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에 집을 나섰다.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회장인 박선생이 한국에 온지 몇 주일 되는데 이번에는 자서전을 발간하기 위한
한국여행이다. 그가 글을 쓴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토록 열심히 쓰고 있는 줄은 몰랐었다. 나더러 교정을
봐달라고 하는데 전화로는 250 페이지나 되는 것을 불러줄 수 없어서 만나기로 했다.
외국에서 외국말 하며 50년이 넘게 살면서도 잊어버리지 않고 우리 말 우리 글로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는 날마다 일기를 쓰듯이 글을 쓴다고 했다. 그는 사흘 후면 캐나다로 가야 하니까 시간이 촉박하다.
출판사에서는 오늘까지 도착하도록 특급으로 원고 교정본을 보내달라고 하고....
그는 경기도 이천에 있고, 길도 잘 모르는 그가 나를 찾아오려면 불편할 듯해서 내가 이천까지 갔다.
전철을 타고 갔다. 전철을 타고 이천까지 가다니,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양재역에서 판교까지 가서
거기서 다시 여주행을 갈아탔다.
"미안해요, 고마워요." 박선생은 이 말을 스무 번도 더 했을 것이다.
"봄나들이 겸 왔습니다.", "늘 있는 일 아닙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왔어요."
우리는 햄버거집에서 원고를 펼쳐놓고 교정을 보았다. 그를 열흘 전에 만난 이후 두번째인데 교정을 보면서도
계속 다른 말들이 불거져 나와서 속도를 느리게 막았다. 한참 읽어가면서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데 점심 시간이 되었다.
"이천 쌀밥 맛있어요. 점심부터 먹읍시다."
"햄버거집에 왔으니까 햄버거 먹읍시다. 그것 먹은 지가 오래 됐으니까 그렇게 해요."
왔다갔다 하다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식당에 가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돌아오는 시간 절약하였다.
겨우 우체국 마감시간에 맞추어 특급으로 부쳤다. 돌아오는 길은 퇴근시간이라서 사람들 틈에 끼어서 밀려왔다.
집에 오니 저녁 6시.
"밥 안쳐 놓았어요"
그는 식탁 위에 메모를 남겨 놓고 스포츠센터에 갔나 보다.
첫댓글 애쓰셨습니다. 참 고마워할 거 같습니다.
이교수님도 밥을 안치시는군요. 웃음이 절로 납니다.
하린이가 들으면 좋아할 거 같습니다.
매우 고마워합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날에 있었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늘 있는 일이 아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전철을 타고 이천까지 가셔서 교정을 보고 다시 돌아 오고 문학 사랑에 대한 열정 아니면 힘든 일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분께서도 더욱 우리 문학에 대한 애정을 가지지 않을까 싶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와 원활한 의견교환이 되지 않아서 갑자기 바빠졌습니다. 출국할 날짜는 가까워지는데 출판과정이 마음처럼 매끄럽게 진전되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고생한 것은 없는데 마음이 많이 초조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을읽고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웃었습니다.
참으로 행복하게 살고 계십니다. 교수님의 생활이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왜 웃음이 절로 나왔을까 생각해도 모르겠는데, 아마 밥을 안치고 운동하러 나간 일인가 봐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못하고 안 하는데 밥을 안치는 것은 잘합니다. 세탁기 돌리는 것 하고요. 두 가지면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