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질없어 보이지만 한 주를 시작하는 이 아침에 한 꼭지 써봅니다.
최근, 원불교에 입교하여 매주 목요일 교감교무님과 교리공부중입니다.
결혼생활 20년 만에 아내랑 최초로 흔쾌히 합의를 본 것이 인간에겐 종교가 필요하다 였고,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 부부에겐 원불교가 맞다' 였습니다.
종교를 쇼핑한거죠.
망 오십(지천명)에 이르러 어렴풋이나마 하늘의 뜻을 헤아려 본즉, 우리가 사는 전 과정이, 인생이라고 하는 것이 '짐승에서 인간으로' 였습니다.
"별 수 없는 거야 여보, 그냥 사는 거야, 그걸 깨달아야 돼"
원불교에 입교하기 직전 큰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한 5년 공(空)을 노래를 부르고 다녔더니만 마침내 가슴으로 공이 오더군요.
머리로만 이해하던 공이 희미하게나마 느낌으로 올라 오면서 많은 것들이 선명해지고 사는 게 좀 편해졌습니다.
"교무님, 근데 말이죠. 제가 견성을 하기는 한 것 같은데 말이죠, 왜 화끈한 인격의 변환이 없는 걸까요?"
"자네가 견성을 했어! 그럼, 내가 문답감정 좀 함세. 견성을 한게 어쩠던가?"
"자유롭습디다. 별로 거칠 것이 없고, 사는 것이 걱정도 안되고, 걱정이 안돼서 걱정이고 그럽디다"
"견성헌 것이 맞기는 맞는 갑네 그려!"
"자네가 견성을 이룬 것이 대단허기는 헌디 말여, 근디 고거이 인자 막 한 고비 넘은 것일 뿐이네, 견성 이후에 중도가 있고, 중도 이후에 무아봉공이 되어야 도가 완성되는 것이며, 인격의 변환은 실질적 도덕훈련이 따라야 하는 법이네"
"교무님, 여기까지 온 것도 죽을똥 살똥 어떻게 온지도 모르고 겨우 왔는디, 두 고비를 더 넘고, 또 무슨 놈의 훈련을 밤낮으로 해야한다 말입니까! 원불교를 잘 못 온거 같으네요"
"어쩔것여, 법이 그런디, 돈오점수랑게"
"참말로 환장허것네요. 저는 견성만 허먼 다 해결되는 줄 알았는디"
원불교는 좀 더 놀다가 입교해도 좋을뻔 알았습니다.
어떻게 이룬 견성인디, 어디가서 제대로 한 번 뻐기지도 못하고 훌훌 털고 몇 년이고 여행 한 번도 못갔다 와서 또 훈련이라니!
그런데 또 읽은 책에서 간디선생님까지 거드네요.
'개인에 따라서 우주가 결정된다'
내가 곧 우주이니,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일.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입니다.
아니꼽고 치사해서 이번 생에 완전히 끝내버려야 할 모양입니다.
첫댓글 아우님이 교당에 다니는구나...나이롱 교도 생활 20년인데 나 혼나겠다 ㅋ 교전보기를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해온 지 오래되었다네 초발심은 저 멀리 던져놓고...으이구~^^
오늘 아침에는 교전에 나오는 '수심결'을 읽었는데, 수심결에서는 견성을 했으면 마음 따라 살면 되지 미하게 무슨 또 다른 법을 찾아 나서냐고 써있는 것 같더라 구요......내일 교리시간에 교무님 만나면 좀 따져 볼라고요......^^ 제가 보기엔 형님이 수심결에 나오는대로 마음 따라서 잘 살고 계신것 같으더라 구요......^^
우주까지는 아니어도 개인과 개인의 마찰 가운데 조금이라도 스미는 기운을 느끼는 것은.. 즐겁죠.
특히나 아이들과의 교류에서는요.다 큰 어른들과의 교류는 서로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 속에서의 교류이기때문에 큰 회오리 바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회오리 인것같지만 결국 그 것을 정돈하고 치우는 것은 또 나니까요..
개인이 아닌 개체라고 해야겠지요?
사람 뿐만이 아니라 식물, 동물, 곤충 등 모든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모든 것들이 어울려서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이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이 또 사실이구요....
제가 아직은 얼마나 한심 한지요.....'한생명'에 관한 책을 읽으면 내가 한생명을 완전히 이해한 것처럼 착각을 하고는 맘에 안드는 사람 있으면 "저 종자는 언제나 한생명을 알꼬, 나는 한생명인디 저것은 아직 한생명이 아니네" 그러거든요......근디 생각해보면, 맘에 안드는 그 종자가 한생명을 알건 모르건 이미 한생명이잖아요......내가 진짜로 한생명이면 그 종자와 내가 둘이 아니어야 하잖아요......근디, 맨날 습관적으로 분별만 일삼고 있단 말이죠......그 종자가 한생명으로 거듭나야 - 둘이 아니니까 - 내 한생명도 비로소 완성되는 것인디......언제나 삼라만상이 다 제 눈에 부처로 보일런지요.....^^ 날씨가 덥죠!...^^
개체라고 해야 그것들을 다 포함하게 되겠군요. .나무하고도 그런 교류를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이름을 붙여주고 찾아가서 인사도 하면서..서로 친해지는 거죠. 물푸레나무였는데..그 수피에서 아름다운 남성성을 느꼈습니다.
여래가 따로 없네요.....^^ 개체나 개인이라고 하는 것도 '명가명 비상명'이죠......원래는 우주의 구성성분으로 있다가 인연 따라서 물푸레나무가 되기도 하고 인간이 되기도 하니 동학에서 '한울'이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한울이 한울을 먹는다'......식물이나 동물이 같은 어머니를 두고 있는데, 바로 태양이죠.....식물은 광합성을 하고 동물은 태양에서 오는 빛알갱이를 눈에 반사시켜 먹이를 찾아다닐 수 있으니까요......^^ 날씨가 덥네요....^^
아이고 매한 중생 고난의 바다일세 ㅜ
교무님께 혼날 일만 가득한 나이롱 교도...타고난 업장이 음악이라 그냥 계속
쉬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 말고는 온통 고난일세 들판에서 살아야 마음 편한 이내 모습 좁은 그릇에 담긴 물이라 늘 넘쳐난다네 우리가 사람되려면 얼마나 닦아야 할지...차마 가늠이 되질 않는다네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