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고마고 아라시 첫 로케에 나왔다. 외롭게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1일 손자라.. 고령화사회로 이미 분류되고 있는 일본은 이런 방송까지 필요로 하는 지경까지 왔구나.. 이런 현실에 한숨도 채 쉬기 전에 오늘의 내 할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한숨이 먼저 나다. 새로 시작하는 레귤러인데다, 이름을 앞에 건 방송은 책임감이 잔뜩 느껴져서.. 왠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여서인지 할아버지를 맡아 벌써 친해진 아이바에 비해 매끄럽게 나아갈 수 없다. 이럴 때는 저런 바보같이 높기만한 텐션이 부러울 뿐이지만,
“이야아.. 쇼군, 할머니가 차 한잔 드시더니 온다 그러셨다는데..?”
“에? 이쪽은 방금 중매라고 들었는데?”
“흐흐흐.. 중매긴 한데.. 차 한 잔 드시자마자 시집온다 그러셨대..”
“쇼군은 만나는 사람 있어?”
“예? 할머니, 저 여자친구 있어보여요, 없어보여요..?”
“글세.. 잘 모르지만 쇼군과 만나는 여자는 참 따뜻한 여자일 거야. 이렇게나 좋은 총각이니..”
카메라 앞에서 물어보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당황해서 장난식으로 넘기자 할머니가 사정을 알았다는 듯이 따뜻하게 대답해주신다. 이 말때문일까.. 서서히 할머니와 나 사이의 공기가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저는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저의 그녀는 따뜻한 여자.. 맞아요.. 따뜻하고.. 포근하고.. 그녀의 따뜻한 품이 떠올랐다..
“난 괜찮은데.. 쇼군 피곤해서 어떻게 해요..”
이 놈의 방송일은.. 진짜 남의 사정 봐주질 않는다. 반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전화한 매니저를 보니.. 이미 준이랑 니노한테 된통 당한 모양이다. 그치만, 이거 제일 억울한 건 나란 말이다! 오늘이 어떤 날인데!!! 살짝 내 눈치를 보던 그녀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너무 당연하게 나를 보내준다. 조금은.. 떼를 부려도 될텐데.. 아직 얼굴에 젖살이 통통하게 남은 주제에 진짜 어른인 척 하는 그녀에게 미안하면서도 동시에 서운해진다.
“미유짱.. 그거 한방에 날려줄 수 있는 게 있는데..”
“뭔데요..?”
“잠시만 실례할께요.”
앞에 서있는 그녀를 와락 안아버린다. 이어지는 툭- 하는 소리. 그녀가 내 옷을 놓쳤다. 옷따위야 어찌 되면 어때. 지금 세상이 내 품에 있는데.. 얇은 와이셔츠 너머로 그녀의 숨이 살짝 들어왔다 나갔다가 한다. 갑자기 열이 나는 것처럼 온 몸이 뜨거워진다. 불편한 자세로 안겨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 그녀가 이런 걸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데.. 그녀가 살짝 손을 들더니 내 등을 감싸안는다.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는다. 이대로 시간이 멈춘다면, 세상은 참 행복할텐데...
“아, 쇼군 잠깐만요!”
이내 내게서 떨어져 나가는 그녀가 서운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그녀가 뭔가를 들고 나와 건네준다.
“이 거 쇼군이랑 둘이 먹으러고 했던 건데 우린 케익 먹었으니까.. 아까 넉넉하게 싼데다 모두들 저녁 먹었을테니까 밤에 살짝 부족하다 싶을 때 같이 먹어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사랑하는 사이에는 미안하다는 말 하는 거 아니라던데..”
손에 신이 데리고 있는 모든 천사를 모아도 그녀만큼 사랑스러울까? 이번에는 의도한 게 아니라.. 저절로 팔이 그녀를 가두어버린다. 그녀의 어깨에 살짝 머리를 얹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미안해하지 않을께요. 고마워요.. 이런 나를 받아줘서..
“이거 얼마 안되지만.. 용돈이야..”
“아니.. 아니예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용돈주는 걸 가지고.. 뭘.. 받어..”
“저..”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커다랗게 웃으며 잘쓸께요라고 말하는 아이바가 대단해보인다. 참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처음 만난 선자리에서 차 한잔 마시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평생을 맡기고 4~50년을 살아온 부부.. 지금은 이상하지만, 그게 당연했던 시대에.. 저렇게 다정하게 열심히 살아온 할아버지 할머니.. 마음 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자꾸만 생겨난다. 로케가 끝나고 차에 올라타자 아이바가 웃으면서 말한다.
“이야- 일만엔이야!”
“에-에..? 그렇게나 큰 돈이야? 그걸 그냥 넙죽받은거야, 아이바?”
“쇼군..은 너무 예의가 바르네..”
“무슨 말이야?”
“쇼군은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용돈주시면 거절부터 했어?”
“아니..”
“우리 오늘 진짜 손자 해드리는 거잖아. 그러니까 주시는 건 감사히 받아야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도, 나 가면 용돈주는 낙으로 사셨는데.. 그래서 일부러 더 좋은 표정 짓고 그랬거든.”
“흐음.. 바보 아이바에게 오늘 하나 배웠네.”
“바보 아이바?? 쳇.. 흥, 나도 쇼군이 모르는 거 있어! 내일도 있어!”
“내일?? 뭔데?”
“아.. 모.. 몰라도 돼! 안 가르쳐 줄꺼야! 다음 스케쥴은 이거 스튜디오 버전이지? 흐음.. 멤버 다 모이겠네. 아싸아..”
저 녀석.. 또 뭔 계획을 꾸미는 거야.. 스튜디오에 도착할 때까지 저 녀석.. 저렇게 의자에 눕듯이 누워서 깔깔거리며 손을 휘젓는다. 저런 자세로 묘한 눈빛을 하는 때는 뭔가 저지른다는 예고같은건데.. 혹시 내일 갑자기 A노 아라시 찍는 거 아냐? 일단 멤버들이 모인 데다 아이바를 집어넣어두고, 매니저를 불러서 단단히 말해둔다. 내일 이상한 장소로 가서 A노 아라시 찍으면 나 촬영 펑크낼꺼야. 라고. 매니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이바, 이거였던거냐. 미안하지만, 넌 내 손바닥 안이라니까!
“아싸아, 그럼 다들 되는거지? 그럼 이건 분명히 실수로 퍼진거야! 그러니까, 절대로 사실대로 내가 말한거라고 하면 안돼!”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아이바의 다짐을 받는 목소리가 들린다. 뭔가 더 있는걸까? 뭔데? 라고 물어도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고 돌아오는 건 장난기 어린 멤버 전원의 눈초리.
“아.. 아이바.. 이번엔 대체 뭔 일을 저지르려구?”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얼른 찍자..!”
그런데, 대체 이건 뭐야.. AD가 달려와서 하는 말이 스튜디오를 못 잡았댄다. 어차피 스튜디오 찰영분도 방송으로 길어야 4분이라니까.. 급하게 새 방송 시작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방송 취지는 좋은데, 참.. 결국 녹화 중에 참으려던 니노의 츳코미가 터져나온다. 그래도, 니노 녀석의 츳코미야 귀엽기로 유명하니까 저 정도야 애교지 뭐..
스튜디오 녹화는 정말 빨리 끝났다. 준비부터 촬영 종료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 보면, 앞으로도 이걸로 시간을 많이 끌 일은 없어서 좋네.. 싶으면서도 그래도 이름 건 새 방송인데 이런 식으로 해도 되나.. 라는 생각도 든다. 다시 대기실로 가자 모두들 휴대폰을 손에 들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이 녀석들.. 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거야...???
첫댓글 무슨일은요..ㅋ 쇼군의 미유짱을 쇼군 몰래 만나는 게지요.. ㅋ 우리 람군들..은 참 귀여워요.. 참을수 가 없네요 ^^ 오늘도 감사히 읽고 갑니다. ^^
언제나 빠른 리플 감사드려요.. ^^ 사실은 올리고 나서 중간에 넣을 에피소드 하나를 통채로 빼먹었다는 걸 눈치채고 충격..;; 이었는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너무.. 늦었죠.. ㅠㅠ 죄송해요.. ;;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서. ㅠㅠ;;; 앞으로 성실연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쇼군만 바보되는 상황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