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훈 전 대법관 별세

[관악산방]

‘개혁적 소수의견’ 이홍훈 전 대법관 별세… 향년 75세

이효상 기자

입력 : 2021.07.11 13:30 수정 : 2021.07.11 20:38 인쇄하기

이홍훈 전 대법관이 11일 별세했다. 연합뉴스

이홍훈 전 대법관이 11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75세.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대법관에 임명돼 2011년 정년퇴직한 이 전 대법관은 정통 법관이면서도 개혁적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았다. 이 전 대법관은 대법관 취임사에서 “다산 선생이 재판의 요체에 관해 일찍이 갈파하신 ‘성의’를 갖고 사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겠다”며 “통합과 시대정신을 구체적 판결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법관 시절 그는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판결과 함께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소수의견을 다수 내놨다.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개혁적 소수의견을 많이 냈던 김영란·박시환·김지형·전수안 전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과 관련된 판결 등이 대표적인 판결로 꼽힌다. 2011년 대법원은 노동자의 파업이 무조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봤던 기존의 판례를 변경해 ‘사용자에게 막대한 손해가 있을 때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종전 판례보다는 진일보했으나 손해의 정도에 따라 합법 파업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은 여전했다. 당시 이 전 대법관 등은 ‘일본·미국·유럽에서도 단순 파업을 업무방행죄 등으로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대법원이 4대강 사업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판결에서도 그는 “우리들 자손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 될 환경이 오염되거나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또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을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배심원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결로 국민참여재판의 정착에 기여했다.

전북 고창 출신인 이 전 대법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사법연수원 4기로 1977년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제주지방법원장, 수원지방법원장,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을 거쳤다. 법복을 입던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에서 전향적 판결을 여럿 내놓은 바 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며 이적표현물을 제작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 무급휴직 중 출산을 했더라도 법상 출산휴가 기간을 인정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본 판결 등이 대표적이다.

대법관 퇴임 후에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법무법인 화우공익재단 고문변호사,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법인 이사장 등을 지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족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이며, 장지는 전북 고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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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107111330001/?utm_campaign=list_click&utm_source=reporter_article&utm_medium=referral&utm_content=%EC%9D%B4%ED%9A%A8%EC%83%81_%EA%B8%B0%EC%9E%90%ED%8E%98%EC%9D%B4%EC%A7%80#csidx13b18842f6a7d67844de8a8047e4dff 

[관악산방]

재판의 내용과 결론을 조작하면서 '소신의 대법관'이라는 문구를 즐겨쓰던 박시환이라는 아이와 같은 성향의 법관.
얼마 전 암으로 투병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결국은 하직을 했네. 결국에는 이렇게 떠나 가는 것을.....