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를 건조하는 노아와 그의 가족들 (1367)
바르톨로 디 프레디
Bartolo di Fredi, Noah and his family building the Ark, 1367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주 시에나 현 북서쪽에는 대학도시 산 지미냐노가 있고,
이곳에는 산 지미냐노의 주교좌 성당이자 대학 교회인 성모 승천 대성당이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이 성당 내부에는 사방으로 프레스코 장식이 되어있는데,
1340년대에 시작되어 14세기와 15세기 초에 세 단계를 거쳐 장식되었고,
1340년경에 리포 멤미가 북쪽 벽에 『신약성경 이야기』를 그렸으며,
1367년에 바르톨로 디 프레디가 남쪽 벽에 『구약성경 이야기』를 그렸다.
남쪽 벽은 모두 6개의 구획으로 3단의 벽화가 그려졌고,
성경의 이야기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진행된다.
천장과 벽을 연결하는 맨 윗부분에는 반원 모양의 루네트에 6개의 그림이 있고,
그 아래 가운데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벽화 12개가 그려져 있는데,
여섯 번째 구획은 후에 파이프 오르간의 설치되어 2개의 그림이 훼손되었다.
14세기 후반 시에나 화파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던 화가 중 한 명인
바르톨로 디 프레디(Bartolo di Fredi, 1330-1410)가 그린
『구약성경 이야기』는 모두 27개 장면으로 묘사되었는데,
가운데 벽화에는 12개의 장면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묘사되어 있고,
<방주를 건조하는 노아와 그의 가족들>은
가운데 벽화 중에서 세 번째 장면으로 창세기 6장 5-22절이 그 배경인데,
노아가 그의 가족들과 함께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방주를 건조하는 장면이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
그래서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기어 다니는 것들과 하늘의 새들까지 쓸어버리겠다.
내가 그것들을 만든 것이 후회스럽구나!”
그러나 노아만은 주님의 눈에 들었다.
노아는 당대에 의롭고 흠 없는 사람이었다. 노아는 하느님과 함께 살아갔다.
그리고 노아는 아들 셋, 곧 셈과 함과 야펫을 낳았다.
세상은 하느님 앞에 타락해 있었다.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느님께서 내려다보시니, 세상은 타락해 있었다.
정녕 모든 살덩어리가 세상에서 타락한 길을 걷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모든 살덩어리들을 멸망시키기로 결정하였다.
그들로 말미암아 세상이 폭력으로 가득 찼다. 나 이제 그들을 세상에서 없애 버리겠다.
너는 전나무로 방주 한 척을 만들어라. 그 방주에 작은 방들을 만들고, 안과 밖을 역청으로 칠하여라.
너는 그것을 이렇게 만들어라.
그 방주에 지붕을 만들고 위로 한 암마 올려 마무리하여라.
이제 내가 세상에 홍수를 일으켜, 하늘 아래 살아 숨 쉬는 모든 살덩어리들을 없애 버리겠다.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이 숨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내가 너와는 내 계약을 세우겠다.
너는 아들들과 아내와 며느리들과 함께 방주로 들어가거라.
그리고 온갖 생물 가운데에서, 온갖 살덩어리 가운데에서 한 쌍씩 방주에 데리고 들어가,
너와 함께 살아남게 하여라.
그리고 너는 먹을 수 있는 온갖 양식을 가져다 쌓아 두어, 너와 그들의 양식이 되게 하여라.”
노아는 그대로 하였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창세 6,5-22)
이 작품 중앙 하단에 있는 명문에는 라틴어로
“노아가 방주를 어떻게 만들었는가?”라고 적혀있고,
희고 긴 머리와 수염을 휘날리고 있는 육백 살의 노아는 왼쪽 귀퉁이에 지팡이를 짚고 서서
아들들과 일꾼들에게 방주를 어떻게 지을지 설명하고 있다.
그의 아들들인 셈과 함과 야펫을 비롯하여 일꾼들은 방주 아래에서 대패질과 끌질을 하며 목재를 다듬고 있고,
방주 위에서 지붕을 씌우려고 드릴로 구멍을 뚫고 톱질과 망치질을 하고 있다.
노아가 방주 아래에서 방주를 어떻게 지을지 지시하자,
비계 위에 망치를 든 한 사내가 서서 노아의 명령에 귀 기울이며,
“이렇게 할까요?” 하고 손가락으로 톱질하는 이를 가리키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시종은 물병을 들고나와 일꾼들에게 주려 한다.
방주를 만드는 이들의 몸짓언어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출처] 방주를 건조하는 노아와 그의 가족들 (1367) - 바르톨로 디 프레디|작성자 말씀과 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