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bs에서 방송했다는 그 프로, 녹화했다가 오늘 동트자마자 저도
보았습니다. 아우구스투의 푸념은 그것대로 이해합니다. 무엇보다 저
는 청소년팀에 전념해야 할 박성화 감독을 국가대표 수석코치로 임명
한 협회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박성화 감독의 인품과 능력을
신뢰하기에 적재적소의 원리를 저버린 협회의 인사행정에 매우 큰 불
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축구팬들의 글을 볼 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
이 있습니다. 무릇 어떤 특정인에 대해 비판을 할 경우에는 사실관계
만은 정확하게 알고나서 비판을 해도 해야 하는 것일진데(이는 축구
팬 이전에 사람이 지켜야 할 의무와 예의에 속하는 문제), 일부 축구
팬들은 이런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리고 그저 머릿속에 형성된 고정관
념이나 편견에 근거하여 내가 보기에는 모종의 흑심을 가진 세력의 홍
위병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욕 먹고 있는 축구인들을 꼽아보자면 조중연, 김진국, 조영증,
조민국 씨 등이 있고 협회장 정몽준을 직접 겨냥한 비판의 글도 있음
를 봅니다.
조중연씨는 축구협회 전무가 아니라 수석부회장입니다. 축구협회 전무
는 노흥섭씨입니다. 조중연씨가 맡고 있는 수석부회장은 축구협회의
직제상 무슨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저 회장 부
재 시 회장을 대신하여 자리에 참석해서 한마디하고 감사장 수여하는
역할이나 하는 거지요. 조중연씨는 전무에서 물러난 순간 축구협회의
실세에서 벗어났습니다. 미국 이민으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 김상진
전 수석부회장의 뒤를 이어 허울좋은 자리나 지키고 있는 셈이지요.
조중연 부회장은 현재 정부에서 650억을 들여 만든다는 축구연습시설
을 어느 지역에 안배하고 어떻게 조성할 지에 대해 문광부측과 협의하
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돈은 월드컵 잉여금이라
는데, 돈을 쥐고 있는 곳은 축구협회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이고 축
구협회에서 집행할 권한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정부에서는 그 돈을
축구발전을 위해 쓴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기에 그 점을 믿을 뿐입니
다. 정부가 언제라도 방침을 바꾸어 그 돈을 다른 데다 쓰겠다고 하여
도 축구협회가 뭐라고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축구협회의 실질적인 기획은 전무가 관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돈이 들
어가는 사업은 모두 축구협회의 사무총장이 결재합니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사업비가 없으면 집행되지 못하는 것이 모든 행정의 공
통점인데, 이런 점에 비추어 축구협회의 실질적 권한은 사무총장이 장
악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축구협회의 사무총장은 김동
대씨입니다. 작고한 남광우 총장과 함께 정몽준씨가 축구협회 회장이
되기 전부터 현대그룹에서 회장의 수족노릇을 했던 인물입니다. 축구
협회를 움직이는 인력은 거의 대부분 정몽준씨가 현대에서 데려온 사
람들입니다. 공채 출신이 몇몇 있긴 하지만 힘없는 말단들입니다. 요
즈음에는 협회의 국제부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듯합니다. 가삼현 부장은 정몽준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
며, 김동대 사무총장과 또 다른 축을 이루며 회장을 보좌하고 있습니
다. 정리하자면 축구협회는 정몽준을 수장으로 축구인들을 관장하는
전무와 축구협회의 재정과 살림을 맡는 사무총장, 그리고 회장의 일급
참모로써 중요한 국면에 발언권을 행사하는 국제부장으로 의사결정구
조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축구협회 본연의 업무가 대표팀 운영인데,
이를 위해서 설치된 것이 기술위원회입니다. 기술위원장의 역할에 대
해서는 뒤에 말하기로 하지요.
현 축구협회 전무인 노흥섭씨는 축구인 출신으로 국민은행 감독을 역
임하였으며 2000년에는 협회 기술위원장으로 있었고 작년까지 파주
NFC 소장으로 봉사하신 분입니다. 시작단계에 있는 파주훈련장을 맡
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시스템으로 원활하게 경영한 공로를 인
정받아 전무에 취임하신 것으로 압니다. 제가 만나본 노전무님은 우
선 겸손하시고 과묵하고 드러내지 않게 일을 하시는 분이더군요. 우리
가 어떤 직책을 수행하는 이를 비판할 때는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하
겠지요. 이를테면 전무의 직책을 이용하여 사익을 추구한다거나 할 일
을 안하면서 남에게 미루기만 한다거나 할 때입니다. 전무의 의욕이
과하여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경우는 그래도 봐줄만 합니다. 그를 견제
하는 언론이 있기 때문이죠.
축구협회의 전무는 기자들의 집중 취재대상입니다. 기자들은 언제나
기사거리를 요구하는데, 전무는 공개하지 말아야 할 정보를 쥐고 있
는 사람이고 이 때문에 전무와 기자는 늘 긴장관계에 있습니다. 전무
를 비난하는 기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그 기사를 쓴 기자가 전
무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
움이 됩니다. 요컨데 기자라는 존재 역시 선공후사하는 자들이 아니라
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겠죠. 한국의 언론에 진정한 의미의 축구
전문기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보기에 한국의 축구기자 중에서
축구를 제몸처럼 사랑하는 정신적 자질을 가진 이는 몇 안된다고 봅니
다. 그런 사람들인데 다른 신문사가 특종하는 기사거리를 자기만 제공
받지 못할 때 어떤 내용의 기사를 쓰게 되는 것인지 알만 한 일이지
요.
한국 축구의 문제는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무엇보다 한국사회의
총체적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 한국 축구의 시스템이니까요. 국
가대표팀과 올림픽팀이 구별되지 않는 이상한 나라가 한국입니다. 다
른 나라같으면 찬밥 대접이나 받는 올림픽팀이 과도한 주목의 대상이
되는 나라가 한국이지요. 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하기라도 하면 줄초상
나는 곳이 대한축구협회입니다. 이런 사정인데, 한정된 자원을 국가대
표에만 투입할 수 없는 것이 축구협회의 처지입니다.
국가대표팀이 2006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나가 이란 사우디
중국 등과 2장의 티켓을 놓고 다투는 국면이었다면 쿠엘류 감독이 지
도하는 대표팀도 올림픽팀과 같은 주목을 받았겠지요. 그러나 쿠엘류
가 상대하였던 아시아 팀들은 이전의 국대 감독들도 5일 전쯤 선수소
집하여 응했던 그렇고 그런 팀들이었습니다. 언제부터 베트남 오만 몰
디브가 우리 대표팀의 맞수였단 말입니까? 우리 올림픽팀은 지난 겨
울 K리그 시즌이 끝나고 한달 정도의 합숙훈련을 했는데, 이는 중국
이란 말레이시아 등을 상대로 해야 하는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상대가 홍콩 스리랑카 파키스탄 정도였다면 그렇
게 긴 합숙훈련을 할 이유가 없었겠죠. 이런 것이 한국축구의 관행이
었습니다.
축구협회의 운영을 재원과 관련지어 관찰해보면 언제나 돈 쓸 곳은 많
아도 쓸 돈은 부족한 형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돈 뿐 아
니라 시간도 부족합니다. 국가대표팀과 올림픽팀 멤버들을 장기소집해
버리면 프로팀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됩니다. 특히 두 팀
에 많은 선수들을 차출당하는 수원과 안양같은 팀들은 선수가 부족해
서 훈련할 수 없는 경우가 되고 말죠. 성남같은 팀이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대표팀에 차출당하는 선수를 스카웃하지 않았던 점
에 있었죠. 성남의 경우는 늘 30세 전후의 즉시전력감 그 중에서도 국
가대표로 뽑히지 않는 선수들을 데려와 당장의 성적 달성에 써먹었다
가 세대교체 실패의 혹독한 댓가를 치르고 있는 중입니다만, 어쨌든
선수들 월급은 구단에서 주지만 대표선수들을 소집해 재미를 독점하
고 있는 축구협회란 프로구단 입장에서 보자면 매우 마땅찮은 상대임
은 틀림없는 일입니다.
어느 나라건 프로연맹과 축구협회는 이런 일로 긴장관계에 놓여있습니
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연맹은 연맹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이들이 행
정권을 쥐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대표팀을 관장하는 협회와 건설적인
견제관계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죠. 그런데 우리의 프로리그는 유력
대기업의 홍보수단으로서 역할이 한정된 구단과 재정이 빈약한 시민구
단(그것도 매우 기형적인 구도로 되어있는)의 집합체로서 실질적인 힘
을 발휘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야구만 해도 구단주(대기업의
총수들) 회의가 활성화되어있는데 비해 축구쪽은 우선 돈줄을 대는 구
단주의 관심 자체가 빈약합니다. 삼성이나 엘지의 회장이 직접 나서
서 프로연맹을 챙긴다면 정몽준 절대권력 체제인 축구협회를 견제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구단은 적
당히 성적 올려 모기업의 체면이나 세워주면 되고 기업은 획기적인 투
자로 축구판을 활성화시키기보다는 그저 선수들 인건비나 제때 지급하
는 정도에서 적당한 타협이 이루어지고 있는 판이지요.
조중연씨가 아직도 축구협회 전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평소의 무신경
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도대체 언젯적 얘긴데 아직까지 그런 고정관
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한심합니다. 조중연씨는 작고한 남광우 총
장과 더불어 2002 월드컵을 그야말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인물입니
다. 아마 그런 기풍이 정몽준이 좋아할 체질이었을 것입니다. 현대라
는 기업의 정신이 물불 안가리고 밀어붙이기를 즐기는 타입이었으니까
요. 그렇게 밀어붙이는 행정을 하다보니 적이 많아졌고, 또 지켜야
할 비밀이 많은 전무로서는 기자들의 기사거리 요구에 적절한 대응을
하기가 어려웠겠죠.
조중연씨는 전무가 되기 전에는 기술위원장이었는데, 그의 재임시절
에 차범근 감독 해임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감독이
물러나면 기술위원장도 함께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는 이들
이 많은데, 내가 알기로는 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조중연과 차범근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으며 1999년 아시아 예선 때 일본에게 우리 대표팀
이 0-2로 패하였을 때(그것도 서울에서) 차범근을 해임해야 한다는 여
론에 맞서 감독을 감싸준 이가 조중연이었습니다. 차범근은 프랑스 월
드컵 때 2패를 기록하였고 그 충격을 스스로 이기지 못해 우왕좌왕하
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그가 계속 감독직에 있었다면 벨기에 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1-1로 비기는 투혼을 발휘할 수 있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조중연은 기술위원장으로서 감독 해임이라는 카드를 빼어들
어 대표팀의 분위기를 추스립니다.
조중연은 귀국 후 기술위원장직에서 사임하지만 정몽준 회장은 그를
전무로 영전시킵니다. 아마 이 부분이 기자들의 비위를 건드렸던 것
같습니다. 그에게 언제 그만두겠느냐고 질문한 기자들에게 '한식에 그
만두나 청명에 그만두나..'라고 둘러댄 명언(?)이 두고두고 인구에 회
자되고 있지만 조중연씨의 그런 넉살까지 기자들에게는 좋은 기사거리
였고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조중연은 악의 축으로서 이미지
가 굳어갔습니다. 조중연은 전형적인 방패막이 역을 수행하였습니다.
여론의 욕을 먹을만한 일을 회장이 단행하기 전에 먼저 조중연을 시
켜 일을 추진하게 하였다가 여론이 악화되면 한발 물러서게 하는 것이
죠. 2002년 월드컵 때 선수들에게 포상금을 차등분배하려다가 여론이
뒤숭숭하자 회장이 나서서 균등분배로 결정하게 된 사건 같은 것이
그 전형적 사례입니다.
어쨌든 그 욕이나 실컷 얻어먹는 자리에서 조중연은 물러났는데, 그렇
게 물러난 조중연이 아직도 축구협회의 실세인 전무 자리에 건재하다
고 생각하여 물러나라고 주장하는 이라면 참으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상가집에 가서 엉엉 울다가 상주에게 죽은 이가 누구요라
고 묻는다더니,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조영증씨는 1999년 청소년대표팀 감독이었습니다. U-16, U-19를 통괄
하였지만 아시아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죠. 아마 이것 때문에 그의 능
력이 두고두고 불신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지금 올림픽팀이나 청소년팀에 그가 발굴하여 지도한 선수들이 상당
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천수 최태욱은 물론이고 김두현 김동진 김정
우 박규선 조병국 박용호 조재진 권집 김동현 정조국 등은 모두 조영
증씨가 U-16, U-19팀 때부터 지도하던 선수들이었고 그가 지도자로서
실전에서 임기응변의 묘를 살리는 데는 능력이 없어도 어린 재목들에
게 기본을 가르쳐 틀을 갖추게 하는 데에는 노우하우가 있는 인사임
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축구협회가 유청소년 육성을 시작한 것이
1999년부터인데, 그 첫세대가 작년 세계대회에 나갔던 U-20팀입니다.
선수는 그냥 육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보살핌과 교정을 통해 커
가는 것인데 조영증은 그런 역할에서 협회에 인정을 받은 것 같고, 그
로 인해 기술위원회 상근 부위원장겸 파주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
니다. 어떤 사람을 어느 자리에 쓰는가하는 것은 인사권자의 판단과
경륜이지 팬들이 뭐라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영증씨가 별 이
유 없이 조중연씨와 도매금으로 지탄받고 있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습
니다. 축구협회의 유청소년 육성 프로그램으로 우리 축구는 2002년 아
시아 U-16, U-19를 우승하였지 않습니까?
조민국이 누군지 모르는 이가 많은 듯한데, 그는 1986년 멕시코 월드
컵 때 한국팀의 스위퍼였습니다. 대단한 힘을 과시한 멀티플레이어였
죠. 최후방 스위퍼로 뛰다가도 언제든 스트라이커로 변신하여 골을 넣
곤 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입니다. 전술한 조영증씨가 그의 전임 스위
퍼였죠. 1970년대 김호-김정남으로 대표되던 대표팀의 수비 체제는
그 후 유기흥-강기욱, 조영증-박성화를 거쳐 1980년대 후반에는 조민
국-정용환 콤비로 이어집니다. 그 조민국을 잇는 선수가 홍명보입니
다.
조민국은 현재 고려대학교 축구부 감독으로 있으며 축구협회 기술
위원으로 무급봉사하고 있습니다. 그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TV 해설에서 그가 보여준 좀 경직된 표정
과 매끄럽지 못한 언변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만, TV 해설가에게는 그
에 걸맞는 재능이 있는 법이고 선수를 보고 길러내는 능력은 이와는
별개일 것입니다. 조영증 조민국은 소신껏 일하는 사람들인데, 그리
고 직무에 관련하여 큰 실책도 없는데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알 수
가 없습니다.
여기 게시판에서 김호곤 올림픽팀 감독을 해임해야 한다고 사람들이
불과 한달 전까지 득실거렸습니다. 왜 짤라야 한다는 것인지 이유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부산아이콘스를 말아먹은 지도자이니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박성화 감독에 대해서도 그저 수비축구 뻥축구
나 하는 지도자라고 폄하하며 짤라야 한다는 이들 대부분이 김호곤 축
출에 입을 모으더군요. 이상한 것은 그런 사람들이 쿠엘류를 감싼다
는 것이었습니다.
박성화 김호곤이 세계대회 출전이 걸린 중요한 시합에서 실수한 것도
아닌데 그저 한국인은 능력없다고 막말로 씹기만 하였을뿐입니다. 그
런데 쿠엘류가 아시안컵 월드컵 예선 등 절대 져서는 안될 경기에서
실패하였을 때 그들이 박성화 김호곤에게 들이대었던 기준을 적용하
지 않았던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몰디브와 비김으로써, 대표팀은 10월에 있을 레바논 원정 때
매우 고전하게 되었습니다. 레바논에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5명이 있다는데, 그 5명이 지난 2월 상암에서 열렸던 한
국:레바논 전에서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유럽클럽에서 놓아주
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럽과 가까운 레바논에서 열리게 될 어웨이전에
서는 그 선수들 모두 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큐엘류가 '한국은 어
쨌든 7조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고요?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올림픽팀이 쿠엘류만큼 비젼 없는 축구를 했나요? 지도
자는 성적으로 평가되는 것입니다. 전력이 아무리 화려해도 성적이 신
통치 않으면 중도에서 그만두는 것이 뭐가 이상한 일일까요?
아무리 국내파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구성해도, 그 선수들의 능력은 같
은 국내파 선수들인 올림픽팀의 선수들보다 나으면 낫지 모자라지 않
습니다. 올림픽팀 선수들이 소속팀에 가면 후보로나 나오는데 비해 국
가대표로 선발될 정도의 국내파 선수라면 모두들 주전으로서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재목을 갖고도 베트남 오만 몰디브에게
고전할 정도의 지도력이라면 무슨 비젼이 있겠습니까?
쿠엘류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 올림픽팀에서 뛰는 선수들만 바라보
았습니다. 그로 인해 국내파 선수들은 나가봤자 들러리나 서고 말 것
이라는 자괴감에 빠져야 했습니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내 앞에서 여태
까지의 경력은 다 무시한다, 내가 원하는 축구를 하는 자만이 나의 팀
에 들어올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선수의 자원을 줄여놓고 기회가 없었다느니 시간이 부족했다느니, 심
지어 선수들의 자질이 부족하다느니 하는 변명이나 할 수 있는 겁니
까?
나는 작년 아시안컵 예선 때 우리 대표팀이 베트남에게 0-1, 오만에
게 1-3으로 무릎 꿇는 장면을 본 이래 쿠엘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
에 선 사람이지만, 이번에 축구협회에서 쿠엘류에게 아시안컵까지 임
기를 보장하지 못한 것은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작년
11월에 쿠엘류를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지만, 기왕 시기를 놓
쳤다면 어쨌든 그가 계약한 기간만큼은 채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
각하여 올림픽팀이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에는 올림픽팀에서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을 모두 빼서라도 아시안컵에 대비하게 해야 한다고 거
듭거듭 주장했습니다. 그런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쿠엘류가 몰디브와 비기고 난 뒤 기술위원회에 출석하여 '기회를 달
라. 반드시 아시안컵을 제패하겠다'고 하였을 때 그의 배짱이 계속되
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그는 도중에서 그만두더군요. 나는 그가 아
시안컵에서 우승할 자신이 없어서 그만 둔 것으로 봅니다. 시간이 없
다고 하지만 그가 대표팀을 계속 맡았다면 그는 앞으로 한달 이상의
순수훈련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축구협회의 대표선수 소집규정
이 이를 보장합니다.
그런데 왜 그만둡니까? 그가 '왜 나를 해임하려고 하는가? 나는 계약
에 따라 아시안컵을 우승하겠다. 내가 약속하니 축구협회도 나에 대
한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였더라면 그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축구
협회에 대해 나 또한 강력한 비판을 하였을 겁니다. 그러나 일이 그렇
게 되었던가요?
이 기회에 SBS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 아우구스투는 그의 입장
에서 이야기할만 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와 상반된 입장에 있는 박성
화에 대해서는 인터뷰하지 않았습니까? 어느 한쪽의 말만 들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과연 '그것을 알려주'는 언론의
정도인가요?
매스컴은 대표팀에 몸담고 있는 축구인들 싸움 붙이는 것을 좋아합니
다. 그것처럼 세인의 관심을 끄는 뉴스거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매
스컴이 싸움을 붙이면 만신창이가 되는 것은 언제나 축구판이고 재미
보는 것은 언제나 매스컴이었습니다. 그 방송사의 간판프로라면 그에
걸맞는 정도를 지켜야 했습니다. 다른쪽의 견해와 본의도 가감없이 실
어줄 때 건설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지난 5월1일 한중전 중계를 보면서 허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내가
녹화한 스타TV의 화면에는 한국 응원단의 모습이 딱 한번, 그것도 경
기 시작 직전 응원하는 모습을 멀리서 찍은 것이었는데, SBS의 중계화
면은 수시로 한국에서 온 여성관중들을 비추어대더군요. 그 중 어떤
장면은 여성관중이 누구에겐가 전화를 거는 것이었는데 그 직후 장면
은 모그룹의 로고가 찍혀있는 A보드가 비쳐졌습니다. 의도가 빤히 드
러나는 연출이었습니다. 고작 그런 장면이나 찍어 보내면서 창사경기
장의 중계를 맡은 중국측 TV는 평소 오락위주 방송이나 하고 있기에
축구중계에는 신통치 않다는 발언이나 수차례하고 있는 캐스터와 커멘
테이터도 한심하기 짝이 없더군요. 그날 중국측은 한국을 P.R KOREA
라고 소개하는 무례를 범했는데 사실 그것 하나 빼면 중국TV에서 송출
한 중계화면은 그런대로 보아줄 만 했습니다. 오히려 오락 지향의 체
질로 중계하는 쪽은 늘 한국측 방송 그 중에서도 SBS라고 해야 할 것
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그 프로는 어느 한쪽 말만 크게 전하고 다른쪽
은 입을 틀어막는 횡포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전에,
이 사람들이 또 축구를 물고늘어져 시청률을 노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
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것이 축구사랑이 아님은 조금만 생
각해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김진국 위원장에 대해 말할 때가 되었군요. 김진국은 차범근과
함께 1970년대 후반 혜성같이 등장한 스타였습니다. (차범근의 경신
고 1년 선배가 김진국) 차범근(178cm)과 김재한(190cm)이 장다리라면
김진국(165cm)는 거꾸리였죠. 장신과 단신의 묘한 조합이 당시 한국팀
의 색깔이라면 색깔이었습니다.
김진국은 국민은행 지점장 출신입니다. 축구선수로서 은행에 입사하
여 은퇴 후 지점장을 할 정도라면 상당한 능력을 지닌 인사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대학 졸업하고 일반직원으로 들어와 지점장까지 할 수
있는 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물며 축구선수로 입행하여 지점장까
지 지낼 정도라니...내가 알기로 김진국씨는 축구협회에 유소년분과위
원장으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가 추진력을 발휘하며 유소년축구를
육성하는데 능력을 발휘하자 정몽준 회장이 그를 이용수의 후임으로
지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보기에 김위원장이 부정적으로 인상지워진 것도 매스컴을 다루
는 데에서 부족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축구협회의 재정상태
야 뻔한 것이고, 쿠엘류건 김호곤이건 일의 경중에 따라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데 어떻게 히딩크 때와 같은 지원을 할 수 있단 말입
니까? 쿠엘류가 원하는 대로 해외에서 코치를 데려오는 것이 필요하다
고요? 그 인건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해외에서 감독도 아니고 어시스턴트코치를 불러오려면 국내 축구인을
쓸 때보다 두 배는 주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이 산설고 물설은 나라
에 누가 오겠습니까? 히딩크 때처럼 선수들을 몇 달씩 소집할 수도 없
기에 결국 한국선수들의 상태와 특징을 자세히 알고 있는 국내파 코치
를 감독 지휘 아래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리고 협회로서는 그 감독
의 노우하우를 빠짐없이 흡수할 수 있게 코치들을 인선해야겠죠.
김진국 위원장이 물러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그가 물러
날 때는 지금이 아니라 아시안컵 대회 이후라고 봅니다. 지금은 위기
국면이고 이 국면을 넘길 책임은 우선적으로 기술위원회가 져야 하기
때문이죠. 내가 불만을 갖고 있는 점은 쿠엘류에게 제대로 지원하지
않은 것에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박성화를 기술위원회에서는 아무
런 검토도 없이 굳이 대표팀 수석코치에 임명하였느냐 하는 점입니
다. 기술위원 중에서도 쿠엘류의 팀 운영방침에 공감하고 이를 보완
할 수 있는 인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를 코치로 쓰면 될 일이었
습니다.
정몽준이 갑자기 코너로 몰리는군요. 재작년 대통령 선거국면에서 노
무현과 후보단일화를 선언하였다가 막판에 철회한 일을 두고 많은 이
들(특히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들)이 정몽준 제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권이 축구협회의 행정에 간섭하고 부당하게
협회장을 괴롭히면 어찌되는 줄 아십니까? FIFA는 해당국에 FIFA가 주
최하는 대회에 출전금지 처분을 내려버립니다.
FIFA는 각국 FA(축구협회)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입니다.
FIFA는 처음부터 국가권력에 대해 독립적인 행정을 목표로 세워진 축
구인들의 단체이기 때문입니다. 정몽준이 실정법을 어겼다거나 무슨
부정부패에 관련되었다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가 회장으로서 대표팀을 이용하여 사익을 취한 것도 아닌데 그를 쫓아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예선 통과에 실패하는 경우 축구협회 회장의 책임을 지
고 물러나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요. 역대 회장들도 다 그런 계기를
맞아 사임하였으니까요. 그런데 외국인 감독이 능력부족으로 그만 두
었다고 하여 회장도 퇴진하는 것이 온당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
니다. 더 큰일 나기 전에 그 감독을 해임했다면 앞으로 남은 기간 동
안 잘 추스려 한국 축구가 쌓아올린 업적을 훼손하지 않기를 요구하
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정몽준이 물러났을 때 다른 어떤 세력이 그를 대신하여 한
국축구를 발전시키고 대외적으로 한국축구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을지
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앞섭니다. 특히 대표팀 경기나 해설하는 것이
무슨 큰 권력이나 잡은 것으로 착각하고, 축구발전을 위한 어떤 대안
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회장과 그의 부하들에 대해서만 비난을 일
삼고, 또 그런 것을 인기유지책을 생각하는 자가 한국축구의 행정을
맡는 날이 온다면 개인적으로 그 날이 바로 한국 축구의 몰락이 시작
되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댓글제가 이 글에 동의하는건 아니지만..어떤 일을 바라볼 때 너무 한 쪽에 치우쳐서 보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축협을 몰아붙인 방송만 믿지 말고 축협을 옹호하는 글도 보고...그 사이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립했으면 합니다...언론이 무조건 옳은건 절대 아니니까요
첫댓글 제가 이 글에 동의하는건 아니지만..어떤 일을 바라볼 때 너무 한 쪽에 치우쳐서 보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축협을 몰아붙인 방송만 믿지 말고 축협을 옹호하는 글도 보고...그 사이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립했으면 합니다...언론이 무조건 옳은건 절대 아니니까요
이글 허점이 엄청 많네요...근대 귀찮아서....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딱하나만 짚자면....박성화 김호곤 하고 코엘류를 비교하신부분....이효리랑 브리트니스피어스랑 같습니까? 일단 커리어만 봐도 차이가 나는데...에이씨 한번 시작하면 끝도 없을거 같으니 여기서 스톱
글에 헛점이 많군요~~
집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많은 글이지만 여기서 집어봐야 헛수고니 무념...
그냥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해야죠
'세바스티앙'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 글에도 헛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SBS 방송에도 헛점이 있었으니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었겠죠.
이효리랑 브리트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다 이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럼 안되는데;;)
이 글에 헛점이 많죠...하지만 SBS 방송에도 헛점이 많았다는 생각...전 어떻게 생각해야 될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