋다.
약간의 땀이 나기도 하고
도보여행에 많이 참여한 베테랑들은 느긋하다.
걸을 때에 선두에 나서지 않는다.
느그적 걷는다.
난 지름길만 찾아다닌다.
도로의 굴곡점만 만나면 질러간다.
그래도 힘차게 걷자. 그래서 고래를 잡자.
2008. 01. 07. 07:30
출발이다.
오늘 예정은 하조대까지 30km이다.
어제 도보로 10 여명이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도우미 차량을 타는 사람도 있고....
카미노는 연방 부상자 치료로 바쁘다.
어제 마지막으로 돈 영랑호 일주 도보가 문제였다.
예정에도 없었던 영랑호 일주 3km. 나도 약간은 짜증이 났었다.
그러나 나이 많은 내가 불평을 한다면 안 될 것이다.
진행자들도 애가 타겠지!
나를 위시한 몇 사람의 도보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래서 깃발 맨 토끼풀소화가 따라오지 못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시간이 남고
그래서 영랑호 일주 도보를 시행한 것이다.
나도 천천히 걸어야 하겠다.
내가 다른 사람한테 부담을 주어서는 절대 안 된다.
내 아들 딸 또래의 사람들과의 행동이다.
어제 점심때 먹은 꽁치 통조림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제저녁밥도 오늘 아침밥도 아주 조금만 먹었다.
지난여름 차마고도에서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다가 고생한 적이 있었지!
어제 저녁에는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오늘 여정도 잘해야 할 텐데!
2008. 01. 07. 09:15
출발해서 1시간 30분이 지났다.
오늘 첫 번째 휴식이다.
이제 속초 시간지를 벗어났다.
아바이 마을 지났다.
이북 피난민들의 거주지란다.
오징어 순대의 간판이 즐비하다.
나 혼자 왔으면 오징어 순대에 소주 한 잔 했을 텐데 아쉽다.
사람이 줄을 끌어서 가는 줄 배도 탔다.
오징어 말리는 풍경이 자주 나온다.
고기상자 쌓아두는 곳도 지났다.
또다시 모래사장과 잘 정돈된 해변 길 나무 데크 위를 걸었다.
아직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재잘 거리는 여자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항상 명랑한 웃음이 있었다.
그래도 오늘이 끝나면 부상자가 많이 나오겠지!
오늘 하조대 민박집까지 30km 예정이다.
그리 어렵지는 않겠다.
그래도 오후에는 나도 지치겠지!
그래도 즐기면서 걸어야 한다.
초보와 베테랑의 차이
베테랑은 여유가 있다.
걷는 것도 선두에 서서 걷는 것이 아니고 후미에 선다.
나도 오늘부터는 선두에 서지 말아야지!
바다가 시원하다.
잘 놀던 오리들이 우리가 다가가면 일제히 날아오른다.
이런 풍경들도 계속해서 보면 시들해지겠지!
이제 곧 출발 시각이다.
신을 신어야지! 아자! 꾸몽
2008. 01. 07. 10:45
대포항과 물치항을 지났다.
낙산사 3km 앞에까지 왔다.
이제 점심 장소인 낙산사 해수욕장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아침에 밥을 적게 먹었더니 배가 적당히 고프다.
이제는 걷는 것도 수월하다.
선두가 속도를 내어서 그런지 후미는 많이 뒤처졌다.
속도를 빨리하는 데 나도 한 몫 거드는 것 같아서
다른 이들에게 약간 미안하다.
내가 젊었을 때 꿈꾸어 왔던 것들
자녀 양육. 궁핍하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 그리고 늙어서의 건강
모두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무엇이 부족하여 지금 목말라 하는가?
지금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내는 것은 아닌지!
동해를 아무리 응시해도 고래는 없다.
고래는 그러면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인가?
그러면 이 여행에서 마음속의 고래를 끄집어내기라도 해야 할 텐데.
고래를 찾자!
고래를 찾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그때에 생각하자!
아마 남들이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일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자년들 모두 성장해서 자기들 나름의 생활을 하고.
내가 건강하고 무엇을 더 바라는가? 꾸몽
2008. 01. 07 12:15
낙산 해수욕장이다.
점심 후 정오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휴식과 한 대의 담배를 즐긴다.
안온하다.
이제는 더욱 친근해진 회원들과 농담도 즐긴다.
점심에 곁들인 막걸리 한잔과 적당한 노곤함 이것이 행복의 극치라고 하고 싶다.
주차장에 퍼질러 앉아서 휴식을 즐긴다.
자동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는 관광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행복감이다.
오늘 영랑호 리조트에서 하조대 민박집까지의 30km 여정 중에서 반은 왔느냐고 물으니까
반도 오지 못하였다고 한다.
오후 도보가 오전 도보보다 더 힘 드는 데 걱정이 앞선다.
내 소중한 발 님이 쉬라고 양말도 벗고 슬리퍼만 신었다.
오전 중에 받았던 열기가 식혀지겠지!
그만 여기에서 낙오해 햇빛에 한숨 졸다가
하조대 민박집까지 택시 타고 가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래도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하여 힘이 적게 드는 편이다.
나를 건강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지!
그리고 날씨도 너무 따뜻하다.
걸을 때에는 땀이 나서 내가 입고 온 옷이 거추장스럽다.
1월 초순 소한과 대한 사이가 가장 춥다고 하고
그리고 여기는 38선 이북 지역인데 참 신기하다.
따뜻한 날씨에도 감사해야지!
2008. 01. 07 14:00
낙산 해수욕장에서 호산 해수욕장까지 곧게 뻗은 해안가 사구 길을 따라 걸었다.
나는 침묵의 도보를 했다.
카메라 전지가 다되어서 갈아 끼웠다.
다음 숙박지에서 전지를 사야 하겠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걸었다.
어쩌면 내 삶도 그냥 생각 없이 그때그때 상황을 해결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은 아닐까?
이 도보 여행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걸으면 되듯이.
하기는 지금껏 무언가를 계속 추구하면서 살아왔지만
내 뜻대로 이루어진 것이 얼마나 되었던가?
사치스런 표현으로 실존주의?
걸으면서 좀 더 생각해봐야 하겠다.
꾸몽 지치고 힘들어도 더 고생하는 발 님을 생각하면서 힘내라.
2008. 01. 07. 15:20
해안 사구 길을 침묵으로 도보했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갈 뿐이다.
누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기도 싫다.
그저 걷기만 한다.
1m의 지름길을 위해서라면 내 영혼을 팔 것 같다.
오후 도보가 힘이 든다.
체력회복이 늦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모임의 일도 좀 거들어야 하겠다.
남자 10명 중 카페지기. 차량 도우미. 신발끈. 환자 빼고 나면
짐을 옮길 사람도 모자란다.
나는 아직 건강한 편이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고 모두 지쳐 있다.
또 낙오자가 생겼다.
몇 사람이 뒤처져서 차량의 도움을 요청한다.
나는 그래도 행복하다.
2008. 01. 08. 10:20
아침 8시 하조대 해돋이 민박집을 출발했다.
강릉 경포대 효산 콘도까지는 34km의 여정이다.
주문진 17km 지점에서 점심을 먹겠지!
아름다운 해안 길을 따라 9km를 걸어서 왔다.
걷는 일이 즐겁다.
휴식 시간마다 운동화를 벗고 발의 열을 식힌다.
오늘은 바람이 약간 분다.
내일부터는 날씨가 추워지겠지!
그래도 옷을 많이 입어서 땀이 난다.
쉬면 땀이 식고 기온은 걷기에 적합하다.
오후부터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해서 내의 바지를 껴입었다.
또 출발하자고 한다. 운동화를 신어야지!
2008. 01. 08. 12:05
주문진 4km 앞에서 물 회에 소주 한 잔 하다가
남들보다 30분 늦게 출발했다.
물 회 한 접시에 소주 4병 1인 1병씩이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
동료를 무슨 낯으로 대하지!
내 힘껏 달려서 파워워킹을 시작 했다.
시속 7km는 될 것이다.
솔낭구 대장이 도우미 차량을 불렀다.
1.5km 정도를 타고 오니 후미와 만날 수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 데.
점심 장소에 도착하니 초등학교 급식실이었다.
실내화도 준비되고
친절한 교장 선생님은 우리가 추울 것이라며 온풍기도 틀어 준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쾌적한 곳에서의 식사이다.
식사 후의 커피 한 잔 무척 향기롭다.
아름다운 학교에 아름다운 인심이다.
내가 만약 학교 경영자였다면 이런 친절을 베풀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술 한 잔에 내 양심을 팔고 1.5km를 차를 타고 왔으니 어떻게 한다지?
힘들어하는 회원들에게 그만큼 베풀면 안 될까?
앞으로 다시는 도우미 차량을 타지 않는다.
2008. 01. 08. 13:40
점심 먹고 일행들과 다른 길로 한 시간을 걸었다.
남들보다 앞선 것이로 생각하는 데
뒤 처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주문진 시가지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해안가 모래사장. 적당한 파도. 나는 갈매기들 정말로 아름답다.
차를 타고 휑하니 지날 때는 보지못 했던 풍경들이다.
그것들을 기억하려고 지금 기록한다.
젊은 아가씨 두 사람은 연속 지절대고
우리는 지금 쉬고 있다.
계속 가다 보면 일행들과 만나지겠지!
재미있다.
오늘 적어도 13km 정도는 더 걸어야 하겠지!
2008. 01. 08. 15:50
목적지 5km 전 휴식이다.
지난번 휴식 후 해안 사구 위 솔밭 사이의 우레탄 포장의
자전거 도로만 걸었다.
발도 편안하고 기분도 상쾌하다.
평소에도 이런 길만 걷는 다면 좋겠다.
그러나 오늘 29km를 걸었더니 발 님이 몹시 피곤하다고 아우성이다.
좀 쉬게 해야 항 텐데.
지금 쉬고 있다.
모두 지쳐서 도로 위에 드러눕고.
난 막걸리 한 잔에 피로를 푼다.
뱃속이 이상하다.
오전 도보 중에 마신 한 병의 소주가 애를 먹일 모양이다.
지난여름 중국에서 술 많이 먹고,
힘 많이 쓴다고 기름진 음식 많이 먹어서 뱃병으로 고생 한 생각이 들었다.
걱정이다.
이럴 때 된장국이나 한 사발 들이키면 좀 나을 텐데!
오늘 저녁부터 술을 먹지 않고, 밥도 적게 먹어야 하겠다.
건강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참 많이 더 걸어야 할 텐데.
내 건강 챙겨 줄 사람 아무도 없다.
나 자신이 내 건강 챙겨야 한다.
여기 구성원들 중 50% 정도가 교사이다.
아마 방학 때라서 그럴 것이다.
모두 즐겁게 잘 걷는다.
2008. 01. 08 18:50
오늘 도보를 무사히 끝냈다.
지친 상태에서 세수만 하고 밥 먹고 누웠다.
몹시 피곤하다.
피곤함이 쾌감으로 다가온다.
그냥 이 기분을 즐기고 싶다.
종아리가 몹시 아프다.
안티푸라민으로 마사지를 했다.
내일 아침에는 풀어져야 할 텐데.
걱정이 된다.
모든 일을 미리 걱정하고 준비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않는 모양이다.
그때그때 닥치면 해결되겠지!
오늘 저녁에는 술을 먹지 않을 생각이다.
담배도 베란다가 없어서 피울 수가 없다.
참으면 되겠지!
식사 당번도 그렇다.
단비와 세실리아가 밥을 해 낼 것 같지가 않다.
그때 시장가서 완성된 반찬을 사거나 어떻게 해보자.
나만 피곤한 것이 아니겠지!
모두 다 피곤하다.
부상자들도 많다.
참고 지낼 뿐이다.
내일부터는 날씨가 추워진단다.
아직은 따뜻해서 날씨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내일부터 추워지면 어떻게 한 다지!
모두 다 지내는 데 나 혼자만 추운 것은 아닐 것이다.
아들한테 전화할까 말까 생각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이 도보 여행이 나한테는 중요한 일이지만 그 에게는 그렇지 않을 테니까.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이제 구성원들의 사람 됨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여행을 마치면 한 사람 한 삶의 모습들이 전체적으로 파악되겠지!
옷걸이를 가지고 오지 않아 빨래하지 못했다.
지난번 식기처럼 다음 민박집에서 슬쩍해야 한다.
조금 있다가 자기 전에 샤워해야 하겠다.
암만 생각해도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냄새가 날 것 같다.
무슨 놈의 콘도가 시설도 좋지 않고, 화장실에 치약과 비누도 없고,
옷장에는 옷걸이도 없다.
그러니 그 많은 방이 텅텅 비어 있지!
이제 잠을 자고 내일 준비하자!
2008. 01. 09. 09:10
아침 7시 50분에 숙소를 출발했다.
강릉 시내를 통과했다.
첫 번째 휴식이다.
강릉 교외 주유소 바닥에 퍼질러 앉아 휴식한다.
짧은 휴식 시간에 할 일이 많다.
발 마사지도 해야 하고,
담배 한 대와 여정도 기록해야 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항상 늦게 출발하게 된다.
그래도 아직은 발 님이 견뎌주어서 한없이 고맙다.
집에서 평소에 도보 연습을 많이 하고,
이번에 새로 산MTB 운동화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벌써 출발이다.
갈 길이 멀다.
2008. 01. 09. 11:55
드디어 정동진이 보인다.
오늘 여정의 반 정도를 걸은 셈이다.
조금 전 옥계 19km의 이정표를 보았다.
파도가 바위에 부닥처서 물거품이 인다.
내 몸이 차츰차츰 적응되어 간다.
다른 사람들은 발에 물집이 잡혀서도 꾸준히 따라온다.
돌담은 내가 보기에 도보 자세가 가장 바른대도
발목에 물이 차서 걷기에 몹시 괴로워한다.
결국은 도우미 차량을 탔다.
강릉시 경계도 거의 벗어나려 한다.
통일 안보 공원이라 해서 북에서 온 잠수함도 전시하고
함정과 비행기도 전시해 놓았다.
그런 것보다는 아름다운 바다가 좋다.
그리고 서로 도와가면서 완주하려는
구성원들의 마음씨가 더욱 아름답다.
아직도 점심때까지 1.5km를 더 걸어야 한단다.
추진하는 사람들이 사전답사를 많이 했다고 해도
길을 많이 헤맨다.
잘 모르는 길을 묻고, 찾고,
또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서 찾아가고 있다.
그들의 책임감도 무거우리라.
모두 즐겁게 가고 있다.
나도 충분히 즐기면서 가고 있다.
발 님이여! 고맙소이다.
2008. 01. 09. 12:50
오전에 19km 정도를 걸었다.
점심 메뉴는 자장밥이다.
평소처럼 밥 조금에 자장 한 그릇 그리고 미역국 한 사발
맛있게 먹었다.
부분 참여자들은 연일 빠지고 들어오고 한다.
모두 바쁜 일정이 있겠지!
날씨가 좋다.
진주에서 이런 날씨를 만났으면 춥다고 웅크리고 있을 텐데.
땀이 많이 난다.
처음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리는 것 같다.
내 몸이 약해진 것일까?
모레 내 식사 당번일 때 회원들 고기라도 한 번 먹였으면 좋겠다.
젊은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
가장 젊은 사람은 내랑 같은 범띠란다.
36살 아래의 범띠이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가?
모든 걱정은 그때그때 해결하도록 하자.
그게 최선이다.
그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아름다운 풍광, 마음씨 좋은 젊은 친구들,
이번 행사가 끝나더라도 생각이 나고 또 그리워 질것이다.
오후에는 에이미와 돌담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제주에서 온 한라산은 발이 퉁퉁 부어서 오전에 차량 도움을 받더니
오후에는 그래도 걷겠다고 한다.
또 출발 시각이 되었다.
2008. 01. 09. 14:20
정동진 해안가 30분간의 휴식 시간이다.
모래시계 연속극 하나가 정동진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
우리 진행진도 여기에서 30분 휴식 시간을 준다.
정동진 사람들 모래시계와 배 모형,
비행기 모형 등을 전시해 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아직도 소녀 같은 간호사관학교 학생들이 소풍을 나왔나 보다.
그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낭만에 젖어서 날뛰는 그들의 모습이 싱그럽다.
우리는 또 걸어야 하겠지!
오늘 여정 옥계 해수욕장 송림민박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쉽게 걸을 것 같다.
2008. 01. 09. 19:30
오늘 강릉 경포대 효산 콘도에서 7시 50분에 출발하여
16시 50분에 옥계 해수욕장 송림민박까지 34km를 걸어왔다.
강릉 시내를 벗어나 정동진 조금 못 미처 모텔 주차장에서 점심을 먹고
정동진 지나고 고갯길 넘어 헌화로로 오는 길은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지금은 저녁 식사 후이다.
신발끈, 홍법, 나누미는 술 먹으러 가고,
카미노는 다른 방에 발 치료하러 다니고,
나 혼자 남아서 여정을 기록 한다.
이제는 이 도보를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낳고 길러 주신 부모님이 고맙고,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발병이 나서 고생하는데
지금껏 잘 견뎌주는 발 님도 고맙다.
올 4월이나 5월쯤 날 따뜻해지면
내 가족과 함께 이 길을 다시 한번 걷고 싶다.
하루에 15km쯤 오전에 걷고
민박집 잡아서 점심 해 먹고
오후에는 버스나 택시 타고 관광지 구경하고
밤 되면 무선 인터넷 되는 노트북에 여정 기록하고
그러면서 이 길을 걷고 싶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들을 기억하면서.
2008. 01. 10. 06:05
어제저녁에 술을 제법 많이 마셨다.
술을 먹지 않으려 했는데
불러 내려가서 처음에는 2잔만 마시고 올라오고,
또 불러 내려가서는 그때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늦게까지 마지막 술꾼이 되어버렸다.
오늘 여정은 34km인데 일정이 걱정된다.
여기는 옥계 해수욕장의 송림민박집이다.
조용하고 좋다.
코를 고는 사람과 한방을 쓰지 않았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어제저녁에는 양말 두 켤레와 속옷 한 벌도 빨았다.
물이 지하수이어서인지 비누가 잘 풀리지 않는다.
이제 이 여행도 익숙하다.
그러나 걷는 데에만 집중해서 그런지
주위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어제 정동진 해변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과 사귀면서 충분한 휴식을 즐기는데
나는 혼자서 일정을 기록하고 또 뚜벅뚜벅 먼저 출발했다.
앞으로의 일정에서는 주위도 둘러보고 하면서
이 여행을 즐겨야 하겠다.
발도 어제 맨소래담과 안티푸라민을 듬뿍 바르고 마사지를 했더니
낫은 것 같다.
저녁에는 아프지만 아침이면 거뜬히 회복되는 다리가 신기하다.
발 님한테 감사드린다.
2008. 01. 10. 09:50
아침 7시 50분 송림민박집을 출발하여서 한 시간, 6km를 걸었다.
별로 쉴 만한 곳도 없었다.
여기는 망상 오토캠핑 리조트란다.
강릉시 경계를 벗어나서 동해시 경계에 들어섰다.
오늘 동해시를 통과하여 삼척시까지의 여정이다.
선두에 서서 제법 빠르게 걸었다.
나도 제법 잘 걷는 편이다.
이제 이 도보여행에 자신이 있다.
날씨는 오늘도 따뜻하다.
제법 땀이 난다.
날씨가 이상난동 현상인지?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를 내 몸이 운동모드로 바뀌어서 그렇단다.
2008. 01. 10. 10:06
망상에서 대진 항을 지나 어달 항에 도착했다.
바닷가 길을 따라 동해의 푸른 바다와 함께하는 도보 길이다.
갈매기들이 바닷가에 쉬고 있다가
나를 보고 일제히 날아오른다.
갈매기 사진을 찍었다.
작은 바닷가 포구마을을 지난다.
그물 손질하는 아낙네, 출어 준비하는 남정네들
삶의 냄새가 묻어난다.
바쁜 여정 때문에 그들과 말 한마디 섞지 못한다.
안타깝다.
오늘부터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중학교 3학년 루시아와
둘이서 맨 선두에서 걸었다.
그녀의 사진도 찍었다.
벌써 10km 이상을 걸었다.
즐겁다.
2008. 01. 10. 11:55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점심을 먹었다.
꽁치통조림 찌개, 미역국 몸이 고되어서 그런지 꿀맛이다.
어제저녁에 먹던 양념 통닭 한 조각을 먹어서
밥을 그만큼 적게 먹었다.
여행 때마다 힘이 든다고 맛이 있다고
너무 많이 먹다가 고생했던 기억들이 있다.
실크로드 여행, 인도종단 여행, 백두산 트레킹,
그리고 차마고도 트레킹에서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런 기억들 때문에 자꾸 밥을 적게 먹게 된다.
오전에는 배가 고파서 군것질 했다.
다른 사람들이 문무대왕릉에서 끝내지 말고
부산까지 계속해서 걷자고 들 한다.
그 때 가서 생각해 봐야 하겠다.
집에서 혼자 나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이 걱정된다.
사람들의 단점이 자꾸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은 사랑하려고 존재하는 것인데
그 사람의 좋은 점만 보기로 하자.
나도 평소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길바닥에 드러누워서 쉬기도 하고
민박집에서 식기, 슬리퍼, 옷걸이 등도 슬쩍해오고 한다.
그래도 재미있다.
날씨는 따뜻하고 바람도 없지만
동해라서 그런지 갯가 암초에 하얀 물거품이 인다.
언덕 위에서 들어도 파도소리가 사납다.
여기 묵호항에서 울릉도 가는 배가 있다는 데
올해에는 내 가족과 함께 울릉도에도 한 번 가보련다.
2008. 01. 10. 13:15
묵호항에서 동해항까지 왔다.
발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끝날 때까지 발 님이 잘 참아주어야 할 텐데!
뒤에서 여유롭게 걸어야 하겠다.
자꾸만 선두에 서려고 하는 것이 안타깝다.
땀이 많이 난다.
속옷이 모두 젖었다.
오늘 저녁에도 속옷 빨래를 해야 할까?
어제저녁에는 방이 추워서 빨래한 옷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손톱도 너무 길다.
출발 전에 자르고 왔어야 했는데.
여행은 준비한 것만큼 즐길 수 있다.
처음 장기 도보에 참가하는 것이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몰랐다.
다음에 또 참가한다면 더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으리라.
2008. 01. 10. 14:45
또 선두에 서서 걸었다.
추암 이란다.
우리말로는 촟 대 바위라고 부르겠지!
설명에는 남한산성의 정동향이라고 한다.
많은 관광객이 와 있다.
바위 위에 제법 큰 새들이 떼 지어 앉아 있는 데 무슨 새인지 모르겠다.
줌으로 가뜩 당겨서 사진을 찍었는데
자동 디카로는 잘 찍혔을지 모르겠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파도소리가 사납다.
동해는 확실히 다른가 보다.
땀이 많이 나서 속옷이 모두 젖었다.
한겨울 북쪽의 바닷가에서 땀에 젖어 휴식하고 있다.
2008. 01. 10. 16:00
이제 오늘 숙소까지 2km 정도 남았다.
왼쪽 발의 굳은살이 애를 먹이려 한다.
내일부터는 여정이 30k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보다는 수월하겠지!
앞으로는 스포츠 샌들을 하나 가지고 오는 것도 좋겠다.
신발 안쪽이 젖어 있다.
아마 경주에 도착하면 흠뻑 젖어 있을 것 같다.
신발을 두 개 가지고 와서 번갈아 신는 것도 좋겠다.
여하튼 준비가 많이 미흡하다.
메모지도 카메라 전지도 부족하다.
차에 싣는 짐도 여행용 가방을 하나 가지고 왔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2008. 01. 10. 18:00
삼척 숙소에 도착했다.
그것도 선두가 너무 속도를 내어서 16시 30분에 도착했다.
오늘 34km의 여정은 즐거웠다.
이제는 걸으면서 다른 사람이 말을 걸면 귀찮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정확하게는 계산해 보지 않았지만 약 180km 정도를 걸었다.
물론 통일 전망대에서 여기까지 7번 국도를 따라왔으면
120k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가 보고 겪었던 그 풍경들 일화들을
보지도 겪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겨웠을 것이다.
이제 하루 34km의 여정은 없다.
하루에 30km 정도만 걸으면 된다.
내일은 내가 식사 당번이라서 식사준비 시간만큼은 걷지 못할 것이다.
참 안타깝다.
480km 전체 구간을 조금도 빼지 않고 모두 걷고 싶었는데.
다 같이 도와 가면서 같이 해야 하는 여정이니 하는 수 없다.
오늘 숙소는 참 좋다.
내일 아침에 늦게 출발한다면 방 베란다에서 동해 일출을 볼 수 있을 텐데.
한 방에서 다섯 사람이 자야 하니 불편한 점이 많다.
이불도 모자라고, 코 고는 문제, 화장실 사용 등이 갈등의 요인이다.
천천히 준비하고 천천히 씻으면 된다.
아무리 늦어도 오후 5시면 다음 숙소에 도착하게 된다.
혼자가 좋다.
그래서 지금껏 등산도 혼자서 다니고 그랬다.
내일 모래만 걸으면 강원도를 벗어나겠지!
발 님이여 안녕!
2008. 01. 11. 06:00
신경이 예민해졌다.
옆 사람이 코를 조금 곤다고 잠을 설쳤다.
조금은 무뎌져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선두에 서지 말고 후미에서 천천히 걸어야 하겠다.
오늘 여정은 30km밖에 되지 않는다.
평소의 연습 도보에서 20km를 3시간 10분 만에 거뜬히 주파하지 않았는가?
천천히 여유롭게 유유자적으로 걸으면서 주위 풍경을 즐기고
어딘가에 숨어 있을 고래를 찾아야 한다.
걷기 위해서 단순히 이동만을 위한 여행은 아니지 않는가?
메모지와 전지도 사야겠다.
베란다에 나가보니 파도소리가 심하게 난다.
따뜻한 방에서 하루쯤 쉬고 싶다.
일기예보는 오늘 늦게부터 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진다는데 걱정이다.
만약 누이라도 온다면 신발이 걱정이다.
신발이 MTB신발이라서 포장도로를 걷는 데는 좋으나 바닥이 너무 미끄럽다.
그리고 뒤 꿈치가 없어서 어제 흙길 언덕을 내려오다가 미끄러질 뻔했다.
조심해야 하겠다.
밥을 조금씩만 먹어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내복 바지를 입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2008. 01. 11. 08:45
출발할 때부터 빗방울이 한두 방울 들더니만 결국은 진눈깨비로 바뀌었다.
눈이 오지 않는 남쪽에서 온 나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눈을 맞아 보았다.
판초 우의는 방수가 잘되는 것 같다.
만약 이 눈이 쌓인다면 큰일이다.
바닥이 미끄러운 신발이 문제이다.
그리고 신발이 방수도 되지 않는다.
눈이 오니 풍경들이 멋있다.
삼척로를 따라 근덕으로 가는 고개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신비롭다.
바다는 한없는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다.
언젠가는 그 에너지가 폭발하고
내가 고대하던 고래가 튀어나올 것 같다.
들끓는 바다 그 바닷길을 타고 걸어간다.
오늘은 평소에 겪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퍈초 우의를 잘 가져 왔다.
만약 우의가 없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오늘 저녁에는 어떤 집에서 자게 될까?
어제저녁처럼 따뜻한 방에서 자고 싶다.
내 가족은 내가 그리운 모양이다.
그래도 그녀는 잘 생활하겠지!
앞으로의 바닷길이 기대된다.
2008. 01. 11. 10:00
빗속을 걷고 있다.
비가 끄적 내리고 있다.
안내판에 하맹방 지구라는데 어디쯤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계속 가자고 한다.
비가 와서 쉬지도 못하고 맹방해수욕장에서부터 계속 걸었다.
길이 곧아서 먼 곳까지 앞이 보인다.
그냥 침묵의 도보를 계속한다.
쉬더라도 앉을 공간이 없다.
30여 명이 비 피할 공간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후미는 뒤처져서 보이지도 않는다.
2008. 01. 12:45
근남면 동막 초등학교 강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닭도리탕에 소주 4잔을 마셨다.
얼큰하고 기분도 좋다.
오후의 식사 당번은 석산아가 내 대신하기로 했다.
걸으러 왔는데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싶다.
낙오자들과 함께 오다가 1.5km 앞에서 낙오자들은 차 태워 보내고
나누미와 나는 걸어서 점심장소까지 왔다.
걷는 것이 즐겁다.
걸으면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가 있다.
어찌 보면 도보 중독증이다.
오늘은 비가 오니 힘들어서 걷는 것보다 식사 당번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나는 식사 당번보다 걷는 것을 선택했다.
2008. 01. 12. 08:45
아침 7시 30분에 민박집을 출발했다.
숙소는 해신 당이 있는 신남리이었다.
해신 당에 가면 남근 형상 등 볼 것이 많이 있지만
어제 빗속을 강행군했기 때문에 모두 지쳐서
아무도 구경하는 사람이 없다.
바닷가 집이라서 아침에 일어나니 파도가 장관이었다.
많은 에너지를 간직한 바다다.
그 파도 사이로 고래 한 마리 튀어나올 것도 같더라.
지금 비를 맞으면서 여정을 기록한다.
빗방울이 종이에 떨어져 글씨가 번진다.
바람이 많이 분다.
기온도 낮다.
그러나 고개를 쳐 오르면 속옷까지 젖을 정도로 땀이 난다.
그러나 즐겁다.
사람이 평소에는 자기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다가
어떤 일이 좋아서 자기의 혼신의 힘을 다 할 때 희열을 느낀다.
나도 이제 도보 중독자가 되어 가나보다.
판초 우의 안으로 습기가 배어든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비닐 우의보다는 많이 따뜻하다.
이제 사람들이 출발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여하튼 즐거운 여정이다.
2008. 01. 12. 10:00
원덕 5km 앞이다.
해안가까지 내려갔다가 산을 오르고 또 내려가고 하는 길의 연속이다.
평평한 길을 걷는 것보다 변화가 있어서 좋다.
모든 사람들의 옷이 젖어있다.
저녁에 따뜻한 물과 방이 필요한 데 형편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시간 여유만 있다면 포구마다 모두 들리고 싶지만
빗속의 도보 여행이라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
점심장소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점심 먹을 장소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오늘 여정의 중간 지점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 데 적당한 장소가 없다.
많은 에너지를 간직한 그리고 내가 갈망하는
고래가 살아 숨 쉬는 바다를 보고 싶은데
바다 한 곳을 보고 나오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바다를 보기도 쉬운 것은 아니다.
그저 멀리서 하얀 물거품이 이는 것을 구경 할 밖에.
2008. 01. 12. 13:55
진눈깨비가 몹시 많이 내린다.
바지와 신발이 모두 젖었다.
삼척과 울진 사이의 옛 국도 위 폐쇄된 휴게소에서
다른 회원이 찬조한 떡 만둣국으로 점심을 때웠다.
물에 불은 신발과 양말을 벗었더니 발이 너무 시리다.
그래서 남보다 먼저 출발하여 혼자서 계속 걸었다.
춥다.
고개를 내려오니 덕구온천 2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추워서 여정을 기록하기도 사진을 찍기도 힘 든다.
만약 진눈깨비가 눈으로 바뀌거나 길이 얼어붙는다면
신발이 큰 문제이다.
그리되면 다음 마을에서 운동화를 사야 한다.
메모 지위에도 계속해서 진눈깨비가 떨어진다.
그래서 여정을 기록하기도 힘이 든다.
2008. 01. 12. 15:00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마땅하게 쉴 곳이 없어서 나 혼자 남의 빈집 처마마루에 앉았다.
쉬는 것도 오래 쉴 수가 없다.
조금만 쉬면 추워서 견딜 수가 없다.
울진으로 들어오니 산의 소나무들이 모두 적송이다.
잘 자란 예쁜 처녀를 보는 것처럼 예쁘다.
참으로 멋있는 나무이다.
붉은 나무 둥치가 하늘을 향하여 힘차게 뻗어있다.
주인도 없는 빈집의 처마 마루에 객인 이 혼자 앉아
여정을 기록하고 피곤한 다리를 쉬게 한다.
뒤처져 오던 일행들이 나를 지나쳐간다.
이제 나도 그들을 따라가야지!
2008. 01. 12. 19:45
경상북도 울진군 죽변면에 도착했다.
이제 이 여행도 반 넘게 왔다.
주위에서 빗속을 37km 나 걸었다는 말이 들린다.
몸은 완전히 녹초이다.
나고 나서 이처럼 피곤한 적은 없었다.
카메라 전지가 모자라서 샀다.
죽변 해수욕장의 파도가 절경이다.
소용돌이치는 파도에서 무한한 에너지를 느낀다.
하도 감동스러워 동영상으로도 찍었다.
같은 식사조의 세실리아와 단비의 마음씨가 참 예쁘다.
단비는 단비대로 예쁘고 세실리아는 세실리아대로 착하다.
그들이 내 나이를 인정해서 하는 행동이겠지!
그녀들이 생각할 때 59살 먹은 사람이라고
한 수 접어주고 생각하겠지!
그래도 오늘은 피곤하다.
밤에 잠이라도 아침까지 푹 잤으면 좋겠다.
오늘은 너무 많이 걸어서인지
많은 사람이 차량으로 이동하였고
그 때문에 진행자도 속상해한다.
그리고 피곤한 사람들은 그들대로 불만에 쌓여 있고.
서로 이해하고 잘못을 자기한테서 찾으면 좋겠다.
2008. 01. 13. 10:00
아침 7시 30분에 죽변 항을 출발하여 왕피천 하구까지 왔다.
8km 정도를 걸었다.
여기에서 불영계곡을 지나 봉화 영주로 가는 36번 국도와 만난다.
날씨가 몹시 춥다.
손이 시리다.
태백 준령에는 어제 그제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그 눈들을 찍으려 해도 자동 디카로는 잡히지 않는다.
사진 찍을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다.
역광이거나 전신주가 가리고 그렇지 않으면
식당이나 모텔이 가리고 서 있다.
많은 사람이 지치고 힘들어서 차량의 도움을 받는다.
그래도 성취감이 생기고 희열이 있다.
손이 시리다.
2008. 01. 13. 11:30
다른 사람들은 망양정에 들러서 오는 데
나는 해 오름 광장을 거쳐서 지름길로 왔다.
망양정에서 척산 해수욕장까지는 계속해서 바닷가 길이다.
오른쪽으로는 기암괴석,
그리고 왼쪽으로는 무한한 에너지를 간직한 바다이다.
신포리를 지나 진목리에 들어섰다.
물론 나 혼자이다.
슈퍼에 들러서 컵라면 하나에 소주 한 병을 사서 먹는다.
그리고 뒤에 오는 일행들을 위해 초코파이 두 통도 샀다.
지금쯤 그들도 배가 고프리라.
참이슬이 가게에 들어왔다.
바로 옆이 점심 장소란다.
참이슬한테 소주 3병과 음료수 한 병을 들려서 보냈다.
컵라면을 다 먹을 즈음 일행들이 닥쳤다.
당까치님한테 초코파이를 들려서 보내고 급하게 짐 챙겨서
점심 먹으러 간다. 여정도 다 쓰지 못하고,
2008. 01. 13. 12:10
방금 쉰 곳이 바로 식사 장소이다.
바로 옆 마을 회관에서 점심 하는 것을 모르고
20m 앞에서 배가 하도 고파 컵라면에 소주 한 병
덕택으로 오후에는 음주 도보이다.
파도소리가 심하다.
어제까지 내렸던 비 때문에 하늘은 맑다.
그리고 공기도 깨끗하다.
참새 소리가 많이 난다.
참새가 갈매기보다 용감하다.
갈매기는 바람과 파도를 피하여 모래톱에 모여 있는 데
참새는 하늘을 난다. 그리고 재잘거리고
왼쪽 새끼발가락이 드디어 탈이 났다.
그곳에 굳은살이 있었는데
어제 그제 빗속을 도보하느라 물에 불어 있었다.
물에 불은 굳은살을 뜯어 버렸더니 지금 심하게 앙탈을 한다.
몹시 아프다.
버스 정류장에서 반창고를 붙였다. 조금 낫다.
그리고 술을 먹었더니 욱신욱신한다.
아 기분 좋다.
이 행복한 순간들
지금 내가 맨바닥에 드러누워 하늘을 봐도 아무도 탓할 사람이 없다.
이 자유로움
일상에서 체면의 굴레에 쌓여
행동거지 하나 마음대로 못하고 살았던 날들
지금은 내 양심껏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본래 자유를 얻기 위해 돈을 벌고 사회 환경에 적응하고 했건만.
그것들이 나를 구속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것들 그것을 버리면 나는 자유스러워진다.
그 자유스러운 때문에 내가 이 여행을 선택했었다.
내 나이 59세
아주 추운 소한부터 대한 사이에
동해안 일주 도보 여행을 시작한 자체가
다른 사람이 보면 미친 짓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 희열을 가져다주었다.
지금 내 앞에는 우주에서 가장 친절한 여자 세루비아가
무슨 생각에 잠겨 앉았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 자유롭다.
그냥 이 길 위에서 내 생을 다하고 싶다.
바람이 분다.
바다가 운다.
앞으로 남은 7일간의 이 여정에서 나는 고래를 잡을 수가 있을까?
아마 고래를 잡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 고래는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그 고래를 이미 잡았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내 직장도 그만 둔 이제 나 자신이 한없이 자유스럽다.
이 자유스러움이 고래일까?
이 고래잡이 여행은 계속되겠지!
이미 고래를 잡았으면서도.
2008. 01. 13. 14:10
오후에도 일행들보다 30분 일찍 출발하여 혼자 걷는다.
다른 사람 신경을 안 쓰니 이렇게 자유스러울 수가 없다.
완전한 방랑자다.
재미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간다.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기 중에는 눈발이 흩날리고 날씨는 매섭게 춥다.
약간은 술기가 오른 상태로 추운 줄도 모르고 간다.
목적지도 척산 해수욕장이라는 것밖에 모르고 간다.
도우미 차량이 곁에 와서 경적을 울려도 모른 체하고 간다.
그들 나름대로는 내 안전이 걱정되어서 그러겠지만
그냥 이대로가 좋다.
정말 좋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 온다.
꼭 마약을 먹은 것 같다.
이 희열 얼마 만에 맛보는 것일까?
이 여행을 혼자서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젊은 그들에게 짐도 되기 싫고 신경도 쓰기 싫다.
그저 걷고 싶을 뿐이다.
바다는 여전히 울부짖는다.
계속 가자! 지구 끝까지!
2008. 01. 13. 15:05
점심을 먹고 혼자서 세 시간 정도를 걸었다.
아직도 일행들은 보이지를 않는다.
나보다 2분 일찍 출발한 홍법이 5m 앞에 가는데
부르지 않고 그냥 혼자서 버스정류소에서 휴식한다.
오늘 척산까지 가야 하는데 여기는 망양이란다.
앞으로 얼마를 가야 할 지 모르겠다.
혼자서 걷는 사람도 있다.
인도행 회원이라 해서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지금 건너편 버스정류소에서 지도를 보고 있다.
모른 체 한다.
그것이 좋다.
진눈깨비가 내린다.
그래도 옷이 젖을 정도는 아니다.
오늘이 지나면 이 여행도 일주일밖에 남지 않는다.
북풍이 부니 남으로 향하는 나에게는 참 좋다.
평소에 나를 아는 사람들이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미친 짓이라고 들 할 것이다.
잔디 위에 그것도 없으면 차도 위에 그냥 드러눕는다.
2008. 01. 14. 08:35
기성마을 민박집을 출발하여 다시 바닷가 길을 걷고 있다.
오늘은 영덕군 병곡면 소재지까지 30km가 예정이다.
천천히 쉬엄쉬엄 걸어도 30km는 별로 힘들지 않다.
어제보다는 덜하지만 오늘도 바다는 끓는다.
고래라도 한 마리 삶는지 으르렁 거리며 끓고 있다.
날씨는 몹시 춥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약간 쌓여 있었다.
걱정을 했는데 많이 오지는 않는다.
이 일이 힘들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무한히 계속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혼자 도보 여행을 한다면 칫솔 하나만 들고 다녀도 될 것 같다.
모든 집착 소유를 버리면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데.
아침에 가족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없으니 외로운 모양이다.
이제 6일 남았다.
이 여행이 끝나면 아쉬워질 것 같다.
2008. 01. 14. 09:35
구산 해수욕장이다.
바닷가 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7번 구국도로 나왔다.
이제 국도도 바다와 나란히 달린다.
마음이 차분하다.
어제저녁에 술을 많이 마신 탓이다.
민박집 거실에서 남자들 열 한 명이 이불도 없이 자는 바람에
술을 먹지 않고는 잠들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술이 완전히 깨지는 않았다.
내 혼자서나 내 가족과 둘이서 도보여행하고 싶다.
세월이 급한 것도 아니고 하니
하루에 15km 정도씩만 걷고 쉬고 구경하고 여유롭게 걷고 싶다.
이제 경상북도 지역이라 그런지 도로에 교통량도 많고,
바닷가 쪽으로도 계속해서 마을들이 붙어 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참새가 떼를 지어있었고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쫄랑쫄랑 따라오고 있었다.
2008. 01. 14. 10:50
영덕군 평해읍 직산리이다.
여유롭게 걷고 있다.
햇살이 비치는데 눈발도 날린다.
바다를 향해 앉아 있다.
파도소리를 녹음하고 싶다.
조그만 포구 길가에 동백꽃이 피어 있었다.
북쪽이라 추울 리라 생각했는데
진주보다 전혀 춥지가 않다.
도보 여행은 겨울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며칠 동안 눈비 속을 걸었지만
겨울에는 땀이 적게 나서 여름보다 더 좋을 것 같다.
햇살이 바닷물에 반사되어 내 눈으로 들어온다.
황홀하다.
2008. 01. 14. 11:50
영덕군 평해읍 거일리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했다.
떡국 국물에 밥을 말아서 두 그릇이나 먹었다.
처음 며칠간은 배가 고프지 않더니
이제 식사 때가 가까워지면 배가 고프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많은 거겠지!
오늘은 점심 먹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있다.
오후가 편안해 지겠지!
마을 이장이 회관을 빌려주고 사진도 찍고 한다.
아마 젊은 이장이라서 그러겠지!
파도가 밀려온다.
먼 대양에서는 굼실굼실 오더니
근처에 와서는 멍석을 말듯이 글러서 온다.
나를 덮칠 것 같다.
밀려오는 파도에서 힘을 느낀다.
그 힘이 나에게로 전해질 것 같다.
마을회관 방에 드러누웠다.
몸이 도보여행에 맞춰진 것 같다.
잘 적응되고
저녁에는 다리가 아프다가도 아침만 되면 거뜬히 낫는다.
그전에는 걸음을 많이 걸으면 며칠씩 다리가 아프기도 했는데.
참 신기하다. 내 소중한 발 님도 고맙고! 가자! 끝까지!
2008. 01. 14. 13:45
거일리 마을 회관을 12시 45분에 출발하여 후포 항 여객 터미널까지 왔다.
이제 제법 읍다운 느낌이 난다.
여기는 내 가족과 처음 만났을 때 같이 왔던 곳이다.
그때의 생각이 난다.
먼 산에는 하얗게 눈이 쌓여 있다.
그러나 내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을 것이다.
오늘부터 도보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술을 먹지 말아야 하겠다.
내 몸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은 카페지기 솔낭구 대장이 깃발을 들고 속도를 조절하여 걷기가 수월하다.
확실히 경험이 많은 사람이 수월하게 행렬을 이끈다.
발도 수월하다.
지금까지 걸었던 중 가장 편안하게 걷는다.
그래도 오늘 여정을 충분하게 소화할 수 있단다.
이제 파도가 운다.
울면서 내게 달려온다.
해초들이 뜯어져서 바다 위에 일렁거린다.
시멘트 선적 장치에서 커다란 배가 시멘트를 싣고 있다.
2008. 01. 14. 15:00
후포 항을 출발하여 병곡 쪽으로 가고 있다.
후포 수협에서 현금 100,000원을 찾았다.
어제보다는 수월하게 걷는다.
노익장을 과시하던 신발끈도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한다.
우리 도보 팀 중에서 가장 강한 남자이었는데
나누미는 지금도 강하다.
강한 사람은 절대로 빨리 걷지 않는다.
느그적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한다.
토끼풀 아주 강하다.
계속해서 한 사람을 끌고 간다.
아주 경험이 많다.
그들은 모두 천천히 걷는다.
빨리 걷는 사람 선두에 잘 나서는 사람 모두 빨리 지친다.
후미에서 끝까지 자기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빗방울이 간혹 떨어지는데 비만 오지 않으면 좋겠다.
멀리 후포 항에는 햇빛이 쏟아지고 있다.
멋있다. 그리고 빛난다.
바다의 색깔도 변한 것 같다.
2008. 01. 14. 16:15
영덕군 병곡면 백석리이다.
숙소 도착 20분 정도 남았다.
오늘 마지막 휴식이다.
지금이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이다.
그러나 참을 만하다.
처음에는 휴식 때마다 배낭도 벗고 신발을 벗었는데
이제는 신발도 벗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내 소중한 발 님이 강해진 것이다.
기분이 좋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단다.
아자! 꾸몽
2008. 01. 14. 17:00
목적지에 도착하여 우선 손발만 씻고 밥을 기다린다.
제법 배도 고프다.
종아리의 근육통을 조금 마사지해야 하겠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 온다.
이 맛에 도보여행 하는 걸까?
이제 이 여행도 날짜로는 6일 실제로 걷는 것은 5일 남았다.
거리로는 160km 남짓이다.
오늘부터 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 금주이다.
일절 술을 마시지 않겠다.
내 마음을 내가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내일은 강구까지 간단다.
여행이 끝나가는 것이 아쉽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부산까지 가고 싶다.
그러나 가족 생각,
내 걱정을 하는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이 여행을 목적지 대왕암에서 접어야 한다.
내 가족과 둘이서의 여행이라면 좋겠다.
구성원들이 어떨 때에는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잠자리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좁은 공간에 너무 사람이 많다.
적은 경비로 운영 하려니 어쩔 수 없다.
나는 주로 침묵의 도보를 한다.
도보 중에 누가 말을 거는 것이 싫다.
그래서 누가 말을 걸면 속도에 변화를 주거나 사진을 찍는다.
바다를 응시해 본다.
무한한 에너지를 간직한 바다이다.
고래가 있을 법도 하건만
아직도 고래를 발견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고래잡이 여행은 계속되겠지!
2008. 01. 15. 07;03
어제밤은 잘 잤다.
마음이 편안하다.
식사를 마쳤다.
세수를 하고 짐을 꾸리고 출발할 때까지의 휴식을 즐긴다.
식사 당번들 참 열심히 한다.
구성원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한다.
비론 여건과 경험 때문에 죽 밥을 먹었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어제저녁에 누군가가 게를 기증해서 맛있게 먹었다.
대게를 세 마리나 먹은 셈이다.
짜서 술 생각이 간절했다.
술이 들어와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술에 발동이 걸린 사람들은 밤 2시까지 마신 모양이다.
어제부터 술을 먹지 않기를 참 잘했다.
어제도 술을 먹었더라면 오늘 도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지금 밖에 나가면 동해 일출을 볼 수 있으련만?
그냥 방에 있겠다.
오늘 일정은 영덕군 강구까지 갈 모양이다.
물론 해안가 길을 계속 가겠지!
이곳부터는 마을이 계속 이어져 있어서 필요한 물품을 사기가 쉽다.
어제처럼 천천히 걷는다면 고되지 않게 갈 수 있다.
천천히 가자.
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다.
내 곁의 나누미 밥도 늦게 먹고, 출발 준비도 늦게 하고, 걸음도 천천히 걷는다.
그래도 이 여행을 가장 잘하는 친구이다.
반면에 남보다 먼저 남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것을 차지하고자
서두르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 도보여행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행동이긴 하지만
늦어도 함께 목적지에 들어갈 수 있는데 잘못 경험한 것이다.
진짜 도보를 잘하는 서니, 토끼풀, 나누미 등은 힘든 사람을 하나씩 달고 다닌다.
그리고 천천히 걷는다.
늦은 것은 좋다.
꾸몽! 천천히 가자.
2008. 01. 15. 09:00
아침 8시에 숙소를 출발하여서 한 시간 걷고 첫 휴식이다.
날씨는 제법 춥다.
오른쪽으로는 흰 눈을 머리에 인 태백준령들이 따라오고
왼쪽으로는 울부짖는 파도를 가진 바다와 백사장 해안 사구들이 있다.
그 사이의 해안 사구 위 도로를 따라 남으로 향하고 있다.
영해를 거쳐서 바다로 흘러드는 하천의 하구를 만났다.
하천의 하구는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산골 숲 속 다람쥐 이야기,
땅심 깊은 곧 너도밤나무 아래에 뿌리 내린 얼레지의 아름다움,
마을 아낙네의 하소연 등을 간직한 채
더 큰 소용돌이 바다의 품에 안긴다.
그래서 하천의 하구는 처절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 많은 사연을 안은 채 그 자신의 존재마저 부인 하려는 강의하구,
그래도 나는 걷는다.
고래를 잡던 고래를 만나지 못하던 그래도 나는 걷는다.
2008. 01. 15. 10:15
두 번째 휴식이다.
8km 정도를 걸었다.
8km만 더 가면 점심을 먹겠지!
날씨가 춥기는 추운 모양이다.
오징어를 손질해 말리기 위해서
오징어 기다리는 아낙네들의 옷차림새가 완전무장이다.
며칠 동안 비가 오더니 오늘은 날씨가 바람도 적당하고 햇빛도 찬란하다.
사람들은 오징어 손질할 준비를 마치고 오징어가 오기를 기다린다.
트럭에 물오징어를 가득 싣고 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지금은 텅 비어 있는 오징어 덕장들이다.
그 덕장에도 오후에는 오징어로 가득 채워지겠지!
지금은 태백산맥과 멀어져 있다.
그래도 또다시 만나겠지!
오늘만 지나면 아마 따뜻한 지역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일기예보 상에는 여기가 진주보다 따뜻한 곳으로 나온다.
하기는 강릉 위쪽에서도 감나무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알기에는 추운 곳에서는 감나무가 자라지 않는 것으로 아는 데
확실히 동해안은 따뜻하다.
젊은 아가씨들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계속해서 재잘거리며 걸어간다.
2008. 01. 15. 12:15
오전 도보를 마쳤다.
점심으로 카레와 밥 한 그릇 그리고 커피 한잔 후
초등학교 운동장 스탠드에 누워 있다.
오후에는 또 상당한 고통이 있겠지!
길가에서 오징어를 손질하고 또 말리는 장면을 자주 보았다.
그들의 생업이겠지!
겨울에는 오징어 작업, 그리고 여름에는 관광객 뒤치다꺼리가
그들의 삶을 지탱해 준다.
오다가 말리는 오징어 다리 사이로 바다를 보았다.
그 작은 사이로도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작은 구멍을 통해서도 세상을 볼 수 있다.
단지 작은 변화도 알아차릴 수 있는 주의력만 있다면
사람들은 그 능력을 지혜라고도 한다.
오징어 다리 사이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분별력만 있다면
일상의 어려움에 쉽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오징어 손질하는 아낙네에게 사진 한 장 찍겠습니다.
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많은 사람이 그런 말을 했겠지!
오늘도 지금도 나그네는 길을 간다. 아자!
도보여행이 몸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처음보다 더 강해진 것 같다.
처음에는 숙소 도착하면 많은 사람이 치료한다고
난리이더니 이제는 그런 일이 드물다.
나도 몸이 더 나아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운동 중독증이 생기나 보다.
이제 구성원들과 많이 친해졌다.
그래도 싫은 사람이 있는 것은 내가 모자라서이다.
2008. 01. 15. 13:00
점심 먹고 한 시간을 내쳐 걸었다.
5km 정도를 걸은 셈이다.
오늘 남은 여정은 11km이다.
산과 바다가 붙어 있는 길이다.
오른쪽은 산이고 왼쪽은 바다이다.
그러다가 조그만 산자락이라도 펼쳐진 곳이면
마을이 있고 고기양식장이 있고,
민박집을 차리고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경치 좋은 곳마다 예쁜 집이 널려 있다.
물오징어를 트럭에 싣고 다니며 몇 상자씩 팔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사서 손질해 말리는 것이 그들의 생업이다.
몸에 땀이 난다.
앞으로는 언덕을 오르고 내리는 길의 연속이다.
평평한 길을 걷는 것보다는 덜 지루하다.
바닷가 집들이 예쁘다.
나도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
천천히 걷고 싶은데 잘되지 않는다.
몸에 땀이 절었다.
2008. 01. 15. 15:00
풍차가 돈다. 언덕 위이다.
풍력 발전 단지가 곁에 있다.
사진에 잘 나오지 않는다.
사진이 잘 찍히는 위치에 가려면 더 걸어야 한다.
포기했다.
자동차 덮개 위에 또 그물로 감싸놓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모양이다.
이제는 오징어 마을이 아니고 과메기 마을이다.
청어 과메기가 길가에 널려 있었다.
“이거 얼마 하니껴?”포항 사투리로 물었다.
“20마리 한 두릅에 만 원하니더” 포항사투리로 답했다.
과메기는 본래 흔하고 싸서 서민들이 부담 없이 먹는 음식이었는데
TV방송에 좀 출연하더니 건강식이라나 뭐라나?
오늘은 늦게까지 도보가 이어질 것 같다.
모두 지쳐서 그렇겠지만 너무 늦다.
2008. 01. 15 18:25
오늘 너무 늦게 걸어서 17시 30분에 숙소에 도착했다.
강구 4km 앞이란다.
밥맛이 꿀맛이다.
2008. 01. 16. 08:55
아침 8시에 민박집을 출발했다.
오늘 여정은 30km라 한다.
칠포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날씨가 몹시 춥다.
어제 벗어 두었던 내복 바지를 꺼내 입었다.
오늘 오전에는 내가 깃발을 들었다.
시속 4km로 걸을 예정이다.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힘이 든다.
강구항을 향한다.
삶의 냄새가 묻어난다.
어제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
아낙네들의 부스스한 모습들이 보인다.
지난 저녁의 찌꺼기를 찾아 헤매는 갈매기들이 날아다닌다.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갯가 길로 길을 잡았다.
국도보다는 삶의 냄새가 묻어나는 동네길이 좋다.
2008. 01. 16. 12:10
화진포에 도착했다.
점심으로 국수 두 그릇을 먹었다.
오전에 깃발을 들어서 사진도 많이 찍지 못했고,
여정도 기록하지 못했다.
다리가 아프다.
술을 먹지 않아서라는 생각이 든다.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회복에 도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아이들이 떠나버린 초등학교 폐교 터에서 휴식을 즐긴다.
사람들의 도보 속도가 늦다.
이 사람들을 이끌고 감포까지 갈 수 있을까?
길에는 차량이 번잡하다.
오후 여정은 12내지 13km 남았을 것이다.
시속 4km로 맞추기가 쉽지 않다.
파아란 하늘 위에 흰 구름이 은하수 되어 흐른다.
아이들이 떠나버린 교정엔 어느새 성큼 자연이 들어와 자리 잡았다.
제 맘대로 자라 버린 나무들
말라버린 옥수숫대, 망초의 주검들,
그 위에 겨울날 정오의 햇살이 쏟아진다.
솔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
멀리서 들리는 잔잔한 파도소리
잔디 위에 몸을 누이고 지나온 여정을 생각한다.
내가 이들과 함께 여행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여기까지 걸어온 것만 해도 대견하다.
물론 지금부터는 지쳐버린 육신을 이끌고
남은 여정을 이어 가기가 무척 힘 드리라.
그러나 지금까지의 고통이 있었기에
무사히 견디어 낼 것이리라 다짐해 본다.
처음 계획을 세울 때의 두려움은 이제 가셨다.
오늘도 묵묵히 이 길을 이어 가기만 하면 된다.
젊은 여인들은 언제 봐도 활기차다.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2008. 01. 16. 14:00
오후 첫 번째 휴식이다.
들녘이 있는 바닷가이다.
포항시 경계 안인데 바람이 심하게 분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몹시 추울 것이다.
어제 오후부터 왼쪽 다리의 오금이 당긴다.
고통스럽다.
앞으로 100km 정도 남았는데
선두에 서서 걸었다.
오늘 오후가 고통스러울 것 같다.
며칠만 참자. 힘이 든다.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다.
참자. 힘들어도 참으려고 이 여행에 참가했다.
편해지려고 여행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
내 가족과 통화했다.
그가 아픈 것 같다.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2008. 01. 16. 15:00
한 시간 전 쉬고 지름길로 오다가 좀 수니 선두와 만날 수 있었다.
포항시 월포라는 데 칠포까지는 앞으로 5km 정도 남았다.
산속 송림 사이로 왔다.
시원하고 상큼했다.
숲속 양지바른 잔디에 누워 겨울 햇살을 받으며 휴식을 즐긴다.
일행 29명이 이리저리 흩어져버리고 12사람만 같이 휴식하고 있다.
걷는 속도와 성격이 다르니
함께 걷기는 상당히 어렵다.
앞서서 가버린 사람도 있고 뒤에 쳐진 사람은 언제 올지도 모르겠다.
솔바람 소리, 파도 소리, 그리고 참새 지저귀는 소리,
조금도 정적의 순간은 없다.
그 속에서 나는 침묵의 도보를 했었다.
그냥 조용히 내 온 힘을 다해서 걷는다.
오금이 당기던 것은 바닷가 자갈길을 걸었더니 조금 나아졌다.
같은 근육만 계속해서 써서 그런 모양이다.
2008. 01. 17. 07:35
포항 칠포해수욕장이다.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 중이다.
몹시 추운 날씨라고 TV에서는 떠든다.
바람도 많이 분단다.
이제 여정도 며칠 남지 않았다.
아쉬운 점도 많다.
아직 고래를 잡지 못하였다.
저것이 고래이구나 하는 생각이 언뜻언뜻 들기도 했다.
이제 남은 100km의 여정에서 고래를 찾아보자.
고래는 분명히 존재한다.
2008. 01. 17. 08:10
아침 한 시간 동안 신나게 걸었다.
5km 정도는 왔을 것이다.
포항 16km에서 출발했으니 포항 여객선 터미널까지 11km 남았을 것이다.
추웠던 몸이 풀리고 기분이 상쾌하다.
땀이 난다.
몇 년 만의 최대 추위라는데 여하튼 기분은 좋다.
다들 밝은 표정이다.
오늘 점심은 포항 시내에서 자장면으로 한단다.
모두 환호한다.
2008. 01. 17. 09:35
뒤쪽의 부상자들이 속도가 너무 느리다.
포항 시내를 통과하여야 하므로 떨어져서 걸을 수가 없다.
후미를 기다린다.
다리를 절면서도 완주를 고집하는 단비가 온다.
저러다가 후유증이라도 생기면 큰일인데.
그러나 표정은 밝다.
마음씨가 예쁜 아가씨이다.
인사할 적에 충성이라는 구호를 붙인다.
영일만이 은빛으로 빛난다.
어제는 갈매기들이 파도를 피하여 모래톱에 모여 있더니
오늘은 물결이 잔잔하여 모두 바다 위에 떠 있다.
2007. 01. 17. 10:35
자동차 도로를 버리고 해안가 모래톱을 걸어서 왔다.
길이 막혀있다.
석산아가 길을 찾았다.
해안가 초병의 순찰 길이다.
거리가 많이 단축되었다.
시간 여유가 생겨서 장난을 치고 놀고 있다.
모두가 웃었다.
2008. 01. 17. 12:15
포항 시내에 들어왔다.
점심으로 짬뽕을 먹었다.
포항 사투리를 흉내 내어 “사장님 잘 먹었니이더”라고 했더니
반갑게 잘 가시라고 인사한다.
재미있다.
이제 여정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쉽다.
여정이 얼마 남지 않으니 사람들이 모두 들떠 있다.
왼쪽 다리의 오금이 계속 당긴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그래도 가자! 아! 꾸몽!
2008. 01. 17. 13:25
점심 먹고 한 시간 걸었다.
포스코가 건너다보이는 형산강 하구이다.
빨리 포항 시가지를 벗어나고 싶다.
옆구리도 결리고 왼쪽다리 오금도 계속 당긴다.
술을 먹는 것이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회복에 득이 된다.
어제저녁 야식으로 과메기를 먹으면서 소주 몇 잔을 마셨더니
어제보다는 다리 근육의 피로가 덜하다.
그래도 술을 마시면 많이 마시니 그것이 걱정이다.
2008. 01. 18. 08:50
포항시 동해면 동해모텔을 출발하여서 한 시간을 걸었다.
몸이 가볍다.
어제저녁에 안티푸라민을 다리에 바르고 마사지를 했다.
그리고 술을 한잔하고 잤다.
그것이 효과가 있나 보다.
밤새 방 베란다에 나와 포항시 야경을 즐기면서 담배를 피웠다.
다리가 편하니 기분도 좋다.
참여자가 줄어서 22명밖에 되지 않는다.
참 단출하다.
이대로 부산까지라도 갈 수 있겠는데 집에 돌아 가야 하겠지!
오늘 점심때까지 호미곷에 도착 하지 못할 것 같다.
오후에는 식사 당번이라서 같이 걷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이 여행단에서 나는 건강한 편이다.
노익장을 과시하던 신발끈도 아침에 보니
발에 반창고를 많이 붙이고 있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여정은 매우 느리다.
약간은 속도가 있어야 춥지 않은데
그래도 모두가 즐거워한다.
2008. 01. 18. 10:40
열심히 걸어서 산 고개 하나를 넘고 대동배 1리 마을에 도착했다.
그물 수선하는 아낙네는 내일의 풍어를 기원하겠지!
곳곳에 삶의 냄새가 묻어난다.
그리 춥지 않은 곳인가 보다.
파아란 채소가 보이기도 한다.
길가의 강아지 한 마리 쫄래쫄래 20여m를 쫓아온다.
마지막 여정이라 모두 즐거워한다.
나는 걸을 거리가 남보다 짧다.
식사 당번만 아니면 내 다리로 남은 거리를 주파하고 싶다.
2008. 01. 18. 13:30
삶의 향내 맡으며 맡으며 걸어서 호미곷에 도착하였다.
국토의 동단이라 했던가?
본래 연속적인 시공 속에서 사람들은 매듭을 맺어놓고
신년이며 새 출발이며 하고 의미를 부여하듯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국토의 한 조각인데
최동단이란 의미를 부여하고 기념하는 곳이다.
점심 먹고 별로 빨리 걷지도 않았는데 일행들은 많이 뒤처졌는가 보다.
오늘 도보를 여기에서 끝내어야 하는가?
아쉽다. 바다가 광활하다. 태평양의 한 조각.
여기까지 오기 위하여 흘렸던 땀들 내가 대견하다.
따스한 햇볕이 쏟아진다.
하얀 뭉게구름이 인다.
내일은 날씨가 따뜻해지겠지!
갈매기가 난다.
바람이 심할 때에는 갈매기가 해안가에 모여 있더니.
내일은 많은 배가 풍어의 꿈을 이루겠지!
내가 찾는 고래는 어디에 있을까?
따스한 겨울날 나그네의 발길은 여유롭다.
계속 걷고 싶다. 또 걷고 싶다.
2008. 01. 18. 15:05
대보에서 술을 좀 마셨다.
완전히 음주 도보이다.
음주 운전은 단속해도 음주 도보는 단속하지 않는다.
식사 당번이라서 도우미 차량을 기다리는 데 오지 않는다.
계속 걸으라는 뜻이리라.
대보에서부터 해안가 찻길을 계속 걷는다.
적당한 음주 상태 기분이 좋다.
술이 조금씩 깨어난다.
이대로 계속 걸었으면 좋겠다.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야 할 텐데 마음대로 잘되지 않는다.
배가 포구로 들어온다.
한 떼의 갈매기도 몰고 온다.
어선이다.
만선이었으면 좋겠다.
2008. 01. 19. 07:00
구룡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방이 추워서 샤워도 빨래도 하지 못하고 그냥 떨면서 잤다.
어제 식사 당번이었는데 로뎅이 내 대신하고 나는 계속해서 걸었다.
구성원 중에서 조금도 차를 타지 않은 사람은 없고
내가 제일 적게 탔다.
기분 좋다.
담배 피우러 밖에 나갔다가 파도소리를 오랫동안 듣고 있었다.
그 소리가 참 정겹다.
한 방에 다섯 사람이 잤는데
조금의 불편도 못 참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고
묵묵히 참아주는 친구도 있다.
불평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더 피해를 준다.
내일이면 이 여행도 끝난다.
내가 이 여행에서 고래를 잡으려 노력했지만 고래를 잡지는 못하였다.
아마 앞으로도 이 고래잡이 여행은 계속 될 것이다.
이 여행 즐겁게 마무리해야 하겠지!
오늘 여정은 구룡포에서 감포까지 32km이고
내일은 감포에서 문무대왕릉까지 8km 전체 40km만 남았다.
내가 이 여행을 완주하면 인도행에서
앞으로 이런 여행을 기획하고 주선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이런 여행을 기획하고 주선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제 또 출발이다.
새벽이 밝아 온다.
2008. 01. 19. 08:40
아침 7시 40분 출발하여서 한 시간 걷고 첫 번째 휴식이다.
쉬엄쉬엄 걷는 것 같아도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정표상으로 계산하면 시속 6km가 넘는다.
감포 25km 앞이다.
오전에 9km 정도만 더 가면 된다.
조그만 포구들, 그물 손질, 오징어 말리는 손길들
삶의 냄새를 맡으며 걷는다.
많은 도보자들이 돌아왔다.
중간합류자와 진행진을 제외하면 도보의 광들만 남을 것 같다.
장기간 걸으니 남녀의 차이가 난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힘들어한다.
자그마한 포구들을 수없이 지나쳐 왔다.
그리고 강의 하구들도 수없이 지나왔다.
이제 이 여행도 정리해야 하겠지!
출발할 때에는 부산까지의 연장도보에 많은 사람이 희망하더니
이제는 희망자가 그리 많지 않다.
신발끈은 앞서서 달려가 버리고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빨리 가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할 텐데.
사람마다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니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날씨가 매섭게 춥다.
포항의 북쪽보다 남쪽이 더 춥다.
강릉 부근을 지날 때에는 땀을 참 많이 흘렸는데
요즈음에는 땀을 그리 많이 흘리지 않는다.
요안나와 흘러가는 강물처럼이 앞에서 걷고 있는데
많이 힘들어한다.
다른 환자들은 속도가 너무 느려서 차에 태웠다.
2008. 01. 19. 09:50
쉬엄쉬엄 왔는데도 감포 20km 지점이다.
이제 도보도 끝나 간다.
걷는 것에도 이력이 붙었다.
여기나 저기나 사는 것은 똑같은지 그물 손질하고,
출항 준비하는 것이 모두 같다.
고기를 많이 잡은 배는 갈매기를 몰고 항구로 들어오고
배를 반기는 아낙네들의 표정도 밝다.
토끼풀은 환자 요안나를 대동하고도 노래를 흥얼거리며 여유롭게 온다.
나누미는 맨 후미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걸을까?
여유로운 것이 좋다.
그런데 나는 왜 자꾸 선두에 나서게 될까?
내가 한적하고 걷기 좋은 바닷가 길을 잘 찾아낸다.
이 부근에는 걷기 좋은 한적한 동네 안길이 참 많다.
2008. 01. 19. 12:00
영암1리 마을 회관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 참 무책임하다.
그 말을 믿고 힘을 모두 쏟아버리면 남은 길에서 애를 먹는다.
몇 km 남았다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겠다.
오늘 점심 우리조가 식사 당번이다.
세실리아가 라면으로 때운단다.
내가 일어나서 도와야 하는데 마음뿐이다.
햇볕이 따스하다.
잠들고 싶다.
지나온 바다들, 포구들, 삶을 준비하는 사람들 정겹게 느껴졌다.
오늘도 걷는다. 나는 걷는다. 고래를 찾아서
2008. 01. 19. 14:00
점심 먹고 마을회관 마당에 드러누워 쉬고
13시에 출하여 한 시간 걸었다.
감포 10km 전 걸음 걷는데 속도가 붙는다.
갈매기들이 먹이를 주니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동영상을 찍었다.
바닷가 길을 타고 가니 길이 멀다.
그래도 풍광이 좋다.
그래서 일부러 바닷가 길을 선택한다.
재미가 있다.
내가 이처럼 건강한 것이 퍽 다행스럽다.
2008. 01. 19. 15:05
감포 5.7km 지점이다.
찻길로 계속 왔다.
4.3km를 쉬지 않고 찻길로 왔더니 다리가 무겁다.
후미는 보이지 않는다.
내 뜻대로 그냥 쉬었다.
이대로 계속 가면 너무 일찍 숙소에 도착할 것 같다.
확실히 포장도로는 싫다.
그래도 포장도로를 다니지 않을 수 없다.
바닷가 길로 가다가 하천의 하구를 만나면
다시 다리가 있는 도로로 나와야 하고 절벽을 만나도 되돌아 와야 한다.
그래도 가능한 한 바다에 붙어서 걷는다.
31번 국도를 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집으로의 꿈을
어떤 사람들은 부산까지의 연장도보를 꿈꾸고 있다.
앞으로 남은 14km의 여정이 아쉽다.
후미가 너무 늦다.
이러다가 또 너무 늦게 숙소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는지?
오늘 저녁은 삼겹살 파티가 있단다.
다 같이 무사한 여행을 자축하겠지!
도우미 차량이 식사당번들을 데리고 가고 있다.
나는 걷는다. 계속해서,
2008. 01. 20. 07:00
감포항에서 잤다.
오늘 일행들과 헤어질 것이다.
이 여행길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밥그릇도
슬리퍼도 옷걸이도 버렸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겠지!
침낭을 배낭에 넣었다.
몇 사람은 부산까지 가겠지!
다른 사람들도 중간에서 구한 식기와 숟가락을 버리기도 한다.
오늘 여정은 문무대왕릉까지 9.5km라 한다.
모두 웃으면서 출발 준비를 한다.
흥겹다.
감포항 불빛이 밝다.
이제 곧 저 불들도 꺼지겠지!
사방이 어슴푸레 밝아오는 이른 아침
나그네는 출발 준비를 한다.
2008.01. 20. 09:00
감포항 숙소를 8시에 출발하여 경주에서 오는 국도와 만나는
전촌 삼거리까지 왔다.
갈매기들, 해안가 사구 위의 소나무들이 보인다.
자그마한 포구들 그중에서 감포항은 제법 번창했다.
사람들은 걸으면서 다음의 여정을 의논한다.
나도 2월 3일 우포늪 도보에 참여하고 싶다.
단비가 헝겊에 예쁜 글 하나 적어 달라는 데
좋은 글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단비한테 미안하다.
마지막을 같이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택아, 한라봉, 글로리, 미주 등
다음에 이 여행을 또 하고 싶겠지!
파도소리가 세게 들린다.
이제 골인 지점도 가깝다.
다음번 휴식지는 목적지이겠지!
이제 후미들도 모두 모였다.
내 발길도 아주 가볍다.
체력만으로 이야기한다면 부산을 돌아 완도까지라도 갈 수 있겠다.
발가락 양말, 그리고 MTB 운동화 덕분이다.
나는 걷는다.
2008. 01. 20. 09:50
선두에 서서 걷다가 사람들이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
관광단지를 만든다고 파헤쳐진 땅들이 흉물스럽다.
해안가 길을 걸으면서도 사진 한 장 찍기가 쉽지 않다.
바닷가 경치 좋은 곳은 모두 모텔이나 횟집이 차지하고
그나마 빈 공간에는 전선이 가로막고 있다.
하기는 이 좁은 땅에서 먹고살려니 하는 수 없는 일이다.
골프장도 모두 경치 좋은 곳에 있다.
그런 곳에서 공을쳐야 멀리 날아가는지!
여행이 끝나는 것이 아쉽다.
남은 길이 아까워서 천천히 아껴가면서 걸어야지!
감포는 어업보다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곳이다.
길가에는 식당 민박집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이 근처 어딘가에 감은사지가 있을 텐데
일행들과 같이 가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다.
한 번쯤은 그곳에 가서
옛 신라인들의 정취를 느끼고 싶었는데 아쉽다
이 여행은 어디를 둘러보거나 할 겨를이 없다.
하루에 걷는 33km 정도의 여정을 소화하려면
바쁘게 걷기만 해야 한다.
갈매기들이 날지 않고 백사장에 모여 있다.
그러다가 먹이가 보이면 물로 뛰어들겠지!
2008. 01. 20. 10:10
드디어 목적지 문무대왕릉에 도착했다.
대종천 하구를 건널 때에 지름길을 이용했다.
동해안의 하천들의 하구는 파도에 모래가 밀려들어
하구가 막혀있거나 쉽게 건너뛸 수가 있다.
대개 강물은 하구에서 모래 속으로 스며들어 흐른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해안에서 도로까지 걸어 나오고 했는데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하구가 막혀있는지 살피고
하구가 막혀 있으면 그 모래톱을 따라 걷는다.
갈매기가 대왕암에 가득 모여 있었다.
그들은 문무왕의 뜻을 알 리 없을 테니 누구를 원망하랴.
단체 사진을 찍고 여분의 메모리를 이용하여 동영상도 찍었다.
모두 헤어지기 섭섭하여 출발을 미룬다.
몇 사람은 부산까지 도보여행을 계속하고
택아는 경주에 가서 영남권 정기 도보에 참석하자고 한다.
내 배낭의 짐들을 모두 지고는 도보를 계속할 자신이 없다.
이제까지는 도우미 차량에 실었던 짐들 그것이 문제다.
이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미주와 강물은 경주에 가서 놀다가 간다고 경주로 가고
서울 가는 사람들은 도우미 차량에 몸을 싣고
나는 울산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여행이 끝났다.
*동해 정기도보 사진이 필요한 분은
내블로그 http://blog.daum.net/j1088
에 오셔서 퍼가십시오.
그리고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 합니다
꾸몽님~~ 일욜에 뵈니깐 무지 반가웠어요..도보 내내 항상 웃는 얼굴로 저의 다리 걱정을 해 주시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엉성한 듯 보여도 돌담은 잘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씀에 저도 그런 시골돌담이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한 걸음 잊지 마세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
ㅋㅋㅋ 그래둥~ 6조가 젤로 잘한거 맞지에? 꾸몽님... ^^;;
물론 6조가 제일 잘했다. 정말이다. 세실리아의 책임감 정말 강하다.
꾸몽님~~ 일욜에 뵈니깐 무지 반가웠어요..도보 내내 항상 웃는 얼굴로 저의 다리 걱정을 해 주시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엉성한 듯 보여도 돌담은 잘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씀에 저도 그런 시골돌담이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한 걸음 잊지 마세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
나도 무척반가웠다오. 마음은 정기도보팀끼리 모여서 한 밥했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야기도 많이 해보지 못하고 헤어젔네 그려! 반가움은 천천히 나누어 즐기세! 설날 잘 즐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