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비행기
-이기철
될 수만 있으면 노란 종이로 접자
한 때 우리는 병아리를 닮은 소년이었으니까
흙에 몸을 묻고 있는 풀뿌리도
처음으로 세상을 내다보는 꽃망울도 모두
얼룩져서는 안 될 노란 꽃빛이었으니까
소년이 자라 문득 세상의 중심이 될 때
그 가슴들에 피는 그리움은
또 무슨 색깔이어야 하나
그 가슴들에 추억이 책장처럼 쌓일 때
거기에 써내려갈 노란 연서들이어
우리가 어른이 되어 걸어온 날 뒤돌아 볼 때
사랑은 소낙비 같이 쏟아지는 게 아니라
가랑비 같이 가슴을 적시는 것임을 알게 될 때
그 사랑 꽃 피어 한 생의 꽃나무로 환해지는 것임을
그 사랑이 세상의 가시를 어루만지는 동풍임을
그러기에 기다리는 사람들은 모두
닿는 곳 어딘지 모른 곳으로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것임을
저마다 햇빛 같은 꿈을 접어
강물 위로 던지는 것임을,
우리도 오늘 종이 비행기를 접자
될 수만 있으면 노란 종이로
하늘 끝까지 비행기를 날리자
- 이기철 시집 <스무살에게>, 수밀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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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초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하는 항공과학경진대회라는 게 있습니다
고무동력기와 글라이더 부문으로 구분해서 열리는데
우리반 아이들 2명이 경북도대회에서 1위 3위를 차지하여 전국대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4월부터 연습에 들어갔으니 참 오래 갈고 닦은 실력이지요
더러 실연을 해보이는데 공기의 흐름을 타고 운동장을 빙빙 도는 모습에
보는 이 모두가 감탄을 하곤 했습니다
그걸 얘기하려는 게 아니라....
얼마전에 학기말평가를 실시했는데
그 아이들이 학급에서 1,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입니다
월말성취도 평가에서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 아이들은 자기의 분야에서 쌓은 자신감으로 또 다른 분야를 개척했다고나 할까요
꿈을 접어서 하늘로 날린다는 게 참 중요합니다
그들의 자심감이 그들 인생 전체에 골고루 스며들기를 비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