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TV가 빛나는 밤에 (연이말2)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이 곳은 무조건적으로 연예인을 비난하는 곳이 아닌 올바른 비판을 지향하는 카페입니다. |
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
_용혜원
너를 만나면
눈인사를 나눌 때부터 재미가 넘친다
짧은 유머에도
깔깔 웃어주는 너의 모습이
내 마음을 간질인다
너를 만나면
나는 영웅이라도 된 듯
큰 소리로 떠들어댄다
너를 만나면
어지럽게 맴돌다 지쳐 있던 나의 마음에
생기가 돌아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
너를 만나면
온 세상에 아무런 부러울 것이 없다
나는 너를 만날 수 있어
신난다
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
깊고깊은 밤에
_용혜원
모든 소리마저 잠들어 버린
깊고 깊은 밤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잠들지 못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그대 얼굴은 자꾸만
내 가슴 속을 파고든다.
그대 생각 하나 하나를
촛불처럼 밝혀 두고 싶다.
그대가 멀리있는 밤은
더 깊고
더 어둡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밤마다 나를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이냐
지금도 사방에서
그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_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애타게 그리워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했기에
이토록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나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밤마다 별빛으로 빛나는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흔들어 새벽을 깨우는가
꽃은 시들고 해마저 지는데
저문 바닷가에 홀로 어두움 밝히는 그대
그대와 나 그대와 나
해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해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너의 그리움이 되고 싶다
_용혜원
누구나 꿈꾸는
사랑의 목마름이 있다 하지만
살아가며
착하고 고운 사람 만나
마음을 터놓고 허물없이 기대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네가 나의 그리움이듯
나도 너의 그리움이 되고 싶다.
전화를 걸 때면
-이해인
사랑하는 너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나는 늘 두렵다
너의 '부재중' 이 두렵고
자동응답기가 전해줄
정감 없는 목소리가
너 같지 않아서 두렵고
낯선 누군가
우리의 이야기를 엿들을까 두렵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왠지 전화로는
내 마음을 다 이해 못할 것 같은
너에 대한 약간의 불신이 두렵고
시간이 급히 달려와서
우리의 이별을 재촉하는 듯한 서운함이
나를 슬프게 한다
먼 거리도 가까이 이어주는
고마운 선이
내게는 탁탁 끊기는
불협화음의 쓸쓸함으로 남아
떠나질 않고 있으니
나는 오늘도
네게전화를 걸 수 없다
고드름
_정영희
강추위에도
말이
걸진 사람
그 말의 송곳에
찔려본 사람은
안다
고드름은
처마 끝
땅을 향할수록
부드럽다는
것을
왜 그렇게 좋은 거냐?
_용혜원
밤 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네 생각만 했다
나는 네가 왜
그렇게 좋은 거냐
너는 내가 왜
그렇게 좋은 거냐
날마다 만나는데
날마다 함께 하는데
함께 있으면 헤어지기 싫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 어찌 할수 없으니
우리는 마치 연인 사이 같구나
사랑은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나 보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거냐
네가 나를 좋아하는 거냐
우리는 만나면
서로가 더 좋아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내가 너를 더 좋아하는가 보다
그렇지 않다면 이 밤에 네가
이토록 보고 싶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_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너에게
_서혜진
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_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강
_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떼를 날려보냈고
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그믐 달
_최규철
젊어서는 많은 말을 하고 싶더니
나이 들어서는 혼잣말을 하고 싶다
뿌연 대기오염 속에
비뚤게 그은 그믐달 같은 나이를 살면서
이제는 무슨 말을 할까
자세히 보면 가느다란 하현(下弦) 위로
보름달의 윤곽 따라 소복이
고봉으로 쌓아놓은 달그림자
비워진 보름달의 조각들은
추억이 되어 혼잣말로 바뀌어가는데
나머지 분량은 수다로 메워가야 한다
허상(虛像)을 채우며 살던 초승달의 시절은 가고
허상(虛像)을 비우며 사는 그믐달의 나이가 되면서
평생을 혼잣말을 익히며
반쯤 기울려 깨금발로 서 있는 그믐달
별에 못을 박다
_류시화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하루
_천양희
오늘 하루가 너무 길어서
나는 잠시 나를 내려놓았다.
어디서 너마저도
너를 내려놓았느냐.
그렇게 했느냐.
귀뚜라미처럼 찌르륵대는 밤
아무도 그립지 않다고 거짓말하면서
그 거짓말로 나는 나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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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어요!
오ㅓ..진짜 다 좋아요 특히 마지막..... 잘읽고갈게요^^!
와 정말 좋아요....좋은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마음이 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