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이자 부담 줄어드나... 금리 동결이 부동산에 미칠 영향은?
지난 2월 한국은행 3.50% 동결… 1년 반 만에 인상 행렬 멈춰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습니다.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이 멈췄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경기 침체 관련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금리 추가 인상이 물가 하락 효과보다 국내 경기 침체 및 부동산시장 경착륙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다는 데 무게를 뒀다는 것인데요.
실제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분기 대비 0.4% 감소했다고 나타났습니다. GDP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때는 2020년 2분기(-3%)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심지어 재계에서는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국내 경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또한, 지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인 45억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경상수지’는 재화나 서비스를 외국과 사고파는 거래, 즉 경상거래의 결과로 나타나는 수지를 말합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많을 때 발생하며, 그 결과 달러의 순유출을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지속되면 부채가 누적되고, 외국인 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아져 종국엔 국가 경제에 악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번 동결이 최종 3.50% 수준에서 끝날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바로 물가 때문인데요.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 4.5%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약 기대에서 벗어날 경우 다시 인상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은 심리... 금리 불안 일단 해소
일단 부동산시장은 금리 인상 동결로 안심하는 분위기입니다. 대출 금리 부담 완화에 따라 주택수요 심리도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서인데요. 금리는 부동산시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 중 하나입니다.
특히 기준금리는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란 분석이 많습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내려가므로 주택 구매 비용이 저렴해집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 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집값의 하락세를 상승세로 돌리는 모멘텀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상승기에 영끌해 집을 구매한 대출자에 대한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은행의 ‘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가계대출 금리는 1월에 연 5.47%를 기록했으며, 주담대 금리는 연 4.58%로 집계됐습니다. 잔액 기준으로 국내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전체의 68.2%를 기록하고 있어 대출자 10명 중 7명이 연 5%대의 고금리 이자를 내는 것입니다.
2021년 말에만 해도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연 3.66%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이자 부담이 상당한 상황인데요.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대출 금리도 안정세를 취하게 되면 집값 하락세도 진정되고 부동산시장 연착륙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회복 발목 잡는 은행권... 기준금리 동결에도 대출 금리는 올라
그렇다면 최근 시중 금리 추이는 어떨까요? 아쉽게도 기준금리 동결에도 은행권 대출 금리는 오히려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결과인데요.
지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고정금리(만기 5년 은행채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41~6.52% 수준으로 1달 전(연 4.13~6.64%)에 비해 금리 하단이 0.2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그 이유는 금리 산정에 지표로 삼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1달 전보다 0.59%포인트 올랐기 때문입니다.
신용대출 금리도 1달 새 하단이 0.27%포인트, 상단이 0.14%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이는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상승한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준금리 동결에도 채권 금리가 오른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미국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결정회의는 3월 21~22일(현지 시각) 열리는데요. 최근 실리콘밸리뱅크의 파산에도 불구, 6%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 때문에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채권 금리가 상승한 탓입니다.
시장 반등 기회 요소는?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선 어떤 요소들이 갖춰줘야 할까요? 우선 금리 안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기준금리가 동결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채권 금리가 널뛰기하면 대출 금리가 낮아지기 어렵습니다. 채권 금리의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어느정도 진정세를 취해야 합니다.
또한 의미 있는 거래량이 나와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은 매매가 변동률의 대표적인 선행지표로 거래량이 증가하면 주택가격도 회복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거래량이 늘면 주택시장 내 수요가 많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이러한 인식은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가격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지난해 10월 559건으로 바닥을 찍은 뒤 서서히 상승해 올해 1월 1420건, 2월 2073건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도 지난해 12월 26일 -0.74%를 기록한 이후 10주 연속으로 하락폭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락폭이 줄 뿐 본격적인 상승세로의 전환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 반등을 위한 거래량 추이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분양 물량 감소도 필요한 요소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7만5359가구로 전년 동월(2만1727가구) 대비 3.4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인 4만5000가구와 비교해 크게 웃도는 상황이라 재고 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돼야 부동산시장 흐름도 바뀔 수 있으리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렇듯 부동산시장 반등은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려야 가능한데요.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하나만 동결됐을 뿐 실질 대출금리를 비롯해 거래량, 미분양 물량 등의 지표들은 여전히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듯싶습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기준금리가 동결됐다고 서둘러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KT에스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