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분당으로 다닌 지 일 년쯤 되었을 때, 나는 교회 가까운 곳으로 직장을 얻어 집도 이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먼저 교회 근처 유치원을 알아보고 지원한 다음 집을 구했다. 평일에는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주일예배를 드린 후 방을 보러 다녔고, 그리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혼자 살기에 충분한 원룸을 계약했다. 형부와 언니가 도와주어서 순조롭게 이사할 수 있었다.
난 하나님 가까이에 거하고 싶었다.
물론 그분은 어디에나 계시지만, 예배당에 더 오래 머무르며 기도하고 싶었다. 직장과 집을 이사하자 교회에 살다시피했다. 수요예배와 금요예배뿐 아니라 결혼하기 전까지는 주일예배 반주자로도 섬겼다. 아이 사무엘이 성소에 머무를 때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었던 것처럼, 나도 그분의 음성을 하나라도 더 듣고 싶어 교회에 더 오래 머물렀다.
매일 한 시간은 꼭 기도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기도는 내 눈물 버튼이었다. 날마다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 엎드려 울고, 그 사랑에 깊이 잠겼다.
한번은 교회에서 주일 오후에 영화 <The Passion of the Christ>를 다 같이 관람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마지막 열두 시간을 재현한 영화로 크리스천이면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았고, 예수님이 채찍에 맞으시는 장면이 나왔다.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이 견디기 힘든 고통을 당하시는 장면에서 눈을 제대로 뜨고 있기 힘들었다. 너무 끔찍해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십자가 처형 장면에서는 아예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곁에 있던 사모님이 말씀하셨다.
“끔찍해도 예수님의 고난을 똑똑히 보고
그 사랑이 어떤 사랑인지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끝내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처형을 성경 말씀과 설교를 통해 수없이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영상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영화가 고증을 얼마나 했는지는 모르나, 생각했던 것보다 십자가형은 훨씬 잔혹했고 예수님의 모습은 실로 처참했다.
몇 달 뒤, 목사님이 설교 중에 그 영화 속 십자가 처형 장면을 다시 보여주셨다. 지난번에 영화를 볼 때 사모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이번에는 눈을 감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예수님의 피투성이인 몸과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눈에 담을수록, 그 사랑이 더 진하게 다가왔다. 나 ‘조현주’란 사람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혀 온갖 수모를 당하며 참혹하게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이 머리가 아닌 마음에 새겨졌다. 그 사랑이 내 가슴을 찢는 듯했다.
‘그렇군요, 주님. 이것이 십자가의 사랑이군요.
저 때문에 그 고통스런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군요. 너무 죄송하고, 너무 감사합니다.’
나는 십자가 고난을 통해서 보여주신 그 사랑을 더 깊이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하루는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기도가 터져 나왔다.
‘주님, 저는 영혼을 향한 애틋함이 없습니다.
영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긍휼함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봅니다. 제가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그 사랑을 전하게 해주세요. 아버지의 눈으로 영혼을 바라보고 아버지의 사랑으로 영혼을 품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약 삼 년간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금요일, 철야예배를 마치고 집에 와서 씻은 뒤 찬양을 틀었다. 십자가를 노래한 찬양을 듣는데 마음속에 한 음성이 들렸다.
‘내 딸아, 그 십자가에서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아니?’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때까지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느끼셨던 그 사무치는 외로움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 내렸다.
‘그러셨군요, 주님. 제가 몰랐어요. 홀로 가신 그 길이 그렇게 외로우셨는지 정말 몰랐어요. 제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슴을 부여잡고 한참을 울며 기도했다. 예수님이 당신의 그 내밀한 마음을 내게 꺼내 보여주신 것 같아서,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와 주신 것 같아서 감격스러웠다.
내게 십자가는 ‘눈물’이다. 지금도 십자가만 생각하면 그 사랑이 너무 크고 아파서 눈물이 흐른다.
- 하나님 마음을 전하는 기도자, 조현주

하나님 마음을 전하는 기도자
하나님의 깊은 임재 가운데 받아적은 그분의 음성
규장조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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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 이사야 53장 5절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
- 히브리서 11장 6절
† 기도
아버지 하나님, 십자가의 그 사랑에 날마다 깊이 젖게 하여 주십시오. 그 사랑이 머리가 아닌 마음에 매순간 새겨지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 사랑을 경험하고 전하는 자 되게 하여 주십시오.
† 적용과 결단
나 ‘OOO’란 사람 때문에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온갖 수모를 당하며 돌아가셨습니다. 그 십자가에서 외로우셨을 주님을 기억합시다. 그분의 마음을 알아드리는 당신이 되길, 그 사랑으로 영혼을 품을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