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에 민족문학 계열의 시집을 많이 사 보았다.
그리고 시집을 사지 않고 산 것이 20여년 넘는 것 같다.
요즘 50대 남성들이 시집을 가장 많이 산다고 하는데...
각 종 일간지에도 매일 시 한편이 실리는데 가볍게 읽으면 좋다.
내일, 황매산 산행에 어떤 시집을 가지고 갈까 뒤적이다가 이형기님의 '오늘의 내 몫은 우수한 짐'이란 시집을 들었다. 시인의 함자는 잘 몰라도 '落花'란 시는 들어본적할만 하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략)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젊은 날에 실연한 친구에게 막걸리 잔을 비우면서 위로한 시이다.
그러나 정작 이 시의 의도는 '인연'의 자연스러움, 삶과 죽음의 자연스러움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오늘은 어떠한 인연을 만날 것인가
오늘 만나야할 황매산은 어떠한가 기대감으로 집을 나선다.
초행의 산행은 언제나 가슴 두근거림을 준다.
발걸음 가볍게 내외동 사무소 앞에 오니 토산회원님들이 평소보다 많이 보인다.
오늘은 차량만 3대이니...산행에 참가한 회원들이 제법 될 것이고 차가 조금 늦게 오겠구나
하고 생각을 하고 몸을 풀고 있으니 차량 3대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나는 1호차에 몸을 실었다. 장유에서 회원들을 탑승시키고 차량이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
시계는 8시10분을 가르키고 있다.
김해토요산악회 창립 1주년 산행, 축하!
진영휴게소에서 잠시 차량은 쉬고 남해고속도로를 막힘 없이 달려 군북IC로 나와 의령읍을 지나
대의면을 걸쳐 합천군 가회면 대기리, 대기저수지가 있는 마을에 도착하니 10시쯤이다.
화면 다 들어갈 것 같지 않은 많은 회원들이 자유롭게 모여 기념촬영을 끝내고
산행대장의 몇가지 주의사항과 산행안내를 듣고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만나야할 산이 앞에 보이고 우측 보이는 산의 모습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마을에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이내 산길이 나온다.
작은 물길을 지나니 몇 m의 작은 슬랩이 나온다.
조금 있으면 만날 긴 슬랩을 타기 위한 워밍업을 하라고 산신께서 배려하셨는가....?
소로의 숲길을 오르니 하늘이 보이며 '누룩덤'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암을 만난다.
경사는 4~50도 정도, 길이는 20여m 정도로 가늠된다.
밧줄이 길게 늘여져 있지만 나는 발끝의 힘으로 올랐다. 슬랩 타는 맛을 만끽하기 위해서.
비탈이 끝나는 곳에 칠성바위가 장엄하게 서 있다.
한숨을 돌리고 물 한 모금 삼키니 11시이다.
이제 닉넴임을 알았지만 오크맨님과 동행이다.
토산에서 몇 번 만났지만 지난 주작산에서 후미조로 만나서 인사 했고 오늘 동행이 되고
닉네임도 알았다.
감암산(0.5km) 이정표를 만난 분기점에서 진행요원(열심미님?) 께서 시간이 없다고
감암산 진입을 막는다. 아,,어쩔 수 없다. 그래도 눈인사는 나누고 가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의 산행으로 제법 다리엔 근육이 붙었기에 자신은 있는데...
사실 오크맨님과 나는 배가 조금(?) 나왔다. 키에 비하여 몸무게 나가는 사람은
다리는 열심히 따라 갈 수 있지만 심장이 따라가지 못한다.
분기점을 지나면서 오크맨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따라가지 못하는 심장 데불고 오늘 황매산까지 갔다옵시다.' 하니
웃으시면서 동조를 하신다. 지금 우린 상선두는 아니더라도 상중 선두이니 호기를 부려본다.
천황재 가는 길이 편안하다.
그렇게 느끼고 좌측 저 넘어 지리산에 눈길을 주니 눈물이 난다.
지리산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보고 싶다.
지난 주 일요일에 지리산을 잠시 만난 아쉬움이 컸기 때문에 그리움이 더 큰 것 같다.
지리산에 대한 그리움을 뒤로 하니 내리막 길이다.
그럼? 다시 오르막 길이 있다는 것?
가슴이 먼저 뛴다. 내리막 길의 끝자락에 한 무더기의 철쭉이 반긴다.
대기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11시44분이다.
활짝 핀 선홍색의 철쭉을 보니 군락지에 펴쳐질 철쭉의 장관을 기대하여 본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걷기를 시작하였고 이내 산등에 올라섰다.
여기가 885고지? 시계는 12시를 지나고 있다.
이제부터 그늘은 없다.
아직 피지 않은 철쭉들의 열병을 받으며 황매산을 향한다.
산행 시작 하기 전에 대장께서 80%가량 피었다고 하였는데 80%가량 아직 피지 않은 것 같다.
오크맨님이 그러신다.
'토산은 꽃 구경과 인연이 없는가 봅니다.'
'토산은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니 꽃이 없어도 산이 있으니 좋은 것 아닙니까?'
하고 위로를 드리니 웃으시며
'맞습니다. 토산은 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라고 맞장구 하신다.
탁 트인 초지와 봉긋하게 서 있는 황매산.
좌로 산청군이며 우측으로 합천군이라....
코 밑에 차량들을 보니 가슴이 아파 온다.
인간의 욕심이 산을 괴롭히니....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산 정상 너른 초지를 보기는 쉽지는 않다.
산불감시초소에서 진행요원께서 황매산 등반을 만류하신다.
사람들이 줄지어 올라가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오기에 이해를 하고, 베틀봉의 옆으로 돌아
주몽 촬영지로 향했다.
(따라가지 못할 심장이 한 시름 놓았다. 그래도 가서 황매산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다.)
주몽 드라마를 보기 전에 황매산과 인연을 만났으면 무식한 소리는 하지 않도 되었는데...
주몽을 보면서 아내에게
'저게 중국 아니면 몽골 쪽인 것 같은 데 좋다.'
라고 말 하지 않고 황매산이라고 말하여 주었을 것인데...
초원을 가로질러 내려오니 합천군에서 주관하는 행사장이 있다.
먼저 오신 토산님들께서 '이모집'에서 자리 펴고 시원하게 막걸리를 삼키고 계신다.
어느 토산님께서 주시는 막걸리를 단숨에 한 잔 비우고 가벼운 식사를 한다.
1시50분에 오크맨님과 함께 일어나 철쭉계단을 통하여 철쭉제단에 서니
아까 가졌던 실망감을 위로 하여 주려는 듯이 철쭉들이 '꽃대궐'을 만들어 준다.
오크맨님의 도움으로 기념사진을 몇 장 남기고 모산재에 서니 2시30분이다.
모산재에서 보는 산 아래는 동양화이다.
좌로 순결바위 쪽은 볼 수 없으나 황포돛대바위가 있는 우측은 장관이다.
낭애의 아찔함이 쾌감을 준다.
모산재엔 사진 찍기 위한 봉긋한 바위가 있어서 더욱 기가 차다.
모산재에서 오래 머물면서 보고 또 보고 하지만 가슴에 담기엔 자연이 크다.
2시45분에 출발하여 무지개터를 지나면서 물기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이곳을 왜 무기개터라고 하였을까 하는 궁금증을 앉고 하산을 한다.
황포돛대바위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건너편 '단애'가 내 마음을 빼앗는다.
지나는 어떤 토산님께서
'굳이 멀리 설악산 갈 필요가 없어. 여기도 설악산 못지 않는데...'
저 건너편에 안개가 낀다면 어떠한 아름다움을 줄 것인가를 상상하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렇게 단애에 마음을 빼앗겨 억지 걸음을 걸으며 내려 오니
'자빠진 바위'가 나를 자빠뜨린다. 3시25분.
자빠진 채로 또 다시 단애를 올려다 보니....아~다시 오고픈 마음이 너무도 든다.
산행대장께서 나를 일으키면서 하산을 재촉한다. 오늘도 후미다.
(내가 자빠져 있는데 산행대장께서 바위 이름을 자빠진 바위라고 하기에 이름을 알았다.)
인도에 접한 시간은 3시45분.
아무 생각도 없이 대기초등학교, 차량이 있는 곳을 향한다.
'아차' 싶어서 돌아보니 제법 내려왔다. 다시 갈 수 없을까?
'영암사'를 놓치다니....단애에 마음을 빼앗겨 '영암사'를 놓치다니...
영암사에 삼층석탑, 쌍사자석, 비석 잃은 돌거북받침 등 세 개의 보물이 있다는데...
그런 아쉬움은 대기보건소의 맑은 물에 씻는다.
1주년 행사와 하산주를 정리하고 5시30분쯤 대기마을 출발한다.
산은 언제 찾아도 힘이 들지만 만남의 반가움은 크다.
P.S.
황매산에 황매가 없고 매화산에 매화가 없는데 왜 이런 이름이 지어졌을까 하고 궁금증이 드는
분들은 황매산의 유래를 검색하면 나옵니다.(황매산, 매화산 모두 합천군에 있습니다.)
모산재 - 무지개터에 '작은 못'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못산'이라고 부른 것이 어원변화로 모산에 되었고
고개란 뜻의 '재'가 붙어서 '모산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직 무지개터에 물기가 있다고 하여
저는 찾아 보았으나 보지는 못했습니다.
모산재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 것인가 궁금하여서 검색하니 모산재는 한자로 표기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첫댓글 같이 산행을 하였다면 산행후기를 공감하고 읽을 수 있겠지만....그래도 게시판의 허전함을 메울 수 있겠지? 오늘부터 합천군의 황매산 철쭉제가 시작되었고....10일부터는 산청군 철쭉제가 시작된다. 황매산 정상 밑엔 너른 초원인데....단적비연수, 태극기휘날리며, 주몽 등을 촬영한 장소이기도 하단다. 산청군 쪽에는 단적비연수 촬영지가 있고...주몽은 주몽의 아버지(해모수)가 주몽에게 무술을 가르키고 나중에 대소에게 죽임을 당한 장소로 움막집이 있다. 5월17일에 많은 친구들을 볼 수 있었으면.....나는 16일 밤에 출발/제천 찜질방에서 자고, 17일 아침 공기에 있는 삼봉산(?)이나 주천에 있는 사자산을 산행하려고 하는데...
게시판의 허전함을 알고...ㅎㅎㅎ.......그러지 않아도 김해친구가 왜 글이 없을까? 했다요...ㅎㅎ...기다렸다는것이 지요..ㅋㅋ 글 잘읽었슴돠....참도 부지런하시지...17일일날도..삼봉산? 사자산? 산행계획??..건강하게 사시네...부~러~우이~^-^* 산행사진들은 언제 보여 줄껀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